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윤병세 외교부 장관 신년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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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0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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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직원 여러분

진취적인 청(靑)의 기운과 온화한 양(羊)의 기운이 한데 어우러지는 을미년 청양의 새해 벽두에, 외교부 전 직원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합니다. 오늘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으신 외교부 직원 및 유관 기관ㆍ단체의 직원분들께도 다시 한번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양은 평화와 화합 및 화목을 상징하는 동물이라서 한자에도 선할 善, 아름다울 美, 상서로울 詳자에 모두 쓰이고 있습니다. 금년 한 해가 아름답고,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 상서로운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금년은 우리에게 있어 광복 70주년 이자 분단 70주년 이며,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또한 세계적으로는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이자 유엔창설 70주년이고, 독일 통일 25주년의 해 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금년은 우리에게나 세계적으로 각별한 의미가 있는 해입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사진=아주경제 DB]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외교가 당면한 국내외 환경은 냉전 후 그 어느 때 보다 엄중하다고 하겠습니다. 저는 지난 12월 영국 채텀 하우스 연설에서 우리 외교가 직면한 도전을 한반도, 동북아, 세계적 차원에서 다가오는 3중 파고에 비유한 바 있습니다.

유사한 맥락에서, 지난해 7월 Foreign Policy 인터뷰에서 브레진스키 박사도 현 국제질서의 성격에 대해“지금 거대한 혼란과 분열, 그리고 불확실성의 세계를 목도하고 있으며, 그것은 하나의 위협이 아니라, 거의 모두를 향한 수 없이 많은 다양한 위협들”이라고 갈파했는데, 우리 외교는 바로 이러한 도전들에 직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2년간 우리 외교는 이러한 도전들을 잘 극복하고 이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어 왔습니다. 대통령님께서도 지난 주 연말 핵심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국익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기 위해 우리 외교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억지해왔고, 정치 문제와 분리하여 인도적 지원을 제공해 왔으며, 개성공단도 정상화시켰습니다. 한반도 통일 관련 우리의 입장에 대해 주변 핵심국 및 전 세계로부터 지지를 확보하였으며, 통일 네트워크도 많이 구축했습니다.

주변 핵심국들과의 양자 관계를 역대 최상의 관계로 발전시켰고,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한중일 정상회의 제안 등 역내 소다자 협력을 주도했으며, APEC, ASEAN, ARF 등 다양한 지역 협력 노력에 기여하였습니다.

기후변화, 개발 협력 등 글로벌 문제 해결 과정에 적극 참여했고, 국민 편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외교에도 힘썼습니다. 그 과정에서 300여 회에 달하는 외교장관 회담 및 고위급 접촉을 가졌고, 정상 회담만도 60여회를 개최하는 등 우리 외교사에 전례 없이 광범위하고 활발한 외교를 펼쳤습니다.

친애하는 직원, 공관장 및 공관원 여러분

저는 취임사에서 현 정부 재임 기간 5년이 우리의 역사 발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제 신뢰외교는 3년차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마치 마라톤 경주의 중간 반환점을 돌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마라톤 경기에서 승패를 가르는 것이 후반부이듯이 향후 3년이 더욱 중요합니다.

정부도“3년의 혁신을 통한 30년의 성장 기반 마련”을 마련하고 그 성과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진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외교도 향후 30년을 넘어 우리 역사의 운명과 방향을 가르게 될 전환기적 변화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첫째, 분단의 역사를 마감하고 통일 시대를 열어 나가기 위해 더욱 강력하고 창의적인 외교를 펼쳐야 합니다. 북측의 의도와 전략을 면밀히 분석하고 적시에 대처하는 한편, 북핵 및 북한 문제를 남북 관계와 국제 관계의 큰 틀에서 전략적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한반도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도록 남북한간에 또한 국제사회와 함께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둘째, 동북아에서의 긴장상황을 능동적으로 풀어 나가야 합니다. 우리 외교의 근간인 한미 동맹을 강화시키면서,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조화롭게 심화ㆍ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한일 관계가 어둡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올바른 역사 인식을 토대로 수교 50주년에 걸맞은 관계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여야 합니다.

