[인터뷰]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2인 1역, 김윤석의 농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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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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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현재의 수현 역을 열연한 배우 김윤석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벌써 두 번째 2인 1역. 다른 배우와 함께한 인물을 만들어가는 것은 더 이상 김윤석(48)에게 막막한 일이 아니다. 인물과 인물 사이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농담법은 어느덧 김윤석의 장기이자 연기적 스펙트럼의 확장 증거가 됐다.

12월 14일 개봉한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감독 홍지영·제작 수필름·제공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을 얻게 된 남자가 30년 전의 자신을 만나 평생 후회하고 있던 과거의 한 사건을 바꾸려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속에서 김윤석은 한수현이라는 인물을 통해 또 한 번 시대의 역사와 감성을 녹여내는 것에 성공했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현재의 수현 역을 열연한 배우 김윤석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쎄시봉’에 이어 두 번째 2인 1역이었다
- 재밌는 작업이었다. 워낙 변화무쌍한 데다가, 이번 작품에서는 분량이 더 많다. 하하하.

과거의 수현 역에 배우 변요한을 추천했다고
- 제작진이 뽑아놓은 몇 명의 후보 중 한 명이었다. 제가 드라마 ‘미생’과 ‘육룡이 나르샤’를 봤었는데 되게 느낌이 좋더라. 제가 그런 것처럼 그 친구 역시 연극 베이스여서 연기 톤도 잘 맞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한이 팬들이 듣는다면 화낼 수도 있겠지만 동글동글한 눈매나 실루엣이 비슷한 것 같다. 만약 30년 전 수현이 강동원이면, 사람들이 믿겠나. 웃겠지.

외적으로도 많이 신경 쓸 수밖에 없었겠다
- 기본적으로 약간 동그란 느낌이 있다. 영화를 찍으면서 스태프들이 ‘눈빛이 점점 닮아간다’고 하더라. 앉아있는 모양새나 움직임 같은 건, 요한이가 저를 관찰하면서 만들어간 부분이다. 물론 저 역시도 요한이를 조금씩 관찰했는데 그 애의 버릇 같은 걸 조금 익히려고 했다.

관찰로 알아낸 변요한의 버릇은 무엇이었나?
- 머리를 쓸어 올린 다음 탁! (고개를) 내리는 거. 하하하. 그걸 촬영에서 해봤는데 다들 너무 웃긴다고 하지 말라고 하더라. 또 비슷한 건, 준비하는 동안 가만히 안 있는다는 점이다. 막 배회를 하고….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2인 1역을 맡은 배우 김윤석(왼쪽)과 변요한[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작품에서는 인텔리한 면모들을 보여준다. 멜로다 보니 일종의 노림수가 아닐까 생각했다
- 인텔리한 캐릭터라서 한 건 아니다. 하하하. 영화가 멜로적인 것도 있지만 한 남자가 생을 마감하기 전에 자신의 생을 돌아보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우정도 있고, 로맨스도 있지만, 부정을 더 강하게 연기했다. 마음에 든 부분이기도 했고…. 그래도 뭐 의사니까 인텔리하긴 하다. 그런데 그렇게 치자면 김신부(영화 ‘검은 사제들’)도 인텔리한 역할 아닌가?

이번 작품에서 중요한 건 변요한과의 자연스러운 어울림 같다. 여러 남자 후배들과 호흡을 맞췄는데 그들과 융화되기 위한 김윤석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 무조건 편하게 풀어준다. 촬영하기 전에 모든 걸 허물어버리려고 하는 거다. 담배를 태우는 후배가 있다면 편하게 함께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촬영 전 깍듯하게 대하다가 촬영이 시작되면 편해진다? 그런 건 있을 수가 없다. 허물없이 지내는 게 중요하다. 이번 작품의 경우 요한이도 요한이지만 (박)혜수를 편안하게 해주는 게 더 관건이었다. 딸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박혜수 배우가 어려워했었나?
- 아무래도 초반에는? 같은 소속사(화이브라더스)긴 하지만 그리 가깝게 지내지는 못했다. 그래서 혜수를 우리 집으로 초대해서 밥도 먹고, 과일도 깎아먹고 대화를 나눴다. 부녀 같은 느낌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혜수야, 너희 아버지와 너는 어떻게 지내니?’하고 묻기도 했었다. 정말 친하다고 하더라. 아빠랑 카톡도 하고.

진짜 아버지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디테일도 있었겠다
- 자연스러운 게 그런 점이겠지. 집에서 하는 행동들이 그대로 작품에 드러난 것 같다.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거나, 아주 작은 행동들에서. 홍지영 감독이 ‘연기에요, 진짜예요?’하고 물을 정도였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현재의 수현 역을 열연한 배우 김윤석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로맨스 연기는 어땠나?
- 딱! 이 정도가 좋았다. 마지막 풍선 들고 등장하는 장면이 조금 오그라들기는 했지만.

풍선 고백 장면은 변요한의 아이디어라고 하던데
- 저는 경상도 남자라서 이런 걸 잘 못 견딘다. 풍선을 왜 들고나오는 거냐고 물었더니 요한이 아이디어라고 하더라. 꽃다발도 아니고 풍선이라니. 풍선으로 얼굴을 가렸다가 다시 얼굴을 드러내는 장면에서 관객들이 좋아할까 싶었다. 심지어 제 앞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비주얼을 가진 여배우가 있는데.

NG도 많이 났겠다
- NG보다는 감독님이 원하는 느낌이 나올 때까지 계속 찍었다.

홍지영 감독의 디렉션은 어땠나?
- 작은 거인이라고 생각한다. 집요하고 장면을 획득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다. 배우들에겐 좋은 감독이다. 믿음이 가지 않나. 늘 차분하고 미소 짓고 있어서 촬영장 분위기가 좋았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현재의 수현 역을 열연한 배우 김윤석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한수현은 지난 캐릭터들 보다 일반적인 성격이다. 자극적 요소가 없어서 연기적으로 더 힘든 구간들이 있었을 것 같다
- 마카오 박(영화 ‘도둑들’)이나, 김 신부 등 장르에 기대는 스릴러나 액션도 좋지만 이런 일상이 주는 파격이 훨씬 더 강하다는 느낌이 든다. 일상적인 것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는 감정적 교류가 더 세지 않나. 울림이라는 것이 더 세밀한 표현과 계산이 필요한 것 같다. 어렵기도 하지만 재밌기도 하고. 액션보다 더 힘든 기복들이 있었다.

과거 수현과 현재 수현의 관계가 부모와 자식 혹은 세대와 세대의 관계처럼 보이기도 했다
-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가뜩이나 트라우마를 가진 아이를 다시 만나게 됐을 때 너무 안쓰럽더라. 부모가 자식을 보며 자신의 안 좋은 점을 닮으면 속상하고 화가 나지 않나. 과거 수현을 볼 때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안쓰럽다가도 안 좋은 점이 보이니까 밉기도 하고.

실제로 3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어떨 것 같나?
- 과거로 돌아가 어떤 걸 고친다면 현재에 어마어마한 변화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아무 말도 못 할 것 같다. 그냥 파이팅! 인사하고 돌아갈 것 같다.

현재에 대한 만족으로 들린다
- 그렇다. 현재의 모습이 만족스러워서 과거를 돌리고 싶지 않다. 과거의 실수나 흔들림 역시 현재의 나를 만드는 과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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