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내 조선업 자존심이 축약된 필리핀 수빅 조선소를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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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2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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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수빅(필리핀) 양성모 기자 = 글로벌 화물 물동량 감소와 저유가로 상선과 해양플랜트 발주량이 급감하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 조선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불안정한 대외환경에도 우리나라 조선업계는 세계 톱(TOP) 조선소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최고임을 입증하고 있다. 그 중 한진중공업은 그간 닥쳐온 위기를 기회로 삼아 우리나라 최초 조선소로의 자존심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09년 우리나라에서 벗어나 필리핀 수빅에 조선소 완공을 시작으로 대양한국(大洋韓國)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한국 조선업의 자존심 필리핀에서 선보여

현지시간으로 25일 오전 11시,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차량으로 4시간을 이동해 도착한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입구를 지나 6번 도크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들어온 광경은 도크에 설치된 600t급 골리앗 크레인이었다.
 

한진중공업 핊리핀 수빅 조선소 6번야드에서 100번째 선박인 1만1000TEU 컨테이너선 선박 블록(왼쪽)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수빅(필리핀) 양성모 기자]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110㎞에 위치한 이 조선소는 어린시절 티비로 본 만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했다. 거대한 로봇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등을 보며 성장해온 사람이라면 감탄과 경외심마저 느끼기에 충분한 규모다. 수빅조선소에는 600t급 골리앗 크레인이 4기가 운용중이며, 60t급 크레인도 11기가 가동중이다.

골리앗 크레인은 한진중공업의 100번째 건조 선박의 첫번째 블록을 고정시키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아래 드라이도크(DRYDOCK)에서는 용접공들이 블록과 블록을 연결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멀찌감치 바라본 현장은 불꽃놀이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한진중공업이 건조했거나 건조중인 선박은 모두 100척으로 컨테이너선 59척, 탱커 6척, 벌크선 27척 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 8척 등이다. 비로소 명실상부한 글로벌 조선소로 도약했다는 평가다.

조선소를 둘러보니 중심에 강재야적장과 조립설비 공장이 위치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회사 관계자는 “이는 공장 전체가 최적의 동선에 맞춰 설치됐다”고 전했다. 조선소는 야드간 이동거리가 짧을수록 원가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같은 공장배치마저도 중국 업체들이 탐내던 우리나라 조선소의 기술력이다.
 

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빅조선소 전경. 수빅조선소는 조선소를 지붕으로 닾을 수 있도록 셸터(Shelter)를 만들어 어떤 기후환경에도 선박건조가 가능하도록 했다. [사진=한진중공업 제공]


정철상 한진중공업 상무는 “넓이가 90만평이다 보니 물류 운반도 건조기술 못지않게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면서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는 레이아웃 설계가 상당히 잘됐고, 모든 부문이 효율적으로 구성됐다”고 자랑했다.

이는 우리나라 조선소의 단점만을 골라 반면교사로 삼아 만든 것으로 명실상부 한국 조선업계가 가진 최고의 기술력을 집약했다는 점에서 이견이 없다.

또 수빅조선소의 특징은 스콜 등 변수가 잦은 필리핀 기후에 맞춰 도크 전체를 덮을 수 있는 거대한 지붕 ‘셸터’(Shelter)‘를 만든 점이다. 이를 통해 24시간, 365일 언제든 조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회사 관계자는 “장기간에 걸쳐 건조하는 선박은 날씨도 변수 중 하나”라면서 “비가 잦으면 공정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어 이같은 아이디어를 냈다”고 전했다.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의 성공비결은 ‘현지밀착형 사회공헌’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가 2만TEU급 극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하는 등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게 된 배경은 땀흘린 현지화 전략이 적중했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가 완공 될 무렵이었던 2009년, 조선소 인근 부지 30만㎡를 매입했다. 당시 미 해군이 사용하던 군용부지를 인수해 조선소 운영에 문제가 없었지만, 조기 안정과 중장기 성장을 위해 현지 근로자의 주거 안정이 필수라고 내다봤다.
 

필리핀 수빅에 만들어진 한진빌리지 안에 위치한 가정집의 모습 [사진=수빅(필리핀) 양성모 기자]


‘한진 빌리지’로 불린 이 주택사업은 현지 근로자에게 파격적인 분양가와 저금리 장기상환(20~30년)의 특혜를 제공해 주거환경이 열악한 현지 주민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시켜 준 사업으로 환영받았다.

특히 한진 빌리지 입주식 당시, 필리핀 부통령과 수빅경제자유구역청(SBMA) 청장이 직접 참석해 입주를 축하하고 주민을 격려한 일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사업은 아직까지도 외국투자기업과 정부기관, 민간사업자간 상호협력을 통해 서민 근로자를 지원하는 모범적인 사회사업으로 회자된다. 현재 993세대를 1차 분양 완료했고, 2016년 3월까지 추가로 725세대의 주택을 더 지어 분양할 예정이다.

한진중공업은 가족과 인근 주민에 대한 다양한 의료지원도 나서고 있다. 적게는 연 2회 많게는 연 4회에 걸쳐 진행되는 의료봉사활동은 한진중공업 직원과 의료자원봉사단의 협업을 통해 진행된다.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는 의료봉사활동 등 다양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필리핀 현지인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필리핀 어린이가 치과진료를 받고 있다. [사진=수빅(필리핀) 양성모 기자]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의 의료봉사활동은 이미 입소문이 퍼져 멀리있는 지역 주민까지 찾고 있다. 경찰보호가 없으면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는 설명이다. 때마침 열린 의료봉사활동 현장에는 수백여명의 지역 주민과 아이들이 치과진료 등을 받고 있었다.

이 같은 현지밀착형 사회공헌 노력으로 수빅조선소는 지난 2013년 11월 산업통상자원부와 필리핀 투자청이 공동주최한 CSR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지난 9월에는 대한민국 주 필리핀 대사관에서 주최한 필리핀 진출기업 대상 CSR 우수기업 선정에서 대규모 고용 창출과 근로자 복지 증진의 공로를 인정받아 ‘화합과 상생’ 분야에서 단독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회사 관계자는 “필리핀은 세계 4위의 조선 대국으로 성장했고, 수빅조선소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조선소로 자리매김했다”며 “필리핀에서 40년 이상 사업을 진행하며 축적한 독자적인 노하우와 두터운 신뢰관계를 바탕으로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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