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설훈 "'촛불' 민심 대폭발…식물 대통령 아닌 새 리더십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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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1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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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대담=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 정리=김혜란 기자]

'100만 촛불'이 타오르기 하루 전날인 지난 11일 만난 설훈(4선·경기 부천 원미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3차 촛불집회 뒤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변화가 없다면 할 수 없다. 하야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그 어떤 것도, 그 누구도, 박 대통령이 퇴진하고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라는 민심의 뜻을 거역할 수 없다는 선언이다. 

12일 촛불민심은 박 대통령의 퇴진이 국민의 명령임을 분명히 보여줬다. 야권은 민심을 제대로 받들 수 있을까. 설 의원은 "민주당이 또 우물쭈물하면서 기회를 본다면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모르느냐는 분노의 화살이 야당에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통령이 '통치 불능' 상태에 빠져 국정 공백이 길어지는 사이 대외 상황도 더 나빠졌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으로 한국 경제와 안보 불안은 가중됐다. 여권에선 트럼프 이슈를 국면 전환에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그러나 설 의원은 단호했다. "트럼프가 당선됐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빨리 물러나고 차기 대통령을 빨리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격랑에 휩싸인 한반도가 안보와 통상 분야에서 대비책을 세우고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식물 대통령'이 아닌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설 의원과의 인터뷰는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과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이 들끓고 있다.
= 박 대통령이 사태를 좀 더 엄중하게 봐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지난 8일 박 대통령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기 위해 국회를 찾았을 때도 웃으면서 (국회에) 들어오시더라. 적어도 엄숙한 표정을 지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지금이 어떤 때인가. 박 대통령이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 앞으로 정국이 어떻게 흘러갈까.
= 박 대통령을 돕던, 최순실 씨부터 '문고리 3인방',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이젠 다 공석이다. 그럼 이게 (박 대통령에겐) 기회일 수 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기회조차 놓치는 게 아닌가 싶다. 박 대통령이 대오각성한다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고, 국민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느낄 수 있을 텐데 그러한 느낌 자체가 없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성난 민심의 아우성은 더 커져만 갈 것이다. 그럼 대통령이 이대로 묵묵부답 있어야 하는가. 이건 아니지 않은가. 순리대로 지금이라도 정리하는 게 그나마 지혜로운 방법이다.

- 박 대통령이 국회 추천 총리를 임명하겠다고 밝혔지만, 2선 후퇴와 권한 이양을 명확히 하지 않아 불씨를 남겼다.
= 대통령이 국민이 바라는 대로, 야당 요구대로 일체 국정에 손대지 않고,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에게 모든 것을 넘기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총리도 조각권을 갖고 전 각료들에게 청와대에 (업무) 보고하지 말라고 선언하고,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대통령은 형식적, 명목상으로만 남아있을 뿐 실질적인 권한 대행은 총리가 하는 시스템을 만들라는 거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대통령이 물러나는 게 맞지만 (2선 퇴진이) 그나마 야당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이다. 야당이 12일 3차 촛불집회 뒤에도 박 대통령이 그대로라면 할 수 없다. 하야다.

- 야당은 그동안 하야나 탄핵 주장과는 선을 그어 민심과 동떨어진 대응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 그런 지적이 이제부터 더 거세게 나올 수 있다. 야당이 또 우물쭈물하면서 기회를 본다면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모르느냐는 분노의 화살이 돌아올 것이다. 12일을 기점으로 민주당도 방향을 다시 정할 거다. 민주당 지도부도 12일 이후엔 국민의 압박을 못 견디고 하야를 전면에 내걸 거라고 본다.

- 하야와 탄핵은 차이가 있는데.
= 탄핵도 불가능할 것 같진 않다. 국민들이 국회 앞에 와서 여야 정치인들에게 대통령 탄핵 추진하라고 외친다면 새누리당 의원들이라고 견딜 수 있겠나.
 

설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 국민은 국회가 '최순실 정국'을 수습할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이 있다.
= 야 3당이 힘을 합쳐 이 난국을 극복해야 하는데 야 3당이 합치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있다. (총리 추천 문제를) 마무리하고 순탄하게 정권 교체까지 가려면 산 넘어 산이다. 그러나 앞에 주어진 과업이 있으면 사람은 해내기 마련이다.

