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씽’ 공효진의 진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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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0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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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씽'에서 한매 역을 맡은 배우 공효진[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배우 공효진(36)은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철없는 여고생(영화 ‘품행제로’)을 시작으로 안면홍조증에 걸린 러시아어 선생님(영화 ‘미쓰 홍당무’), 사랑스러운 주방 보조(드라마 ‘파스타’)를 지나 생계형 기상캐스터(드라마 ‘질투의 화신’)까지. 늘 유연하고 대담한 변신을 거듭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변신의 진폭이 컸던 탓일까? 더는 공효진에게 새로운 것이 있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효진은 그 우려를 비웃듯, 완벽하게 다른 또 하나의 얼굴을 드러냈다.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를 통해서다.

11월 30일 개봉한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제작 다이스필름㈜·배급 메가박스㈜플러스엠, 이하 ‘미씽’)는 아이와 함께 감쪽같이 사라진 보모와 그를 찾아 나서는 엄마의 5일간의 사투를 다룬 영화다. 극 중 공효진은 이름도, 나이도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중국인 보모 한매 역을 맡아 열연했다.

영화 '미씽'에서 중국인 보모 한매 역을 맡은 배우 공효진[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영화에 대한 평가가 좋아서 다행이에요. 처음엔 여성 투톱 영화라 투자도 어렵고 힘든 부분이 많았거든요. 그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성 관객분들은 ‘여성영화니 무조건 봐주자! 그런데 재밌기까지 하대!’하는 이야기가 돌더라고요. (엄)지원 언니랑 ‘우리가 우주의 기운을 받나 봐' 농담하기도 했어요.”

그의 말처럼 대작 영화가 넘쳐나는 겨울 극장가에, ‘미씽’이 기대작으로 분류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영화가 공개된 직후 언론과 평단은 작품의 탄탄한 스토리와 밀도 있는 연출력, 배우들의 호연을 극찬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판이 뒤집혔고 현재는 작품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상황이다. 공효진은 이에 대해 “너무 기분이 좋은데 ‘인생 연기’라는 말은 걱정”이라며 슬쩍, 걱정을 내비쳤다.

“인생 연기라는 평은 너무 과대포장 아닐까? 걱정돼요. 지금 이렇게 분위기가 좋은데 막상 관객들이 보고 ‘과대포장이네. 그 정도는 아닌데?’라고 할 수도 있잖아요. 대신 드라마 ‘질투의 화신’ 이후에 영화가 개봉하면서, 제게 ‘공블리’ 말고 강렬한 모습을 원했던 팬에게는 선물 같은 작품이 될 것 같아요.”

‘공블리(러블리한 공효진이라는 뜻으로 팬들이 붙여준 별명)’는 공효진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수식어다. 드라마 ‘파스타’ 이후, 사랑스럽다는 의미의 러블리(Lovely)라는 별명이 붙게 된 것에 대해 공효진은 “너무 좋고 놓치고 싶지 않은 별명”이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섭섭하다”고 한다.

“‘공블리’라는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작품들을 고르는 건 아니에요. 대개 ‘공블리’라는 말은 늘 칭찬이었지만, 다르지 않다는 평가들은 마음이 아팠어요. 저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고요. 변신하려고 노력했는데 ‘이번에도 공블리네’, ‘똑같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성질이 나기도 해요. 끊임없이 변신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업그레이드되려고 하고 있어요.”

영화 '미씽'에서 중국인 보모 한매 역을 맡은 배우 공효진[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일정 부분은 전략적일 것으로 생각했었다. 드라마에서는 사랑스러운 모습들을, 영화에서는 독특하고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방식으로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고. 하지만 공효진은 “전략적인 것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드라마에서도 늘 ‘변주’를 해왔다는 입장이다.

