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아주스타] 신승훈, 감성은 줄고 스킬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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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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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사진=도로시컴퍼니]

아주경제 조성진 기자 = 셀 수 없이 많은 색채가 있지만 인간은 그중 약 200여 가지의 색상을 알아챌 뿐이다. 하지만 200여 가지의 색상 조차 일일이 언어로 표현하긴 무리가 따른다. ‘붉은’과 ‘불그스레한’이 다르듯 색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만큼 어려운 작업도 없다. 웨일즈어에는 파랑과 회색, 초록색을 한 단어로 묘사하고 스와힐리어는 갈색과 노랑, 빨강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 지구상의 그 어떤 언어로도 색을 정확히 표현할 수 없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색을 보는 행위는 외부가 아니라 마음속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보이는 색은 ‘흡수’되지 않고 ‘반사’되는 색이다. 거부되는 색을 보면서 바나나는 노랗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노란색을 뺀 모든 색인 것이다.

발라드라는 장르도 수만 가지 색만큼 감정의 미묘한 상태를 연출한다. 어떻게 본다면 발라드는 감정을 표현하는 기본적인 장르이며 따라서 자신의 감정이 잘 묻어있는 상태에서 듣는 이에게 아날로그적 감성을 촉발시켜 공감을 얻는 것이 목표일 수 있다.

신승훈(47)에겐 발라드가 마치 그를 위한 맞춤복 같은 느낌이 들만큼 자연스럽다. ‘발라드의 황제’라는 닉네임이 나올 법하다. 무엇보다 그가 부드럽고 따뜻한 음색을 타고났다는 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음 하나에서라도 마음이 느껴질 만큼. 언어로는 확실하게 표현하기 힘든 다양한 음색의 소유자, 거기에 자연스러운 진성과 부드러운 가성으로 더욱 숙성된 발라드만의 매력을 전해준다.

그의 노래엔 여백이 있다. 그 여백은 굳이 그것을 채워야 완성되는 류의 공허함이 아니라 빈 듯한 느낌 자체가 공간적인 여유를 느끼게 하는, 그래서 더욱 아날로그적인 감성적 여유가 느껴진다. 결국 그 여유는 내공이다. 오랜 연륜에서 나오는 깊이 같은 것 말이다.

신승훈이 9년 만에 11집 ‘아이엠 앤 아이엠’을 발매했다. 가장 큰 변화는 발성이다. 육성으로 감성을 전달하던 예전과는 달리 이번엔 상당부분 발성에 의존하고 있다. 발성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다보니 고음 구사도 오히려 예전보다 더 좋아졌다. 나이가 들수록 고음역을 소화한다는 건 힘든 일임에도 불구하고 신승훈의 경우 고음처리가 더욱 편하고 자연스러워졌다. 이것만 봐도 노래 스킬이 예전보다 좋아진 걸 알 수 있다. 연습을 무척 많이 하고 컴백한 것으로 보인다. 신승훈이 대단한 노력파라고 여겨지는 단적인 예다.

김명기는 “소리를 띄우는 연습을 많이 한 것 같다”며 “낮은 배음 빼고 윗 배음을 살리는 쪽으로 발성이 변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렇게 소리를 위로 띄우다보니 신승훈만의 매력적인 육성도 많이 사라졌다. 색을 다채롭게 입혀 감성적 볼륨감을 더해주던 예전과 달리 신보에선 소리를 가볍게 툭툭 던지듯 스트레이트한 표현법을 보인다. 물론 이런 경향은 최근의 대중음악 보컬 트렌드를 따르는 것이지만 바로 이 때문에 신승훈만의 애절함이 묻어나는 감성적 발라드 구현에선 멀어졌다. 신보 수록곡이 전체적으로 어색하게 들리는 이유다.

그럼에도 젊은 가수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 새로운 발성을 시도하며 자신을 변화시키려 한 점은 신승훈이 꾸준히 진화를 위해 갈망하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다시 젊어지려는, 그리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장의 귀환은 비록 아직까진 어색하게 다가오지만 다음 앨범에서 보다 진전된 형태로 업그레이드되리라 기대해 본다.

문화연예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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