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익의 부동산 인더스토리] 공정위로 간 대우건설 '메이저시티'...허위광고가 불법도박보다 무서운 이유

입력 : 2016-10-27 16:34
정보 비대칭 관계 악용..."소비자에게 왜곡된 인상 주면 과장 광고" 판례 주목

아주경제 김창익 기자 = 허위과장 광고는 근본적으로 ‘정보 비대칭’의 문제다. 거래 쌍방이 가진 정보의 양이 서로 다른 데서 생기는 문제란 얘기다. 극단적으로 파는 사람은 거래 물건에 대한 정보를 100% 갖고 있지만 사는 사람은 제로(0)가 된다. 파는 사람이 속이면 사는 사람은 꼼짝없이 속게 되는 데 정보 비대칭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도박은 정보 비대칭을 둘러싼 게임이다. 포커판에서의 기본 전제는 상대방이 내 패를 모른다는 것이다. 내 패의 진실을 최대한 감추고 최대한 큰 패를 갖고 있다는 인상을 만드는 게 포커 게임의 묘미다. 포커가 게임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정보의 역학관계에서 쌍방이 평등하기 때문이다. 내가 상대방의 패를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대방도 내 패를 모르는 것이다.  

정보 비대칭 문제의 관점에서만 보면 건설사의 허위과장광고는 불법 도박보다 악질이다. 정보의 역학관계에서 거래 쌍방간 갑을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정보의 양만 놓고 보면 건설사가 갑이되고 소비자가 을이 되는 관계의 역전이 발생한다.

건설사 또한 광고를 통해 내 패의 진실보다 최대한 큰 패를 갖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자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비자가 왜곡된 인상을 받는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광고는 왜곡 없이 진실과 인상 사이의 간극을 최대한 키워야 하는 마케팅의 예술인 셈이다. 

건설사가 왜곡된 인상을 심어주는 광고를 했다면 이는 허위과장광고로 간주된다. 정보의 역학관계에서 을인 소비자를 현혹한 갑질 중의 갑질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짓는 세종 메이저시티의 경우를 보자. 이 아파트의 예비입주자협의회가제시한 2014년 분양당시 분양홍보물엔 ‘총 3171세대의 대단지 프리미엄!’이라고 돼 있다. 그 밑에 세부적으로는 ‘2-2 생활권내 최대규모’ ‘대단지를 어우르는 통합형 설계’ ‘통합커뮤니티에서 누리는 원스톱 문화생활’이라고 표기돼 있다. 조감도도 네 개 단지를 하나의 단지처럼 표현돼 있다.

대우건설은 소비자들에게 개별 단지란 점을 알 수 있는 정보를 줬다고 해명한다. 설령 이 말이 진실이라고 해도 허위과장광고가 될 수 있다는 게 과거 판례다.
 

2014년 말 '세종 메이저시티' 분양 당시 한 홍보물. 총 3171가구 규모의 대단지 프리미엄을 강조하고 있으나, 개별 단지라는 정보는 찾아볼 수 없다. [사진='세종 메이저시티' 예비입주자협의회 제공]


부산 A가 분양한 아파트와 관련된 판례를 보면 정보 비대칭의 문제를 법원이 어떻게 판단했는 지를 잘 알 수 있다. 이 아파트는 2007년 부산에서 분양된 아파트로 1단지 286가구, 2단지 809가구다로 1단지와 2단지는 개별 단지다. 하지만 분양당시 이를 1095가구의 대단지로 홍보를 했다 과장광고로 피소됐다. 법원은 이에대해 분양광고에 1단지와 2단지로 구분해 표현하고 있으나 광고문구에 ‘1095세대’라는 활자를 크게 해 소비자들이 대단지라는 인상을 갖게 했다는 점을 들어 가구당 500만원을 배상토록 판결했다.

당시 법원은 판결문에서 ‘현대 산업화사회에 있어 소비자가 갖는 상품의 품질이나 가격 등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생산자 및 유통업자의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특히 대기업이 시공하고 분양하는 아파트의 구조, 면적 등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는 그 아파트의 광고 내용의 진실성에 더 높은 신뢰와 기대를 가지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 일반인의 신뢰나 기대는 보호되어야 한다(대법원 1993. 8. 13. 선고 92다52665 판결 참조)’고 명시했다.

정보 비대칭의 문제가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정보의 역학관계에서 약자인 소비자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법원은 정보 비대칭의 상황에서 소비자가 광고에서 어떤 식으로 정보를 얻는지에 주목했다. 판결문은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통상 광고에 나타나는 개개의 용어나 어휘를 주의 깊게 연구하거나 고려하지 않고 또 실제로 표현되고 있는 것뿐 아니라 간접적 또는 암시적인 것과 합리적으로 고려한 것의 총체적인 것으로부터 생긴 궁극적 인상에 기초하여 광고의 의미를 이해한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이어 ‘과장광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광고의 문리적 의미는 물론 그밖에 광고물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소비자(피광고자)가 받게 되는 광고물의 전반적 인상에 기초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소비자가 광고를 보고 정보를 얻는 일련의 행위는 수험생이 수학 문제를 푸는 것과는 다른 작업이다. 이 또한 정보 비대칭의 문제와 연결지을 수 있다. 시험에서 출제자는 문제에 대한 정보를 100% 갖고 있다. 하지만 수험생은 관련 정보에서 출제자에 열위에 있으니 역학관계로 보면 을이다. 시험은 수험생이 출제자가 갖고 있는 정보에 최대한 접근해야하는 성공하는 정보 비대칭 게임의 일종이다.

광고는 이와 반대다. 소비자가 건설사의 정보에 최대한 접근해야 하는 게임이 아니라 건설사가 소비자에게 해당 상품의 정보를 최대한 제공해야 성공하는 서비스다. 소비자가 광고를 통해 정확한 인상을 형성하도록 하는 책임이 건설사에 있는 것이다.

법원의 판결도 이와 같다. 판결문은 ‘광고내용이 설사 부분적으로는 사실이지만 광고물의 전체의 맥락에 있어서 소비자들을 오인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는 과장광고가 된다’고 결론지었다.

건설사가 일부 사실에 부합하는 정보를 제공했다고 하더라고 전체적으로 대단지 아파트라는 인상을 형성했다면 허위과장광고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메이저시티 허와과장광고 논란의 공은 우선 공정거래위원회로 넘어갔다. 정보 비대칭 불공정 거래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그런 점에 있어 이 문제에 대한 가장 정확한 판단을 공정위가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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