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못넘은 5대그룹]성공보다 실패···어려운 중국시장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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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0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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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리장성 못 넘은 5대그룹 중국진출 명암 (1)

[그래픽=임이슬기자 90606a@]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매월 결산 때면 손실을 줄이는데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습니다.”

국내 주요그룹 중국 사무소에서 지사장 비서로 일했다가 그만두고 최근 한국으로 유학을 온 조선족 직원은 지난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일했던 회사의 중국사업 현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 사무소는 설립 직후부터 적자였다. 제품이 기대보다 팔리지 않은데다가 판매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컸다. 거래처로부터의 대금 수급도 원활하지 못해 모든 직원들이 돈을 받으러 돌아다니기도 했다”며, “결산일 마다 하는 일은 회계서류에 이 같은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직원은 “그런데, 한국 본사에서는 담당직원과 일부 최고 경영진들을 제외하면 중국 사업 현황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잘되고 있다는 회사 말만 믿고 있었다”며, “중국 사무소장은 틈나는 대로 직원들에게 절대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말했다. 중국 사업이 어렵다는 소식이 새어 나가면 중국보다 한국에서 회사 이미지가 나빠진다고 한다”고 전했다.

매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이 기업은 신사업 발굴은 물론 다른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제품 판매 대행까지도 추진했다고 한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는 올리지 못했다. 중국 시장 환경은 실시간으로 변하고 있어 중국 사무소가 권한을 갖고 대응해야 하는데, 한국 본사의 의사 결정권한이 여전히 막강하다는 것이다. 그는 “현지 상황을 정보로 취합해 한국에 수시로 보고를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와 무관한 지시를 내리고, 중국에 맞지 않은 제품 판매를 강요하고 있다. 중국 사무소에서는 무조건 따라야 하는 문화가 강했다”고 전했다.

중국해관총서에 따르면, 2014년 1~9월 기간 중국 수입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점유율은 9.6%로 일본(8.3%), 미국(7.8%), 대만(7.6%)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향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돼 FTA가 발효되면 중국 내수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잘 나가는 분위기 속에서도 국내 5대그룹의 중국사업 부진론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각 그룹들은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이미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삼성은 금융업 진출 사실상 실패에 이어 휴대전화 등 전자·IT사업에서 로컬업체에 강력한 견제를 받고 있으며. 현대차는 서부지역 진출을 위한 충칭 공장 건설이 답보상태에 놓인 가운데 경쟁사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SK는 한창 중국사업의 구조개편이 진행중인 것으로 보이며, LG는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스코는 철강 중심의 사업구조를 바꾸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진출을 추진중이지만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1년 이후 중국에서 철수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구글과 베스트바이, 소니, 파나소닉 등이 대표적이다. 외자기업들이 분석한 중국내에서의 사업환경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사업 철수 원인으로 △인건비와 위안화 가치 상승에 따른 중국사업 비용 대폭 상승 △조세우대정책과 초국민대우조항 폐지에 따른 외자기업의 중국 경영난 심화 △중국시장의 산업 업그레이드, 산업구조 고도화로 외자기업의 진입장벽 높아짐 △중국 로컬기업의 고속 성장으로 더욱 치열해진 시장경쟁환경과 외자기업의 경영전략 실패 등을 들었다. 여기에 △중국 소비자들의 제품을 보는 눈높이 △중국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는 외자기업 본사의 좁은 시각 등을 추가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개별적인 요인이 결합되면서 중국시장은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환경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진 삼성전자 전무(IR팀장)은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개최한 기업설명회에서 “샤오미가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 미스터리하다”고 밝혔는데, 이 발언의 해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샤오미의 스마트폰은 겉으로 보기에는 가격이 저렴하고, 중국 로컬 브랜드라는 점을 빼면 삼성전자의 그것에 비해 비교우위에 설만한 제품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샤오미에 발목을 잡혀 올해 스마트폰 사업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삼성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노키아와 모토로라를 뛰어넘을 때는 두 회사가 치부로 숨겨왔던 약점을 파악해 이를 삼성전자만의 강점으로 전환시켰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샤오미도 삼성전자가 숨기고 있던 약점을 찾아냈기 때문에 지금의 성공을 이뤄낼 수 있었다”며, “김 전무의 발언에서 마치 샤오미가 알아낸 그 약점을 정작 삼성전자는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노키아와 모토로라도 삼성전자는 알고 있던 자사의 단점을 알아내지 못해 결국 자멸의 길로 들어섰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성장방식 변화에 대응하는 수출 품목 변화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대중 수출 품목은 여전히 자본재 품목에 집중되어 있다”며, “중국이 세계의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중국을 ‘세계의 공장’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의 전략 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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