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사업 구조개편 제동, 건설 사업 재편 난망(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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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1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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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에 제동이 걸리면서 삼성그룹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해 온 사업 구조개편 작업이 차질을 빚게 됐다.

앞선 계열사 사업재편 과정에서 호응했던 주주들이 이번에는 등을 돌린 것이다. 특히, 저항의 중심이 기관이 아닌 개인 주주들이라는 점에서 삼성그룹도 충격으로 여기고 있다. 막판까지 주주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삼성그룹은 합병 무산의 원인 분석 및 향후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가 지난 17일까지 신청한 주식매수청구 현황을 확인한 결과,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합병 계약상 예정된 한도를 초과했다.

특히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주식 매수 청구액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주식 매수를 청구한 주주들의 지분율은 27.43%로, 최대주주인 삼성SDI 등 삼성그룹 계열사와 관계자 지분 22.00%를 초과했다. 반면 삼성중공업 주식 매수를 청구한 주주들의 지분율은 14.80%로 최대주주인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와 관계자 지분율 24.24%보다 낮았다. 이를 모두 사들이려면 삼성엔지니어링만 7063억원이 필요로 해 당초 계획한 4100억원을 훨씬 초과하며, 양사가 모두 들여야 할 비용은 무려 1조6299억원에 이른다. 무리를 해서라도 강행할 수 있지만, 현금 운용이 매우 중요한 수주산업 특성상 빈손으로 합병을 하면 회사 경영에 치명적일 수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의지가 강력했다면 밀어붙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주들의 환영을 받지 못한 합병을 진행할 경우 합병한 이후에도 주주들에게 외면당해 회사가치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 더군다나 사업 환경이 매우 좋지 않아 모멘텀이 없다는 점도 합병을 강행하기 어려운 점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완료되면, 삼성그룹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건설 사업을 재정비하는 등 건설 부문으로 사업재편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부터 구조개편을 시작, 하반기 제일모직의 직물·패션 사업을 떼어내 삼성에버랜드에 넘겼으며, 남은 제일모직의 소재 사업은 삼성SDI와 합병했다. 이후 삼성에버랜드는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바꿨다.

삼성에버랜드는 건물관리업을 삼성에스원에 양도하고 급식업을 삼성웰스토리로 분리했으며, 삼성SNS는 삼성SDS와 합병하고, 삼성코닝정밀소재는 미국 코닝사에 매각했다.

이어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을 합병하기로 결정했고, 삼성SDS는 14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으며, 제일모직은 다음 달 18일 상장을 앞두고 있다.

더불어 삼성그룹은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 간에 복잡하게 얽힌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는데, 금융 계열사들이 보유한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처분하는 한편 삼성생명 밑으로 금융계열사들을 모으고 있다. 비금융계열사들은 삼성전자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자·금융·중화학·건설 등으로 전체 사업부문을 분류해 각 사별로 독립된 형태의 경영체제를 구축하고, 그룹은 각 사업 부문의 특성을 결합한 융합사업을 전개함으로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강조한 ‘마하 경영’ 체제를 확고히 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난 개편과정에서 주주들이 대대적으로 반발한 적은 없었고, 오히려 삼성그룹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9월 1일 합병 발표 결정 직후부터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양사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점을 강조했으나 주주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합병을 전제로 내년도 사업계획을 작성해 왔던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당장 모든 것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일단 회사 대 회사로서 시너지 창출을 위한 협력을 지속하면서 주주들이 인정할 때쯤 합병을 재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 시기가 빨리 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건설 부문 구조개편이 당분간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큰 문제는 추후에 진행할 구조개편 작업에서 지금처럼 주주들에 의해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는 우려가 삼성그룹에는 더 고민거리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어떠한 입장도 말할 수는 없지만, 명확한 것은 삼성이 미래에도 경쟁력을 유지·확대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작업은 중단 없이 진행해 나간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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