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반대’에 아파트 내 ‘전기차 충전소’ 확대 더뎌…전기차 보급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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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0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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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전시설 설치에 500만~1000만원 필요…"단지 내 충전소 설치 지원정책 절실"

서울의 한 아파트 주차장 모습. 전기차를 위한 충전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료=아주경제DB]


아주경제 김종호 기자 = #. 경기 김포신도시에 거주하는 곽모(52)씨는 지난해 말 정부 지원을 받아 전기차를 구입하기로 결정하고 거주 중인 아파트 단지 내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해 달라며 입주자 대표회의에 건의했다. 그러나 설치비용과 전기세 등을 문제 삼는 다른 입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표결조차 하지 못했다. 곽씨는 올해 초 자비로 충전기를 구입해 주차장에 두겠다며 다른 입주자들을 설득했지만, 공영주차장에 전용구역을 지정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전기차 구입계획을 완전히 접었다.

국내 전기차 보급률이 세계 선진국 대비 걸음마 수준에 그치는 가운데 아파트 등 공동주택 단지 내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가 어려워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주유 차량과 달리 충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해 외부 충전시설만으로는 정상적인 전기차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아파트 단지 내 전기차 충전시설이 마련된 곳은 '일산 위시티자이'와 '송도 더샵', '서울숲 더샾' 등 일부에 불과하다.

관련자료 집계가 의무화돼 있지 않아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전국적으로도 20곳을 채 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이처럼 아파트 단지 내에서 전기차 충전시설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전기차를 이용하지 않는 일반 입주민이 시설 설치를 강하게 반대하기 때문이다. 전기차를 사용하지 않는 가구도 충전기 설치비용과 전기세 등을 공동으로 부담해야 하는 데다, 주차장에 전용구역도 만들 수 없다는 주장이다.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 소재 아파트에 거주하는 채모(55·여)씨는 “뜻이 맞는 입주민 세 명을 모아 단지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하려고 했지만, 입주민 90% 이상이 반대해 결국 무산됐다”며 “설치와 유지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해도 주차장에 전용구역을 만들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말했다.
 

올 초 천안에서 분양했던 한 아파트의 모델하우스. '전기차 충전 스테이션'을 단지 내 제공하지만, 충전기는 설치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사진=김종호 기자]


최근에는 신규 공급 아파트에 전기차 전용 충전소가 마련되기도 한다. 그러나 건설사들이 충전기를 제외한 충전장소만을 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결국 입주 후에는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실정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설사들이 단지 내 ‘전기차 충전 스테이션’ 등을 마련한다고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분양가 문제 등으로 충전시설은 빼고 장소만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마저도 입주 후에는 기존 아파트처럼 입주민 반대에 일반 주차장으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전기차 보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아파트 단지 내 전기차 충전시설을 현재보다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전기차의 경우 급속충전은 30~40분, 완속충전은 4~5시간이 소요돼 거주지나 근무지 등을 제외한 관공서나 기업 등 외부 충전소에서 충전하는 일이 시간적으로 제약이 크다는 주장이다.

전기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길어도 5분이면 주유가 끝나는 기존 차량과 달리 전기차는 적어도 1시간 이상을 충전소에 머물러야 한다”며 “이 때문에 전기차 운전자가 외부 충전소만 이용한다면 정상적인 차량 운행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국내 전기차 보급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전기차 구입에 대한 정부 지원금뿐만 아니라, 500만~1000만원에 달하는 충전시설을 아파트 단지 내 보급·지원하는 정책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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