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중국비즈](31) "13억 중국인을 독자로" 중국 출판시장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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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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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
 

중국 도서 출판시장 동향[그래픽=아주경제 김효곤 기자]


①13억 중국인을 독자로 이끄는 텐센트
 

[텐센트]

"전 국민 독서문화를 제창하고 책 냄새 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지난 달 1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발언이다. 중국 지도부는 2년 연속 양회 정부공작 보고에 ‘전국민 독서’란 문구를 삽입했을 정도로 독서 친화적인 사회를 제창하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115명의 양회 대표들이 '전국민독서촉진 조례'를 제정하자는 안건을 내놓았다. 공자탄신일인 9월 28일을 전 국민 독서의 날로 정하고 독서기금을 만들어 우수 서적을 널리 배포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한해 중국에서 출간되는 도서 수는 80여억권. 그에 비해 중국인의 연간 독서량은 저조하다. 2013년 기준 중국인의 연간 독서량은 종이책 기준 평균 4.77권에 달했다. 전 국민 독서율은 57.8%에 그친다. 2012년보다 2.9% 포인트 늘어났지만 여전히 일본이나 한국 등 주변국을 밑도는 수준이다.

중국 작가 위화(余華)가 '열독'이라는 제목의 수필에서 “문화대혁명이 막을 내렸을 당시 군중들이 책을 사기 위해 신화서점 앞에서 밤새 줄을 서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옛말이 됐다”며 오늘날 중국의 독서 문화를 한탄한 이유다.

열악한 독서 문화 속에서 13억 중국인을 독자로 이끌고 있는 기업이 있다. 중국 대표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와 바이두다.

무엇보다 이들은 종이책에 한정된 전통적 독서 개념을 전자책으로 넓히는 데 기여했다. 중국인들이 모바일이나 태블릿PC 등으로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독서 플랫폼을 확장했다.

특히 텐센트는 8억 명의 QQ 메신저 이용자와 4억 명의 위챗 이용자 수를 기반으로 ‘문학제국’을 건설 중이다. 지난 1월에는 거대 인터넷출판 공룡을 탄생시켰다. '텐센트 문학'이 중국 대표 인터넷문학 기업인 '성다문학(盛大文學)'을 합병해 웨원(閱文)집단을 설립한 것. 웨원은 ‘글을 읽는다’는 뜻이다.

현재 웨원집단이 보유한 문학작품 수는 300여만개에 달해 중국 인터넷 문학 시장 80%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모옌을 비롯한 200여명의 유명 작가들도 거느리고 있다. 마치 문학계의 거대 연예기획사 같다. ‘보보경심(步步驚心)’, ’나혼시대(裸婚時代)’, ‘지청춘(致靑春)’등 영화나 드라마로 리메이크 돼 성공한 작품들 대부분이 웨원집단에서 나왔다. 웨원집단의 연간 수익은 20억 위안에 달하고 있다.

웨원집단은 인터넷문학 뿐 아니라 일반 출판사들과 전자책 컨텐츠 교류 협력을 강화하면서 순수문학으로까지 영토를 확장 중이다. 올해에만 1억 위안이 넘는 자금을 비(非)인터넷 문학작품 저작권 구매에 사용할 예정이다.

웨원집단은 앞으로 중국에서 가장 풍부한 컨텐츠와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어플로 발전하겠다는 포부다. 중국인에 맞는 '중국판 킨들' 같은 전자책 리더기도 만들 계획이다.


②24시간 서점 등 활로 모색하는 책방들

지난 2013년 미국 CNN이 선정한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2014년 영국 BBC가 선정한 '세계 10대 아름다운 서점'인 난징 셴펑(先鋒)서점 분점이 연초 폐점됐다.

가뜩이나 임대료, 인건비 상승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던 오프라인 서점들이 전자책 보급과 온라인 서점의 인기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

이처럼 대다수 서점이 불황으로 문을 닫고 있는 가운데 선방하는 서점도 있다.

중국 베이징 시내에 24시간 운영하는 싼롄타오펀서점.[사진=중국 CCTV 웨이보]


베이징 싼롄타오펀(三聯韜奮)서점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 중국 베이징 둥청(東城) 구에 24시간 서점을 개장했다. 첫날 밤 9시부터 11시반까지 매출이 6170위안(약 100만원)에 달했다. 2014년 한해 매출액은 2000여만 위안으로 전년의 두 배로 뛰었다. 리커창 총리가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이 서점 직원 모두에게 격려 편지를 보내 더욱 화제를 모았다. 4월에는 칭화대 인근에 분점도 낼 계획이다. 싼롄타오펀서점은 중국 베이징의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팡숴서점[사진=바이두]


지난 2011년 11월 중국 광저우 한 쇼핑몰 에르메스 매장 옆에 오픈한 팡숴(方所)서점도 새로운 컨셉의 서점이다.

1800㎡ 면적의 팡숴서점은 고딕 양식의 세련된 실내 디자인과 차분하고 따듯한 분위기, 향긋한 커피 향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이다. 서적 뿐만 아니라 뷰티, 패션, 의류,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각종 문화행사도 연다.

