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히말라야 이북(以北)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5-03-31 05: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정태인 주 투르크메니스탄대사
 

정태인 주투르크메니스탄대사[사진=외교부]

유라시아 지도를 바라보면 지정학적 구분의 필요성을 느낀다. 만리장성에서 히말라야로 이어지는 선을 긋고, 현재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를 구분하는 선을 그어보자.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던 중국과 인도가 하단에 있고, 시베리아를 따라 슬라브족의 러시아가 상단에 있다. 그 사이에 과거 투르크(돌궐)의 활동무대가 나타난다. 소위 유라시아 대륙이 삼분의 형세를 보인다.

러시아의 슬라브권과 터키-중앙아시아의 투르크권은 어찌 보면 우리 외교에 있어 콜럼부스의 신대륙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는 구소련이라는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으나 소련이 붕괴되고 냉전체제가 무너지면서 투르크메니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독립하면서 유라시아 내륙의 존재가 세계무대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중앙아시아가 떨어져 나옴으로써 양 지역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는 인상을 준다. 그래서 한국의 유라시아에 대한 접근은 러시아와 투르크 루트라는 두 갈래에 직면한다.

러시아는 주변 4강의 하나로서 북핵 포함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 역할이 있으며, 동북아 지정학적 구도 변화에 있어서도 중요한 존재이다.

나아가 한국이 필요로 하는 경제적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다. 영공통과 및 철도이용 등 물류측면에서 중요하고 에너지 자원 및 첨단 과학등 우리가 필요로 하는 기술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상품시장으로서도 가치가 있으며, 수산자원 공급원으로서도 중요하다.

동시에 한국은 투르크권에서 자원과 시장을 필요로 한다. 현재 유라시아 내륙의 출구 역할을 할 수 있는 항만은 이란의 반달압바스항(港)이다.

유라시아 내륙은 반달 압바스항을 통해 인도양으로 나가고 세계로 연결된다.

그러나 이란이 국제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물동량은 일부에 한정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으로의 연결은 외부로의 통로이기는 하지만 만족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육로로 아프가니스탄과 연결되어 있기는 하지만 정세불안으로 육로는 지속적인 이용에 문제가 있는 상황이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세계로의 출구가 열린다면 사마르칸트-마리(투르크메니스탄) 축의 중요성이 부활할 것이다. 

히말라야와 천산산맥 사이는 아직까지 유라시아 내륙의 중심부이다. 그 중심부에서도 사마르칸트-마리 축이 핵심이며 특히, 사통팔달 교차로인 마리를 통해 △ 카스피해를 건너가고 △ 이란을 지나 인도양으로 나가며 △ 아프가니스탄을 지나 인도로 간다.

몰론 역방향도 가능하다. 내륙의 에너지 자원과 여타 물자가 세계시장으로 이동하며, 또 시계시장으로부터 물자를 공급 받는다. 

한국 경제처럼 다양한 협력의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상황에서 투르크권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한, 투르크권은 한국과 역사·문화적 유대가 있다. 이러한 유대를 바탕으로 관계 증진을 도모하고, 서로가 필요한 것을 주고받으면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소위 '과거에서 미래의 창조'가 가능하다.

구소련 붕괴 이후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탄생했다.

투르크권의 맏형 격인 터키는 1992년 역사·문화적 동질성과 유대감을 바탕으로 투르크 6개국의 '터키어권 정상회의'를 결성했다. 항상 서로에 대해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정상급 협의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아세안(ASEAN) +1 은 한국에게 익숙한 협력의 메카니즘이다. 이를 터키어권 정상회의에 적용해 볼 수는 없을까. 소위 터키어권 정상회의 +1 구상이 가능하다.

한국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차관급 체널인 한·중앙아 포럼을 개최해오고 있다. 2014년 4월 8차회의를 개최했다.

중앙아시아의 중요성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각료급 회의를 거쳐 정상급 회의로 격상시키고, 나아가 한·중앙아 포럼 +1(터키)의 형식으로 발전시킨다면 어떨까. 가능한 구상이다.

조선왕조 600년은 북방을 멀리하고 배척했다. 현대사는 냉전으로 인해 북방으로의 접근을 막았다.

이제 냉전종식 이후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 한국의 관심과 의지에 따라 많은 것이 가능하다. 양극체제 경쟁에서 소련이 붕괴했다.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한국도 항상 대안을 마련하고 있어야 한다.

현재 한국은 중앙아시아에서 자원 개발 또는 자원 가공 플랜트 수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터키까지 연결되는 투르크권의 존재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할 이유이다. 

투르크권을 하나로 보면 1.5억 인구, 에너지 자원 다량 부존, 다양한 협력의 연대 등 많은 가능성을 가진 지역이다. 존재하되 보이지 않는 잠재력을 발굴하는 혜안을 가지고 미래를 개척하는 모습이 요구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