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못 넘은 한국금융] 증권사 잇단 해외진출 좌절 해법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4-12-25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이수경ㆍ류태웅 기자 = 증권업계 해외진출은 참 오래된 숙제다. 이미 포화상태인 내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데 모두가 동의하지만, 자금력이나 업력이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더 이상 준비를 늦추거나 뒤쳐진다면 만회할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다.

◆"해외법인장 대부분 중국어 몰라"

글로벌 시장에서 잇단 실패는 이미 예견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경희대 교수)은 25일 "문화를 제대로 파악해야 현지화도 가능하다"며 "법인장 대다수가 중국어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파견되는데 어떻게 제대로 사업을 하겠느냐"라고 지적했다.

해외진출 어려움을 규제 탓으로만 돌려서도 곤란하다. 링에 오르기 전부터 링이 얼마나 큰지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처럼 완전개방된 시장에서도 우리 증권사가 진출해 성공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며 "중국 정부가 당장 규제를 풀더라도 제대로 일할 회사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일찌감치 해외시장에서 쓴맛을 봤다. 이 회사는 2020년까지 '글로벌 톱10 진입'이라는 목표 아래 2009년부터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렸다. 삼성증권 홍콩법인은 2009년 상반기에만 자본금을 1억 달러 증자했다. 직원 수도 애초 9명에서 126명까지 불어났다.

그러나 삼성증권 홍콩법인은 2011년까지 3년 동안 1억1000만 달러(약 1200억원)에 달하는 누적손실을 냈다. 결국 삼성증권은 2012년 현지 중개업무 중단을 비롯한 전면적인 업무축소를 단행했다. 삼성증권 홍콩법인은 아직도 연결실적에 부담을 주고 있다. 홍콩법인은 2013년 11억원대 손실을 기록했다. 그나마 올해 1~3분기에는 3억원대 수익을 올려 흑자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우리투자증권은 2013년 중국 베이징에서 리서치센터를 철수한다고 밝혔다. 비용절감 차원에서 점진적으로 사업을 축소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2008년 국내 증권사 가운데 처음 해외에 리서치센터를 열었지만, 결국 5년만에 문을 닫았다.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도 홍콩법인 청산에 들어갔다. 홍콩법인 순손실은 2012년 5억원에서 이듬해 13억원으로 늘었다. KTB투자증권이나 현대증권은 2013년 초 각각 중국, 일본에서 사무소를 철수시켰다.

중국은 아직 진입장벽이 높다. 증권사에 비해 그나마 규제가 덜한 자산운용사도 대부분 중국 본토에서 합자 형태로 일한다. 본사 철학이나 전략을 100% 펼칠 수 없다는 얘기다.

해외 현지법인이라고 부르기는 해도 규모가 작아 실적을 논하기 어려운 곳도 많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발도상국일수록 지점영업 비중이 크고, 중국도 마찬가지"라며 "직접 지점영업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즈니스 확대는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시장 점진적 개방은 긍정적

정부도 뒤늦게 금융사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7월 해외로 진출하는 금융사에 대해 유니버설뱅킹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사가 은행이나 증권 같은 업권별 칸막이 없이 모든 업무를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증권사나 보험사가 해외 은행을 소유하는 것도 허용된다. 단, 이를 통해 국내에서 우회적으로 영업을 하는 행위는 금지됐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달 8일 한 정책심포지엄에서 "해외시장 개척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정부도 금융 세일즈 외교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점진적인 시장개방 방침을 내놓으면서 진출이 더 수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원ㆍ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이나 위안화적격해외기관투자자(RQFII) 자격 부여로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 증권업계도 여기에 맞춰 준비하고,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직은 현지화보다 부동산 투자에 더 힘을 쏟는 모습이다.

그 선두에 서 있는 회사가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이 회사는 2006년 중국 상하이 푸동에 위치한 31층짜리 빌딩을 2600억원에 매입했다. 현재 미래에셋타워로 불리는 이 빌딩은 업계에서 1조원 이상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브라질 상파울로와 미국 시카고, 워싱턴DC, 호주 시드니에서도 총 6개 부동산을 사들이며 해외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이 회사는 11월 말 기준으로 부동산과 사모펀드(PEF), 특별자산 설정 규모가 6조원으로 업계 1위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은 분명 고성장하고 있고, 한ㆍ중 양국 간 무역거래 비중도 크다"며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