- 야 3당이 합의할 수 있는 총리 후보가 있나.
= 수도 없이 많다. 문제는 형식이다. 야 3당이 연합 의원총회를 열고 교황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정할 수 있을 것이다. 후보자를 정하지 말고 각자에게 (추천하는 후보 이름을) 다 써내라고 해서 최종적으로는 5명이면 5명을 놓고 그 중에서 정하는 거다. 어렵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할 수 있다. 결정해야 할 상황이 오면 해내게 돼 있다.

- 민주당 출신이 총리가 될 수도 있나.
= 연합의총을 거치면 그건 힘들다.

- 새누리당도 추천에 참여해야 거국내각아닌가? 
= 그건 그렇지만 새누리당은 책임을 추궁 당하는 사람들인데 결정의 일정 부분을 맡길 수 있겠나.

- 새누리당은 배제되나.
= 배제 될 거라고 본다.

- '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적폐를 끊어낼 수 있을까.
= 국가적 위기인 이 상황을 잘 극복해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이 무소불위 권력을 갖고 있으니 대통령이 잘못하면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는 거다. 지금 와서 개헌하자는 얘기는 소용없지만 돌이켜보는 기회는 될 거라고 본다.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 이유다. 선거 국면에 돌입하면 대선 후보가 선거 운동 기간에 개헌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겠나. 각 대선 후보마다 개헌의 형태라든지, 개헌을 추진할지 말지를 설명할 거다. 여야가 정치 일정을 합의하면 순탄해질 것이다. 대통령이 언제 하야할지, 그때까지는 책임 총리가 국정을 운영하고 그다음부터는 바로 선거 국면에 들어가야 한다. 대통령이 하야하면 60일 이내 선거 치러야 하니까 여야 합의로 정치 일정을 잘 짜야 한다. 그러면 무난하게 국정을 이어갈 수 있다고 본다.

- 여권에선 '트럼프 쇼크'를 국면전환용 카드로 악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 거꾸로 봐야 한다. 트럼프가 당선됐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빨리 물러나야 한다. 미국 빌 클린턴 정부 시절인 1994년 북한 영변 원자로 폭격을 계획했을 때 당시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반대했다. DJ는 직접 미국을 방문해 카터 전 미 대통령이 김일성 주석과 대화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고 남북정상회담을 끌어냈다. 트럼프 당선자도 2000년에 북한 영변 핵시설 폭격을 주장한 적이 있다. 대통령이 된 그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판단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확히 대응할 체제를 갖춰야 한다. 이럴수록 박 대통령이 빨리 정리해야 하는데 여권도 잘못 판단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트럼프 때문에 더 코너에 몰렸다.

- 트럼프 체제에서 미·중관계 마찰을 우려하며 한국도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대비책 세울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차기 대통령을 빨리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정치권과 국민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 냉정해져야 한다. 박 대통령이 현재 처한 상황에선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못 한다. 박 대통령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정리하는 게 최선이다. 사안 자체가 너무 커 뒤집을 수도 없다. 게다가 대통령은 자신이 뭘 잘못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냉정하게 볼 수 있는 능력을 잃었다. 조언해줄 수 있는 사람도 주변에 없다. 고립무원 상태서 헤매고 있다. 박지만 씨가 누나를 위해서 설득해주면 좋을 것 같다. 박 대통령이 지금은 다 내려놓고 조용히 가는 게 좋다. 그것 외에는 다른 처방이 없다.

- 시간을 오래 끌수록 박 대통령이 2선 퇴진을 선언해도 그 정도로는 안 된다는 민심이 팽배해질 수 있다.
= 그렇다. 그러니 박 대통령으로선 지금이 최선의 시점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프로필

◇1953년 4월 23일 경상남도 마산 출생 ◇마산고등학교(1972)·고려대학교 사학과 졸업(2000년)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1977)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징역 7년 선고(1980) ◇민주화청년연합(민청련) 상임위원(1983) ◇김대중(DJ) 총재 비서(1985) 민주당 수석 부대변인(1993) ◇새정치국민회의 수석 부대변인(1995) ◇제15대 국회의원 당선(1996) ◇새정치국민회의 기획조정실장(1998) ◇제16대 국회의원 당선(2000)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공동의장(2000∼20009)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삭발 단식농성 후 17대 총선 불출마 제19대 국회의원 당선(2012)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2014) ◇국회 평창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지원특별위원회(평창특위) 위원장 ◇제20대 국회의원(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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