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모차르트!’ 리뷰] 모차르트는 외로웠고, 관객들은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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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15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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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모차르트!’는 자식을 구속하려고 하는 아버지와 갈등을 겪으면서도 자유에 대한 갈망을 놓지 못하는 모차르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차르트 역을 연기하고 있는 가수 규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예술가에게 엄격함과 자유로움은 늘 갈등되는 가치관인 듯하다. 예술가에게 지나친 억압은 창의성을 제한시킬 수 있지만, 제한없는 자유는 예술가를 파멸로 몰아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 ‘모차르트!’는 천재성을 지닌 작곡가 모차르트의 인간적 고뇌를 잘 그려냈다. 무대 위 모차르트는 철저하게 외로운 존재였다.

2010년 한국에서 초연한 뮤지컬 ‘모차르트!’는 그해 각종 뮤지컬 시상식에서 총 11개 부문의 수상작에 오르며 유럽 뮤지컬 흥행 열풍의 시발점이 됐다. 그 이후 임태경, 박효신, 김준수 등이 캐스팅되며 배우들 사이에서도 인기작으로 발돋움했다.

올해 공연은 일본의 대표적인 연출가 고이케 슈이치로가 맡았다. 그는 2002년 ‘모차르트!’ 일본 토호 초연 당시 연출과 각색을 맡아 요미우리 연극대상 우수연출가상, 기쿠타 카즈오 연극상 대상을 수상하며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번 공연 역시 고이케 연출 특유의 섬세하고 극적인 부분이 잘 드러났다. 특히, 극의 결말에서 모차르트가 그의 어린 시절부터 음악가로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함께 했던 아마데와의 죽음은 극의 비극성을 최고조에 달하게 했다.

드레드락(머리카락을 여러 가닥으로 꼰 스타일) 머리와 청바지, 레드 자켓은 고전 작품의 느낌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자유를 갈망하는 모차르트의 상징성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모차르트에 규현의 캐스팅은 적절했다. 사실 규현과 모차르트는 많이 닮았다. 우선 음악적 측면에서 규현이 뛰어난 가창력을 가졌다는 것과 모차르트가 천재적인 작곡 능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또한, 모차르트가 그의 아버지인 레오폴트에게 감시와 억압을 받는 것처럼 규현 역시 대형 아이돌 그룹 기획사 소속으로 사생활이 통제된다.

연기는 아쉬웠다. 규현은 캐스팅 직후 가장 출연하고 싶었던 작품으로 ‘모차르트!’를 꼽을 정도로 이번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였지만 연기력은 아직 그 애정에 못 미쳤다. 규현이 모차르트란 역에 감정적으로 얼마나 이입됐을지 모르지만 관객에게 전달되는 부분은 미약했다.

표정 연기와 몸짓은 단순했고 관객이 예측 가능한 범위에 있었다. 같은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지루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공연의 대표 넘버인 ‘내 운명 피하고 싶어’ ‘나는 나는 음악’은 규현의 가창력에 잘 어우러졌지만 연기력에 대한 아쉬움은 분명히 남았다.

오페라 ‘마술피리’를 제작한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쉬카네더를 연기한 홍록기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가창력은 부족했지만 유쾌한 캐릭터에 어울리는 연기와 애드립(즉흥적인 연기)으로 관객을 들었다가 놓았다.

전반적으로 이번 공연은 고풍스러운 무대에 세련된 의상을 잘 입힌 작품이었다. 공연 넘버 역시 관객의 귀를 즐겁게 할 정도로 풍성하고 다채로웠다. 주인공인 규현의 가창력도 돋보였지만, 그의 연기를 보는 관객의 괴로움은 모차르트의 외로움만큼 컸다.

한편, 뮤지컬 ‘모차르트!’는 자식을 구속하려고 하는 아버지와 갈등을 겪으면서도 자유에 대한 갈망을 놓지 못하는 모차르트의 이야기를 다룬다.

8월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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