우리나라 서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중국인들에겐 매우 신선하게 다가갔다. 광저우 시민들은 팡숴서점에 열광했다. 현재 한달 도서류 매출만 150만 위안이 훨씬 넘는다. 이는 서점 전체 매출의 35%만 차지할 뿐이니 한달 매출이 족히 500만 위안은 넘는 셈이다. 팡쒀서점은 현재 청두·충칭에도 잇달아 분점을 개설하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③키워드로 읽는 중국 출판시장

최근 중국 출판계 3대 키워드로 미디어 셀러, 소황제, 시진핑(習近平)과 마윈(馬云)을 꼽을 수 있다.

▲미디어 셀러

[영화·드라마가 히트를 치며 원작이 인기몰이 하는 이른바 '미디어셀러'가 중국 출판계를 휩쓸고 있다. (왼쪽부터) 드라마 '하이생소묵', 영화 '귀래', 영화 '늑대토템' ]


TV셀러, 스크린셀러, 웨이보(SNS) 셀러. 최근 중국 출판시장에서는 '미디어 셀러'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연초 중국 대륙에서 방영된 로맨스 드라마 ‘하이생소묵(何以笙簫默)’은 대히트를 쳤다. 드라마 방영과 동시에 구만(顧漫)이 2003년 출간한 동명의 원작소설이 중국 베스트셀러 차트 순위 1위로 순식간에 올라섰다. 소설은 현재 영화로도 제작 중이다. 중국 최고 인기 남성스타 황샤오밍이 출연하며 우리나라 아이돌그룹 EXO 멤버 타오도 까메오 출연한다.

지난해 중국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번 작가는 SNS 작가 출신인 장자자(張嘉佳)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정기적으로 올린 단편 연애소설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인기몰이하자 책으로 출간한 '너의 세계에서 지나가다’가 대박을 쳤다. 지난 한해 400만권이 넘게 팔리며 총 1950만 위안을 벌어들였다. 중국 영화계 거장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은 장자자 소설로 영화 ‘파도인(擺渡人)’을 제작 중이다.

지난해 5월 흥행 돌풍을 일으킨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영화 ‘귀래’ 역시 재미화교 작가 옌거링(嚴歌苓)이 2012년 초에 펴낸 장편소설 ‘육범언식 (陸犯焉識)’이 원작이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덩달아 원작도 베스트셀러로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한 해 판매량은 2012년, 2013년 총 판매량의 4배에 달했다. 지난해 아마존 중국 도서판매 차트에도 올랐다. 지난 2007년 출간돼 화제를 모았던 장룽(姜戎)의 소설 ‘늑대토템’도 지난해 프랑스 장 자크 아노 감독이 영화로 리메이크하며 다시 한번 인기리 판매 중이다.

▲소황제

매년 중국 출판시장에는 아동도서가 쏟아져 나온다. 아동도서 시장 규모는 100억 위안에 육박한다. 지난해 10% 이상 성장하는 등 중국 도서 출판시장을 지탱하는 주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소황제(小皇帝)'로 불리는 외동 덕분이다. 한 자녀 정책을 40년 이상 유지해 온 중국에서 학부모들의 자녀 교육열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

레이어우환샹의 아동 판타지 소설 시리즈 '찰리9세'


지난해 중국 작가 수입 순위에서 2, 3위에 이름을 올린 정위안제(鄭淵結)와 양훙잉(楊紅櫻)은 중국 유명 아동문학 작가다. 중국 베이징 독서정보기술유한공사가 발표한 ‘중국 도서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오프라인 서점 판매량 톱 10에  아동도서가 6개나 올랐다. 이중 젊은 아동판타지 소설 작가 레이어우환샹(雷欧幻像)의 ‘찰리9세(查理九世)’ 시리즈가 3개나 포함됐다. 양훙잉의 '소묘일기(笑猫日記)' 시리즈도 매년 판매량 톱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매년 1월 열리는 '베이징도서주문전(北京圖書訂貨會)'에서도 아동도서 주문량은 1억 위안이 넘는다. 올해 주문량도 전년 대비 20% 급등했다. 베이징도서주문전은 중국 각지 출판사들이 신간을 홍보하고 주문을 받는 중국 최대 도서박람회다. 중국 출판시장 흐름을 알 수 있는 풍향계라 할 수 있다.

▲시진핑·마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윈 알리바바 회장]


부패척결을 외치며 서민행보로 인기를 얻고 있는 시진핑 국가주석은 단연 출판시장에서도 ‘핫 피플’이다. 그가 과거 저장성 당서기 재직 시절 저장일보에 게재한 230여편의 칼럼을 묶어서 2007년 출판한 ‘지강신어(之江新語)’는 지난해 도서 판매량 2위에 올랐다. 지난 2월 중국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출판사가 시 주석이 자주 인용하는 고전 문구를 묶어 해석한 '시진핑용전(習近平用典)'은 초판 30만부가 이미 주문 완료되는 등 현재 정치도서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다.

출판계에서 ‘마윈 열풍’도 빼놓을 수 없다.  시장에 출간된 마윈 관련 서적은 모두 170여종. 특히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알리바바의 해’라 불려진 지난 해에는 마윈 관련 서적 58종이 쏟아져 나왔다. 매월 4종 이상의 '마윈 책'이 출시된 셈이다. 이중 우리나라에도 번역 출간된 '운동화를 신은 마윈'은 알리바바가 공식 인정한 유일한 책이다. 책 출간 후 중국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운동화를 신는 게 유행이 됐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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