“‘질투의 화신’ 같은 경우는 제가 ‘공블리’라는 별명을 가져다준 ‘파스타’의 서숙향 작가님께서 쓰신 작품이죠. 작가님은 ‘공블리’가 돌아오기를 바라셨고, 저는 걱정이 컸어요.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기도 했고요. ‘공블리’ 타이틀을 유지하려는 건 아니었어요. 그건 제가 가장 경계하는 부분이죠. 사실 ‘프로듀사’는 여우 같은 상사고, ‘괜찮아 사랑이야’는 남자들이 싫어할 법한 까칠한 여자였거든요. 나름 ‘공블리’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는데 조금만 사랑스러운 모습이 더해지면 ‘공효진이 또?’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런 이유로 공효진은 변신의 진폭에 집중했고, 과감하게 선택할 수 있었다. 특히 ‘미씽’의 경우는 더 드라마틱했다. 그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드러냈고 섬세하게 인물을 연구했다. 아이를 돌보는 보모의 디테일한 몸짓부터 한국어가 서툰 중국인의 모습까지 몇 달간의 관찰과 연구를 거듭했다.

“한매의 경우 드라마틱하고 극적인 인물이면서 동시에 관객에게 복잡한 마음을 안겨주길 바랐어요. 컷과 컷마다 다른 감정, 소감이 들도록. 어떤 씬에서는 ‘저 여자 뭐야! 소름 끼쳐’라고 하고, 또 어떤 씬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하고 이해가 갈 수 있게요. 영화가 끝나고 나면 관객들이 저를 용서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였고, 영화를 찍으면서 캐릭터에 남기고 싶은 마음은 달성한 것 같아요.”

영화 '미씽'에서 중국인 보모 한매 역을 맡은 배우 공효진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공효진은 지선이 한매의 과거를 찾아 나가는 과정, 그 단서들을 추리하는 과정이 평이하지 않길 바랐다. 그래서 한매라는 인물을 단정 짓지 않았고, 매 씬마다 대본에 충실했다. “복선을 찾아내고 추적하는 것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관객이 만드는 추적 일지를 뒤엎고, 뒤엎기를 바랐어요. 감정적으로 응원하다가, 소름 끼쳤다가, 싫고 괴로운 마음이 들도록. 그렇게 만감이 교차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죠. 그래서 신 바이 신(Scene by Scenes)으로 연기했어요. 한매의 역사와 스토리는 그 장면에 없어요. 그때그때 드는 감정들로 연기한 거죠.”

공효진의 신 바이 신(Scene by Scenes)은 강렬했고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는 높았다. 하지만 그에게도 어려운 연기는 있었다. 바로 모성애였다. 그는 숱한 고민, 갈등 끝에 자신만의 모성을 만들어 갔고 담백한 공효진 표 모성애를 선보였다.

“제가 아기 엄마가 아니다 보니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 정도가 딱 좋았던 것 같아요. 실제로 아기 엄마였다면 더 처절하게, 과하게 연기했을 것 같거든요. ‘아이를 잃은 엄마가 이 정도 감정에 그칠 것 같아?’라고 하면서 더, 더, 더 높은 감정을 요구했겠죠. 하지만 그건 ‘미씽’의 톤과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이 정도가 딱 적당한 표현 같아요.”

영화 '미씽'에서 중국인 보모 한매 역을 맡은 배우 공효진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연기 스펙트럼의 확장과 좋은 사람들을 알아가는 과정에 대한 기쁨. 공효진은 인터뷰 내내 즐거운 기색이었다. 영화 ‘미씽’에 대한 애정과 기대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요즘은 정말 즐거운 때를 보내고 있어요. 우리끼리 정말 친하거든요. 하하하. 감독님을 비롯해 지원언니, 저까지 모두 비슷한 나이다 보니. 잘 통하는 구석이 있어요. 촬영하면서도 함께 마음고생도 많이 했었고…. 울기도 참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서로에게 의지도 많이 했고요. 이제 호평을 받았으니 감독님도, 지원언니도 즐겁게 생각하시고 힘들었던 부분을 잊으셔도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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