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청년희망펀드’ 6개월… 관치 금융상품 실패 전철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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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3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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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대통령 말 한마디에 탄생한 청년희망펀드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사그라지고 있다. 과거 정부 정책에 따라 처음 반짝했다 한순간 사라진 녹색금융, 통일금융 등 관치 금융상품이 실패했던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모습이다. 정치적 수단으로 출시된 금융상품 탓에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해 되레 소비자들에게 피해만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은행연합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청년희망펀드 누적 계좌수는 9만2820개로 전년 말(9만2463개) 대비 357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누적 기부액도 같은 기간 364억8600만원에서 374억500만원으로 9억원 남짓 증가했다.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은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탄생한 상품이다. 지난해 9월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청년 실업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제안했고 불과 엿새만에 은행들이 관련 상품을 내놓았다.

문제는 출시 당시에는 정권의 관심으로 높은 실적을 기록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열기가 시들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21일 출시 이후 열흘 동안 5만여개 계좌, 20억원이 넘는 기부금이 모인 이후 10월 59억원, 11월 136억원, 12월 148억원 등 매월 기부금 규모가 커졌지만 해가 바뀌면서 실적이 10억원 밑으로 추락했다.

청년희망재단으로 직접 기부한 것까지 더하면 총 누적 기부액이 1323억6000만원에 달하지만 대기업의 기부금이 대부분이다. 당초 정부는 대기업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지 않겠다는 공언했지만 생각보다 실적이 저조하자 태도를 바꾼 셈이다.

삼성이 가장 먼저 250억원을 기부했고, 현대차가 200억원을 내놓았다. 이후 SK, LG, 롯데 등이 각각 100억원씩 청년희망재단에 기부했다. 이들 5개 그룹이 내놓은 돈만 모두 750억원으로 전체 기부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상황이 이렇자 통일금융, 녹색금융 등과 같이 정권의 입김에 따라 탄생했던 금융상품들이 처음에만 반짝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됐던 구태를 그대로 답습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 발언 이후 반짝하던 통일금융이 자취를 감춘 상황이다. 당시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통일 관련 상품을 쏟아내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MB정부 시절에는 녹색성장 정책에 맞춰 녹색금융이 잇따라 출시됐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존재가 사라졌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금융상품을 정치적 목적으로 내놓았기 때문에 이미 시작할 때부터 실패가 예견됐던 것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 "이러한 상품은 시장 수요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조성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 홍보 수단으로 인위적으로 탄생했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다"면서 "금융을 정책적으로 이용하다보니 나쁜 선례만 계속 반복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금융시장에서 요구된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사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다"면서 "필요 이상의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에 대한 서비스를 감소시키고 비용을 전가하는 점에서는 정책 당국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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