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Talk] 지드래곤 미술관 습격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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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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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지드래곤 전시/ 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 "저를 통해서 예술을 모르는 대중들이 작품에 쉽게 다가설 수 있었으면 한다."(지드래곤)

 "청소년, 젊은 관객을 받아들이고자 한다. 지디를 통해 미술의 저변 확대를 꾀하려는 것이다. (김홍희 관장)

 서울시립미술관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9일 개막하는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PEACEMINUSONE: Beyond the Stage)전 때문이다.

 지드래곤이 (굳이) '현대미술, 영매'를 자처하며 나선 이 전시, (아니 정확히 말해) YG엔터테인먼트가 기획한 이 전시가 '예술이냐, 상업이냐'는 것.  

 '예술이냐, 상업이냐'는 이미 예술계에서는 해묵은 논란.  파격과 낯섬에 '돈 냄새'까지 진동하면 둘중 하나다. 뜨거나 가라앉거나.

 8일 언론에 공개한 지드래곤 전시는 그야말로 '돈 냄새'가 가득했다. 미술관 김홍희 관장이 "(밝히지 않았지만)막대한 예산이 들었다"고 할 정도다. 이날 지드래곤은 '조용필'처럼 늦게 나타났다. 관장과 작가들이 자리에 모두 착석해있고, 100여명 넘는 기자들이 자리에 앉아서 목을 빼고 있을때, 빨간 머리를 한 그가 등장하자, 곧 바로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자신을 통해 "동시대 한국미술을 해외에 알리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미술관의 영웅같은 대접때문일까.  '영원한 건 절대 없어' 노래 제목처럼 삐닥하게 앉아 턱을 괴기도 하며 마이크를 잡았다.  컬렉팅은 어떻게 하느냐, 어떤 작가를 좋아하느냐는 '거창한 질문'에 귀청은 약한 듯 했다. "못알아들었고, 뭘 질문했냐"고 재차 묻기도 했다. 

데뷔 10년차, 26세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의 씀씀이는 또래 청년들과는 파격행보다. 소장한 그림이야 큰 맘먹고 구입할수도 있다. 전시장에 그가 소장한, 그의 예술세계라는 것은 '비싼 물건의 세계'다. 지드래곤이 심미안을 갖고 구입했다는 장 프루베의 가구는 그가 평소 사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시급~' 하며 '알바 천국'에서 뛰는 또래 친구들에 비하면 무리일까.
 그 가구는 의자 하나만도 수백만원대다.  10년간 춤추고 노래한 한류 스타의 '가오'라면 봐줄만하다.  그 침대같은 의자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거 좋다. 개(인)취(향)이니까.

 하지만 그것이 미술관에 들어왔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상품도 예술로 둔갑시키는 마법같은 곳이 미술관이기 때문이다.   외관이 멋진 최신 'DDP'대신 오래된 '미술관'을 택한 이유일 것이다. 지 드래곤의 의상과, 지드래곤의 사진박스가 있고 작품과 뒤섞인 전시장은 어둡게 연출됐다. 신비보다, 은폐에 가까운 분위기다. 호텔이나 면세점에 꾸민 '한류 스타관'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나 할까.

 국내 미술시장 스타작가들도 참여한 전시는 지드래곤 들러리에 나선 분위기다. 작품은 안보인다. 이쯤되면 자본주의 쿠테타다.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PEACEMINUSONE: Beyond the Stage)'라는 타이틀이 말해주듯, 대중가수가 들이댄 돈 다발에 예술이 엎어진 꼴이다. '혁명의 시대'다. 전시 작품에 '방&리'의 '깊은 한숨'이 말해준다. '혁명도 결국 마케팅, 만들어진다'는 것을.

 "이 전시를 한 바퀴 돌아보고 나면, 인간 권지용, 가수 지드래곤에 대해 매체에서 나타나는 단편적인 모습 이외에 내면의 모습이나 생각을 보다 다층적으로, 더 가까이에서 보고 조금 더 친밀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는 지드래곤 말은 자신을 포장한 솔직한 고백이다. 전시장에는 지드래곤을 위한 회화 조각 영상 건축등 200여점이 전시됐다.

 '스타 상품'으로 확장세인 YG엔터테인먼트는 이 행사를 "순수예술문화사업의 첫 사례"라고 했다. 그런 측면에서 무대를 넘어 미술관으로 진격한 사업은 영악한 승리다. 미술관에서 행세한 이 전시를 들고 상해 홍콩등으로 해외순회전을 나선다고 한다. 특히 YG는 전시가 끝난 뒤 모든 작품을 구매하기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상업전시의 시험 무대로 이용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시립미술관이다.  임근혜 큐레이터는 "이 전시를 수용하기까지 매우 신중하게 검토됐다"고 했다.  YG의 제안을 받고 수개월을 검토했고, 미술계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받아 진행됐다는 것. 
 '원로도 아니고 한창 인기있는 20대 뮤지션이 문턱도 높고 진입 장벽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순수미술 분야'에서 장르의 경계를 넘어서기까지의 고민한 흔적은 여기까지였다. 
 
 결국,김홍희 관장이 주창하는 '포스트 뮤지엄'에 굴복했고, "지디를 통해 현대미술을 소통하고 미술대중화를 확장하겠다"는 자위를 한 것이다. 

 백남준에 의해 미술계로 발을 들인 김홍희 관장은 백남준을 팔았다. "1980~1988년 백남준 선생은 과거 스포츠 인구를 미술로 끌어들인다는 의미로 예술과 스포츠의 칵테일을 주창한바 있다"며 "이번 전시는 포스트모던 큐레이션의 좋은 사례라 본다"고 자평했다.
 

[권오상이 만든 지드래곤./사진=박현주기자]


 "스타의 힘으로 관람객을 끌어들이려 한다"거나 "시민의 세금으로 상업전시를 한다"는 비난에 대해  김홍희 관장은 시민을 내세웠다. '머니게임'에 판을 깔고 합세한 김 관장은 "공동기획과 공동배분"으로 이뤄졌음을 강조하며 "결과가 좋으면 서울시 세입으로 들어가 많은 시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또한 "미술관이 단지 미술인들의 공간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공유할수 있는 문턱 낮은 시도, 거리 좁히기를 시도했다고 이해해달라"는 부탁도 했다.

김 관장은 "'살아있는 아이콘'을을 활용해 블록버스터급 우리 전시를 할수 있다는 자부심"도 보였다. 
지드래곤에 기댔다는 지적에 "GD를 미술관에 가져온 것은 실험이다"며 "시도 없이는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시장보다 미술관 마당에 설치된 '티켓 박스'가 압권이다.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검은 돈통'으로 보인다. 입장료는 일반 1만3000원. 청소년도 1만1000원. 어린이에게 8000원도 받는다.  그동안 서울시민을 위한 미술관의 전시는 무료거나, 3000원 정도였다.  

 '입장료가 비싸다'고 하자 김홍희 관장은 "이런 식으로라도 미술관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 공공미술관으로서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탈관행, 탈제도' 미술관이라는 뜻을 담은 '포스트 뮤지엄'덕에 미술관에서 조차 대접 못받는 '돈 없는 미술인'들의 한숨은 깊어진다. 
 
[서울시립미술관 마당에 설치된 지드래곤 전시 티켓박스. /사진=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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