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이 사는 곳 '저지오름'…'조수' '낙천' '차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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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1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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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오름(위)과 저지오름(닥모루오름) 등산로 입구(아래)


아주경제 진순현 기자= 상사후일일 여유양암유저지(上巳後一日 與劉襄庵遊楮旨·상사일 뒷날에 유양암과 닥모루에서 놀다)

상사일은 음력 3월 첫 사일(巳日)을 이른다. 옛 사람들은 이날이 되면 동쪽으로 흐르는 물가에서 액막이 행사를 했다. 지금은 3월 3일 삼짇날 행사로 바뀌었다. 삼십육통리(三十六洞裏)는는 신선이 사는 곳을 이르는 말로 옛 한적했을 당시 닥모루(저지오름)는 첩첩산중이었으리라.  

有客當柴門(유객당시문) 손님이 사립문에 이르고
門外芳草春(문외방초춘) 문 밖은 꽃향내 넘쳐나는 봄일레
與我尋幽去(여아심유거) 나랑 함께 그윽한 곳 찾아가노니
村西流水濱(촌서류수빈) 마을 서쪽에 물 밀리는 바닷가라네
蒼壁墨痕古(창벽묵흔고) 이끼 낀 바위벽엔 글 흔적 예스럽고
明沙鳥跡新(명사조적신) 맑은 모래밭엔 새 발자국 새로워라

三十六洞裏(삼십육통리) 서른 여섯 골짜기 속에
時遇漁樵人(시우어초인) 마침 은둔자를 만났더니
浩歌春風晩(호가춘풍만) 호연한 노래에 봄날 저물고
遊魚石粼粼(유어석린린) 노니는 물고기 물비닐 일으키네
側身望南崖(측신망남애) 물을 기울여 남쪽 단애 바라보니
杳如煙霧晨(묘여연무신) 어두침침 새벽 연무 덮힌 듯하네
遙山面勢來(요산면세래) 먼 산이 얼굴 마주한 듯 다가섰으니
受以可設茵(수이가설인) 구경삼아 깔개를 펼치려 하네
盤谷人已遠(반곡인이원) 반곡을 사람들은 이미 멀리하니
識者有誰眞(식자유수잔) 이 참된 흥취 알 이 뉘리오

이 시는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경 10곳을 선정, ‘영주십경(瀛洲十景)’이라 이름 붙이고 시로 그 아름다움을 표현한 인물로 잘 알려진 추사의 제자 매계 이한진 선생(1823∼1881)의 오언고시이다. ‘반곡’은 자연을 벗삼아 생활한다는 뜻이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위치한 저지오름은 해발 239m, 분화구 둘레 800m, 깊이 62m인 화산체로 정상에 오르면 깔때기 형태를 띤 원형의 분화구가 신비를 더한다. 옛 사람들은 오름의 이름을 닥나무(楮)가 많이 자생한다 해 ‘닥모루’ 또는 오름의 모양새가 새의 주둥이와 비슷하다고 해 ‘새오름’이라고도 지었다. 최근에는 올레 13코스로 각광 받고 있으며, 지난 2005년 6월 생명의 숲으로 지정된 바 있다.

저지오름을 내려와서는 세계 최대의 분재 테마파크 ‘생각하는 정원’(원장 섬범영)으로 향한다. 1992년 개원한 생각하는 정원에 들어서자 “분재는 뿌리를 잘라주지 않으면 죽고, 사람을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빨리 늙는다”는 팻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중국의 장쩌민 국가주석, 북한의 김용순 노동당비서, 일본의 나까소네 수상 등 세계 각국의 유명 인사들이 방문해 많은 휘호와 함께 사진 등이 전시되고 있다.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작품(위)과 저지예술인마을에 오는 24일 개관할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아래)


“예술인들의 제2의 고향” 저지예술인마을은 지난 2001년 기본계획이 수립돼 9만7906㎡ 부지에 제주 유일한 문화지구인 저지예술인 마을이 설립됐다. 김흥수, 박광진 화백 등이 2006년 기증한 상당수의 미술작품과 함께 '물방울 화가'로 알려진 김창열 화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이 오는 24일 개관한다

저지예술인마을과 마주보고 있는 방림원은 ‘야생화의 천국’이다. 5000평 규모 곳곳에 수십 년에 걸쳐 국내외 들꽃을 수집해온 세월과 정성의 공간으로 마음이 행복해 지는 곳이다.  또한 이곳의 마스코트가 된 개구리는 방한숙 관장이 공사하면서 힘이 들 때 함께 울어 주었던 친구이기에 박물관 곳곳에는 '개굴개굴' 개구리의 다양한 조형물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지리를 지나 서북쪽으로 500여년 역사를 간직한 조수1리 마을이 있다.
 

