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조선소로 업그레이드한 한진중공업, 수빅에서 날개 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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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2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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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진의 쉼없는 조선업 도전기

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빅조선소의 야경 [사진=한진중공업 제공]


아주경제 양성모(필리핀 수빅) 기자 = 한진중공업의 해외현지법인인 수빅조선소(HHIC-Phil, 대표이사 심정섭)가 글로벌 조선업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부산 영도조선소가 ‘한진그룹’의 체질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면, 수빅조선소는 한진중공업의 제2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한진중공업이 계열분리되기 이전인 2005년전까지 한진그룹 입장에서 조선업은 기업의 가치를 한단계 끌어올리는 핵심역할을 담당해 왔다. 한진그룹은 항공과 물류업 중심에서 대규모 생산업종으로 추가 진출을 통해 제2의 도약을 갈망해왔기 때문이다.

당시 한진그룹이 옛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를 인수한 배경에서 알 수 있듯이, 한진그룹은 인수전 참여에 나선 1988년 당시 매출액이 3조원에 육박하며 재계 8위를 차지하는 대규모 그룹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제조업 기반보다 항공 및 운수부문에 특화돼 재계나 국가, 국민들로부터 생산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했고, 덩치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조선공사를 인수한 뒤 육‧해‧공을 망라한 세계적인 종합수송 및 제조업체로 발전했으며, 생산적인 그룹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다.
 

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 필리핀인 근로자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진중공업 제공]


한진중공업은 2005년 계열분리 이후, 수빅조선소를 통해 제2의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화려한 부활에 나섰다. 올들어 수빅조선소의 잇따른 초대형 선박 수주와 함께 수익성도 개선세를 이어가면서 글로벌 조선업 불황에도 오히려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수빅조선소가 완공 6년만에 100번째 선박 건조에 착수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형조선소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소의 해외 현지법인 중 신조선 분야에서 100척 건조 실적을 달성한 것은 수빅조선소가 처음이다.

수빅조선소는 지난 2009년 필리핀 수빅만에 완공된 총 면적 300ha의 필리핀 최대 조선소다. 길이 550m, 넓이 135m의 초대형 도크와 총길이 4km에 이르는 10개의 안벽을 포함해 골리앗 크레인과 자동화 시설 등 최첨단 설비를 갖췄다. 조립량은 연간 약 60만t 수준이다.

특히 지난 2007년 1호선 건조에 착수한 이래 지금까지 컨테이너선, 탱커선, 벌커선을 비롯한 다양한 선박과 육상 플랜트, 해상 플랫폼 설비 등을 포함해 95척을 인도하는 성과를 거뒀다.

수빅조선소는 2009년 조선소 완공 이후 43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컨테이너선을 비롯한 6600TEU급의 중형 컨테이너선과 11만t급 원유운반선, 18만t급 벌크선 등을 건조해 왔다.

그러나 생산성이 높아지고 기술력이 축적되면서 2013년 들어 20만t급 벌크선 건조에 이어 30만t급 VLCC(Very Large Crude oil Carrier; 초대형 원유운반선)와 1만 TEU급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글로벌 조선소로 발돋움했다.

지난해에는 3만8000㎥급 LPG(액화석유가스) 운반선과 1만1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착공을 시작으로 초대형선 및 고부가가치선 시장에 진출했다.

올 4월에는 프랑스 최대해운사인 CMA-CGM으로부터 세계 최대급인 2만600TEU급 극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 3척을 수주하는 쾌거를 거뒀다. 현재까지 총 인도금액만도 약 52억 달러에 달하며, 10월말 기준 수주 잔량은 총 1463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를 기록해 글로벌 15위에 이름을 올렸다.

극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한 수빅조선소는 조선업 분야에서 새로운 역사를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5월 영국의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4월 한달간 필리핀 조선소의 수주량은 59만CGT로, 당시 우리나라가 기록한 53만CGT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필리핀이 월간 수주실적에서 한‧중‧일 3강구도를 깨고 세계 1위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었다.
 

한진중공업 수빅 조선소에서 건조한 LPG선의 시험운항 모습[사진=한진중공업 제공]



한진중공업이 필리핀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수주 환경에서 협소한 영도조선소 부지를 대신하기 위해서다. 또 저렴한 인건비를 통해 가격경쟁력에서 우위에 올라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필리핀 현지 인건비는 500만원(연간기준)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약 10%선에 불과하다. 이는 중국 1200만원(연간)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또 세계 최대 규모의 도크를 바탕으로, 초대형 상선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가 기대됐다.

한진중공업은 부산 영도조선소의 협소한 부지로 인해 초대형 상선시장 수주에 참여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수빅조선소를 완공한 뒤 영도조선소는 고부가선종을, 수빅에서는 초대형 상선을 건조하는 투트렉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수빅의 결실은 올 3분기 영업실적에서 나타난다. 한진중공업은 2일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5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우리나라 조선 빅3가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조단위의 적자를 기록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올 4분기에도 수빅발 훈풍으로 흑자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와 부산의 연구개발(R&D)센터, 영도조선소를 연계 운영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및 LNG선을 건조하고 해양플랜트 사업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심정섭 수빅조선소 사장은 “세계경제 불안으로 조선업이 어려움을 겪지만, 본격적인 업황 회복세를 타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수빅조선소가 다시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수빅조선소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조선부문 핵심사업장으로 육성하고, 영도조선소는 상선과 특수목적선에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세계적인 조선사로 발전할 것”이라며 “당당한 글로벌 조선사로 자리매김한 만큼,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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