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탄생 100주년]“시련과 실패의 차이는 ‘포기’하느냐 마느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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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2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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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산과의 가상 인터뷰 (6)

현대울산조선소 건설현장에서 처음 수주해 건조중인 유조선을 배경으로 김성곤 당시 국회재무위원장,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왼쪽 다섯번째부터)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중공업 그룹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11월 25일은 아산(峨山)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한국 기업가 정신의 최정점에 있는 그가 현역에서 활동했던 시기는 한국경제가 고도의 성장을 거듭했다. 축복된 자리이지만 2015년 한국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기업가 정신마저도 쇠퇴해 버렸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만약 아산이 살아 있다면, 지금의 현실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을까?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상 인터뷰로 정리했다.

- ‘실패’와 ‘시련’의 차이는 무엇인가?
▲= 아마 저에 대해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말이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가 아닐까 싶다. 저는 생명이 살아 있는 한, 실패는 없다고 생각한다. 죽지 않고 신체 건강하게 살아만 있다면 잠시 시련을 겪을 수는 있지만 완전한 실패는 없다.
저는 실패와 시련의 차이는 ‘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거나 위기의 상황을 맞이했을 때, 좌절하고 포기해버린다면 그것은 실패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시련이다.

아무리 성공적인 삶을 살고 수많은 업적을 남긴 사람이라고 해도 시련 없이 성공만 해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그들의 성공을 들여다보면 그 사이사이에 시련이 촘촘하게 박혀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인생이란 시련의 연속이다. 연속되는 시련과 싸우면서 그것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우리의 삶이다. 마이너스가 있어야 플러스도 존재의 의미가 있듯이 시련이 있어야 성공도 의미가 있다.

조선사업에 뛰어들어서 조선소를 지어가면서 동시에 배 두 척을 건조하는 도전을 성공하고 나서 기쁨을 제대로 즐길 틈도 없이 오일쇼크가 몰아닥쳤다.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물동량이 줄어들고 해운업이 불황에 빠졌다. 그 여파가 조선업에 미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게다가 우리가 간조한 배는 유조선이었다. 오일쇼크로 전 세계 에너지 수입국들이 유류 소비를 줄이면서 이미 운항되고 있던 유조선도 남아도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수주를 받은 12척의 대형 유조선 중에서 3척이 취소 또는 인수 거부당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야말로 시련이 닥쳐온 것이다.

취소된 세 척 중에서 이미 한 척은 완성된 상황이었고 두 척은 건조 중이었는데, 임원들로부터 건조를 중단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나는 자금난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건조를 강행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들어간 비용이 아깝기도 했지만 이 시련에서 좌절하지 않는다면 분명히 극복할 방법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 해답은 현대상선이었다. 우리가 그 배를 이용해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자는 게 시련을 극복하는 방법이었다. 지금까지는 원유 수입을 모두 외국 회사들에게 의존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쓰는 기름은 우리가 실어 나르자는 생각을 했고 인수가 취소된 세 척의 대형 유조선이 그 시작이 된 것이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것을 실패가 아닌 시련으로 삼아서 성공을 거두려면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 필요하다. 포기하지 말라는 것은 반드시 처음에 계획했던 그대로 무작정 밀고 가라는 것이 아니다. 수주 받았다가 취소한 유조선으로 해운사업에 뛰어드는 것처럼 필요하면 방향을 전환할 수도 있다. 직선으로 쭉 뻗은 평탄한 길로만 가면 새로운 방향으로 눈을 돌리지 못하고 앞만 보는 관성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눈앞에 장애물이 생기면 이를 넘어가거나 돌아가기 위해서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시련을 겪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에서 예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경우를 저는 여러 번 겪었다.

새로운 도전에는 ‘수업료’라는 게 필요하다. 시련 없이 순조롭기만 한 일은 도전이 아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도전하면서 성공의 길로 갈 수 있다. 언제나 시련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시련을 피하지 말고 책임질 준비를 하고 있다면 정말로,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을 것이다.
<출처: 현대경제연구원(2011), ‘정주영 경영을 말하다’, 웅진씽크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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