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의 갤럭시노트] '펀치', 될성부른 나무의 떡잎을 알아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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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1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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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방송 화면 캡처]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다. 이제 겨우 2회 방영된 드라마를 보고 웬 호들갑이냐고 하겠지마는 SBS ‘추적자’ ‘황금의 제국’을 집필한 박경수 작가의 작품이라면 그다지 과장된 표현은 아닐 것이다.

권력을 둘러싼 암투를 현실감 있게 풀어내는데 특출난 박경수 작가는 이번엔 검사를 선택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딸을 구한 은인도 버리는 검사 강래원은 조재현을 검찰총장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창창한 앞날만이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악성 뇌종양으로 6개월 시한부를 판정받았다. 그와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은 전처 김아중. 겁 없이 검찰총장의 친형 비리를 캐며 정의를 외친다.

“죽음을 앞둔 김래원은 지난날을 반성하며 김아중과 세상을 바로 잡기 위해 친형처럼 모셨던 조재현과 치열하게 싸운다”는 이 간단한 줄거리는 드라마에서 ‘작가주의의 걸작’을 탄생시킨 박경수 작가를 만나 힘을 얻는다. 주인공 김래원 김아중 조재현은 물론이고 최명길 김응수 박혁권 등 이름만으로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출연진은 대본에 힘을 싣는다.

1, 2회에서 그려진 김래원과 조재현의 뜨거운 우정은 작품 후반 그려진 두 사람의 대립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요소다. 김래원이 조재현의 앞길을 막는 김아중에게 “양육권을 뺏겠다”고 협박하거나, 김래원의 뇌종양을 알게 된 조재현이 “미안하데이. 내 뒤 닦느라꼬 휴가 한번 못 가지 않았나. 일만 죽도록 해서 그 병이 그렇게 커진 것 같데이. 니는 내 죽으면 내 관 들어줄 사람이데이. 니 죽으믄 나 절대로 니 상가에 안간데이. 조화도 안보낼끼다. 부조도 안 하고. 니 죽으믄 안된데이”라며 더운 눈물을 흘릴 땐 두 사람의 우정이 부러울 정도다.

악덕한 인물도 밉지가 않다. 묘 이장비로 대학 등록금을 내고 어머니 무덤을 수장시킨 조재현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어머니가 잠긴 댐가에서 소주를 홀짝인다. ‘공안검사로 수많은 조작사건을 만든 일을 반성하지 않고 검찰 내 파벌을 만들어 자기 사람을 주요보직에 앉힌’ 그의 권력에 대한 눈먼 욕심이 이해되는 이유다.

좋은 대본과 준수한 출연진으로 중무장한 떡잎이 드라마에서 끝나지 않은 위 세계의 진짜 어둠을 올곧게 그려내 권력의 칼을 쥔 그들에게, 그리고 그렇고 그런 드라마에게 강한 한 방을 날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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