또한, 한중일 협력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한미일ㆍ한중일ㆍ한미중ㆍ남북러 등 기존 소다자 협력을 더욱 발전시켜야 합니다. 동북아평화협력 구상도 정부간 TRACK 1 대화를 심화하고 원자력 안전 등 실질 분야에서 협력을 구체화해야 합니다.

셋째, 지역 및 글로벌 외교 지평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신뢰외교 출범 이후 새롭게 구축한 8개 주요 지역협의체와의 협력 메카니즘을 보다 강화하고, 추가로 협력 채널을 개설해야 합니다.

우리가 비교 우위의 장점을 누리고 있는 개발협력, 기후변화, 무역자유화, 비확산 등 글로벌 잇슈 분야에서 기존의 주도적 역할을 더욱 확고히 해야 합니다.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하는 의료ㆍ보건 외교, 인도주의ㆍ인권 외교를 강화하고 글로벌리즘을 업그레이드 해 나가야 합니다.

넷째, 정상외교의 지평을 더욱 확대해야 합니다, 정부는 주변 핵심국, EU 및 ASEAN 등 전통 우방국을 대상으로 지난 2년간 정상외교를 펼쳐왔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는 지난달 중동 순방을 통해, 새해는“중동의 해”가 될 것임을 천명하였습니다만, 새해는“중남미의 해”도 되어야 합니다. 정상외교의 지평확대에 더하여, 지역별 그룹과의 새로운 형태의 정상외교도 추진되어야 합니다.

다섯째,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 외교를 더욱 활발히 펼쳐야 합니다. 대규모 사업 수주 지원, 방산ㆍ보건 의료 분야 해외 진출 지원, 해외진출 우리 기업 애로사항 해소, 수입 규제 대응, 기업 해외 활동에 유리한 법적ㆍ제도적 환경 조성 분야에서 구체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 성과를 거두어야 합니다.

여섯째, 보다 적극적인 공공외교를 펼쳐야 합니다.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더욱 많은 지구촌 이웃들이 우리나라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국민들과 국내의 다양한 이해 상관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정책에 대한 이해와 지지도를 높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재외국민 안전 분야에서의 예방외교가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위기가 발생한다면 신속하고 유기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보완ㆍ강화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내기 위해서는 과거의 틀에서 안주하는 것이 아닌 과거의 관행을 과감히 벗어나는 창의적인 외교를 추진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통일된 한반도, 평화와 협력의 동북아가 단순한 꿈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의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올 것입니다.


친애하는 동료 및 직원 여러분

장자에‘물의 쌓임이 두텁지 아니하면 큰 배를 질 힘을 갖지 못하고, 바람의 쌓임이 두텁지 아니하면 큰 날개를 떠맡을 힘을 갖지 못한다’란 말이 있습니다. 파도가 높고 바람이 거셀수록 오히려 더 큰배, 더 큰새를 담을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제, 한국 외교는 마치 큰 배와 같습니다. 더 이상 얕은 시냇물이나 강에서 운항할 수 있는 배가 아닙니다. 더 큰 바다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파고가 높고 바람이 거셀수록, 우리는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제가 APEC 각료회의에서 Richard Bach의 소설“Jonathan Livingston Seagull" 을 인용하여 강조한 것처럼, 한국 외교는 더 높고 더 빠르고 더 멀리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70년을 시작하는 출발점에 서서 우리 외교관들은 다시 한번 각오를 다져야 합니다. 시대적 고난 속에서 헌신했던 한 아버지의 삶을 다룬 영화“국제시장”이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자신감의 원천이 되는 것처럼, 우리 외교관들의 자세와 각오 또한 국민을 위한 헌신과 노력으로 똘똘 뭉쳐야 합니다. 그래서, 국민들로부터“ 더할 나위 없다”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기회 있을 때 마다 강조하는 말이지만, 외교관은 Present at the Creation, 항상 역사의 현장에 서 있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격무 속에서도 주인의식과 역사적 사명감을 가지고 외교에 임해주고 있는 여러분들이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한국의 위상을 만들어 가는 역사의 현장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고, 앞으로도 직원 한분 한분이 장관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정진해 주시기를 당부합니다.

다시 한 번 을미년 새해 여러분 개인과 가정에 건강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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