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제품은 당대 최고의 기술이 들어가는 만큼 가격이 비싸다. 과거에는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팔렸으나, 최근에는 일반인들도 하이엔드 제품에 관심을 가지면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시장 상황을 반영하듯 TV, 카메라, PC 등 전자제품의 종류와 관계 없이 올해 유난히 많은 하이엔드 제품이 쏟아졌다.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세계 경제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고부가가치의 하이엔드 제품이 조성한 틈새시장은 가뭄의 단비와 같은 것이다.
실제로 올해 하이엔드 제품에 화력을 집중한 삼성과 LG전자는 이 덕분에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일례로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달 열었던 실적발표회에서 CE(가전사업)부문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1조2400억원과 77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갤럭시노트7 사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 줄었지만 CE부문의 호조로 영업이익은 114%로 급증했다.
퀀텀닷TV와 SUHDTV 등은 삼성전자의 TV 가운데 하이엔드 제품군에 속한다.
LG전자도 올해 3분기 HE(TV)부문의 영업이익이 3445억원이었으며, H&A(생활가전)부문도 영업이익이 3428억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931%와 40%가 증가한 수치다.
이창실 LG전자 IR담당 상무는 “트윈워시 등 고가 생활가전의 판매비중이 늘었고, 올레드TV를 비롯한 고가제품의 라인업 강화 성과로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장 상황은 카메라업계도 마찬가지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카메라 판매량은 2013년 6300만대에서 올해 3100만대로 ‘반토막’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에 소니코리아에 의하면 국내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하이엔드 카메라의 비중은 2014년 45%에서 지난해 54%로 확대됐으며 올해에도 65%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카메라업계는 올해 4분기에도 하이엔드 카메라를 속속 출시하며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소니의 ‘A6500’, 올림푸스의 ‘OM-D’ 시리즈의 신제품 ‘E-M1 마크 투(Mark Ⅱ)’, 캐논의 ‘EOS M5’ 등이 그 예이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스마트폰으로 인해 사진을 찍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들이 더 좋은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욕망을 갖게 되고 그것이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PC업계에서도 인텔 i7시리즈 ‘ID404’과 같은 하이엔드 제품 중심으로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16년 2분기 기준으로 국내 PC 전체 출하량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가정용 PC 출하량은 데스크톱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시장 조사업체 가트너는 자사의 보고서를 통해 일반적인 PC의 수요는 줄고 있지만 하이엔드 노트북의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산업인 VR(가상현실)이나 AR(증강현실)을 더욱 사실적이고 높은 품질로 구현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PC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영 마크로밀엠브레인 연구원은 “수요층이 다양해지면서 중저가와 하이엔드 제품으로 시장이 양분화되고 있다”며 “중국 등이 중저가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는 만큼 국내 업체들은 하이엔드 시장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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