 

조수1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마을과 관련된 사람의 공적을 새긴 비석거리가 눈에 띈다. 그리고 뒤쪽에는 폐교된 조수초등학교 건물이 영화관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조수1리 마을의 한 농가


특히 중산간 마을인 조수1리는 용천수가 나오는 곳이 없어 예로부터 물이 귀했다. 그러기에 마을주민들이 동원돼 딱딱한 현무암 바닥을 깨고 연못을 파 식수와 가축을 먹이는 데 썼다. 당시 기록으로 연못 26개나 팠다고 하니 농사에 필요한 물과 정주 여건을 보유하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깊고 간절했는지 알수 있다. 마을 이름에 물을 얻기 위한 노력이 들어가 있어 지명도 ‘조수리(造水里)’라 지었다. 대동, 중동, 한양동, 신동, 하동 5개 자연부락으로 이루어져 있다.
 

 

 

▲낙천리 마을 삼거리 


옛 중산간 마을은 무엇보다 물이 중요했다.

물맛이 너무 좋아 사색에 잠기게 된다는 서사미마을(西思味村), 낙천이다.

낙천리의 지명은 예전에는 서사미(西思味) 또는 서천미(西泉味) 등으로 불려졌다. 그 뜻을 살펴보면 서(西)는 조수리를 기점으로 서쪽을 의미하는 것이며, 사미(思味)나 천미(泉味)는 샘을 뜻하고 있다. 그 후 낙세미라고도 불리어졌는데 이는 샘이 풍부한 고을 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최근에는 또 다른 이름인 ‘아홉굿마을’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전해지는 낙천리 설촌 유래에 따르면 여산(礖山) 송가금씨가 두 아들을 데리고 양질의 점토를 찾아 안착한 후 제주에서 첫 대장간을 지었다 한다. 뒤이어 틀에 필요한 흙을 채취 하다 보니 물통이 여러 곳에 생성돼 지금의 아홉굿 연못을 이루고 있다.

낙천리 의자공원은 2007~2009년에 걸쳐 1000개의 의자 조형물로 완성한 지역의 숨은 명소다. 이로인해 최근 낙천리는 의자마을로도 불려지고 있다.
 

 

특히 많고 많은 의자들 중 마을 입구에 세워져 있는 대화합 의자는 낙천리를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랜드마크다. 무려 4층 건물에 육박하는 엄청난 높이와 카메라 앵글에 모두 담을 수 없는 압도적인 크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탄성이 나온다.
 

▲차귀도


낙천리에서 도보로 20여분을 바닷가 쪽으로 내려가면 차귀도에 다다른다.

차귀도의 면적은 0.16㎢정도이며 3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무인도로서 낚시터로도 유명하지만 섬 자체가 한폭의 풍경화이다. 

▲고산리 '차귀포구'


특히 ‘차귀 10경’으로는 △월사야종-월성사 야간 종소리 △각정만경-육각정에서 바라보는 경치 △광토해복-해녀들이 바다에 드는 풍경 △용암폭포-엉알폭포(물맞는 풍경) △병통기암-당산봉앞 병풍바위 △저생기문-저승문의 깊은 굴(당산봉초소에서 용수방향, 누룩바위 옆) △장군배암-차귀섬 앞 장군바위, 영실오백 장군중 마지막 바위 △지실조어-차귀도 독수리바위에서 낚시하는 풍경 △죽포귀범-차귀섬 포구 조업 나갔다가 돌아오는 풍경 △월봉낙조-수월봉에서 바라보는 석양 등 이야기거리와 찾는 이가 많아지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차귀'는 고산리 마을의 옛 리명(里名)이다.
 

▲세계지질공원 '수월봉'

▲수월봉에서 본 '차귀도'


차귀도를 바로 눈 아래로 내려다볼수 있는 곳이 ‘수월봉’이다. 

수월봉의 낙조는 사라봉의 일몰과 쌍벽을 이룬다. 수월봉 꼭대기에 서면 한라산 영봉을 비롯해 차귀도, 저지오름, 송악산, 단산, 죽도 등 서부지역에 위치한 오름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월봉에선 ‘녹두물’이란 사시사철 마르지 않고 흐르는 물줄기가 있다. 여기에는 ‘수월이와 녹고’ 효성어린 남매의 전설이 있다. 전설에 의하면 어머니의 병환을 구하기 위해 백가지 약초를 구하던 녹고와 수월이 남매는 모든 약초는 구하였으나, 마지막 약초인 오갈피를 구할 수가 없었다. 찾던 중 오갈피가 자라는 곳은 수월봉이 있는 절벽으로 누이 수월이가 벼랑을 타고 내려가 오가피를 캐고는 동생 녹고에게 약초를 건네주고는 잡았던 동생의 손을 놓치고 만다. "수월이 누나~" 절벽 아래로 떨어진 누이를 부르며 울고 있는 녹고의 눈물이 지금도 수월봉 산책로에 물줄기가 돼 흐르고 있는데 수월이를 기억하며 '수월봉'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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