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잃은 쿠바, 애도 속에서도 침착함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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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2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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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26일 쿠바 수도 아바나의 거리에서 한 여성이 피델 카스트로의 타계를 알리는 신문을 읽고 있다. [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26일 잠에서 깬 쿠바인들은 50년 동안 쿠바를 지배했던 지도자의 타계 소식을 접했다. 피델 카스트로의 사망이 쿠바에 즉각적으로 일대 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지만 카스트로가 세운 체제가 카스트로 없이 제대로 굴러갈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카스트로의 죽음은 쿠바인을 과거에서 분리할 심리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쿠바에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자유와 생활수준의 향상을 갈망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었다.

쿠바 정부는 가장 중요한 이웃국인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새로운 불확실성을 맞게 되었다. 쿠바의 공산당 정부는 미국과의 국교를 회복하면서도 오바마 행정부와의 관계 개선에 다소 미온적인 태도로 임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하에서 미국-쿠바와의 관계가 다시 단절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WP는 26일 카스트로의 타계 소식에 정치적 분열과 대립에 지친 일부 쿠바인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안도하는 모습이 감지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수도 아바나에 거주하는 공학 전공 대학생은 “사람들은 지쳐있었다. 카스트로는 쿠바를 망가뜨렸다”고 말했다. 그는 아나운서가 카스트로의 사망 소식을 전하고 소문이 아닌 사실이라는 점을 깨닫고는 전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카스트로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남겼지만 나쁜 점이 훨씬 많았다”고 덧붙였다.

카스트로의 사망 이후 불안이나 동요의 징후는 보이지 않았으며 그를 잃은 슬픔이나 애도의 감정도 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인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공설 시장에서 물건을 사거나 공공 병원에 가거나 관영 TV를 시청했다고 WP는 전했다.

AP 통신 역시 아바나의 상점 밀집 구역에는 음악 소리가 사라졌지만 쇼핑객과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평소와 다름없는 풍경이었다고 전했다.

쿠바 정부는 9일 동안을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음악이나 공연 등 행사를 금지하고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사회학자인 아울레로 알론소는 “이것은 국민들이 세계의 종말로 생각하던 스탈린이나 마오쩌둥의 죽음과는 다르다”며 “이미 예상됐던 것이다. 사람들은 물론 슬퍼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장수했다”고 말했다.

이미 카스트로는 건강 악화를 이유로 2006년에 친동생 라울 카스트로(85)에 권력을 이양했다. 쿠바의 군사, 안보 부문은 여전히 정부가 완전히 장악하고 있으며 반대파는 허용하지 않는다.

라울은 2018년 퇴진할 계획이며 이 자리는 카스트로 가문과 관련이 없는 미구엘 디아즈 카넬 국가평의회 수석 부의장이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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