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에 밀리고 관시에 막히고…한국 건설사 중국 진출 3대 장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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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0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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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건설사 및 종속기업 중국법인 매출 현황.[자료=금융감독원]


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국내 건설사들이 ‘면허’, ‘가격’, ‘관시’ 등 3대 진입장벽에 막혀 중국시장 공략에 애를 먹고 있다.

계열사가 발주한 물건에 의존해 겨우 매출을 올리고 있는 한국 건설사들은 이마저도 규모가 줄면서 실적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해외건설 전문가들은 현지 건설사 보다 뛰어난 품질과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발주처의 사업비 충당에 도움을 주는 금융 주선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5일 금융감독원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국내 상위 4개 상장 건설사 및 종속기업의 2014년 상반기(1~6월) 중국법인 매출액은 3792억원으로 전년 동기 5658억원에 비해 1866억원(32.98%)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같은 기간 289억원에서 191억원으로 98억원(33.89%) 줄었다.

현대건설의 종속기업인 엠코건설북경유한공사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1105억원이었던 매출액이 올 상반기 340억원으로 765억원(69.23%) 급감했다. 이 기간 삼성물산 상하이법인 매출액 역시 3412억원에서 2013억원으로 1399억원(41%) 감소했다.

국내 건설사들은 중국 정부나 기업이 아니라 현지에 진출한 계열사 또는 관계사가 발주한 공사에 매출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계열사의 중국 진출 속도나 사업 규모에 따라 실적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상황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한국 건설사의 중국 사업은 계열사가 현지에 건물을 짓거나 공장을 세우면 공사를 맡아 수행하는 수준”이라며 “사실상 그룹 내 사업 외에는 진행 중인 공사가 없다”고 말했다.

◆특급 면허에 자본금 3억위안 요구

한국 건설사들의 중국시장 공략이 이 같이 지지부진한 것은 면허 취득 단계에서부터 존재하는 진입장벽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중국에서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로부터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총 4개 등급의 면허 중 특급과 1급은 중앙정부, 2급과 3급은 지방정부가 발급한다. 3급에서 특급으로 올라갈수록 수행할 수 있는 공사의 규모가 커진다.

최상위 등급인 특급의 경우 자본금 3억위안(한화 약 530억원), 고용인력 300명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만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국내 건설사 중 면허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삼성물산과 GS건설 등 일부 대형 건설사뿐이다. GS건설의 경우 중앙정부로터 1급 면허를 받아 광저우 LG디스플레이 LCD 패널공장 2단계 공사를 진행 중이다. 삼성물산은 상하이 지방정부가 발급한 2급 면허를 이용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짓고 있다.

신삼섭 해외건설협회 지역1실장은 “국내 건설사들은 자본금을 많이 묶어 놓고 사업을 하지 않는데 자본금이 묶여 있으니까 자금흐름이 끊기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자본금뿐 아니라 전체 고용인력과 고급기술자의 인원도 일정 수 이상을 요구해 건설사들 입장에서 요건이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건설사 저가 수주에 가격 경쟁력 상실

면허를 취득하더라도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경쟁 입찰에서 현지 건설사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

기자재 생산원가나 임금 수준이 낮은 중국 건설사들이 워낙 낮은 가격을 제시하다 보니 계약을 따내기가 쉽지 않다. 현지 건설사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가격을 과도하게 낮추면 사업성이 떨어져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국 건설사들이 제시하는 가격이 워낙 낮아 그 가격에 맞추게 되면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신 실장은 “중국 건설사들은 낮은 가격으로 채산성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내수시장뿐 아니라 중동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도 우리나라 건설사에 비해 훨씬 싼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한다”며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플랜트나 석유화학시설 공사를 제외하면 건설업 자체가 노동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인적자원이 워낙 풍부한 중국 건설사들을 당해내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관시 업은 중국 건설사가 내수 장악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 특유의 관시(關係) 문화도 한국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인관계를 중시하는 중국 국민과 기업의 정서상 한국을 비롯한 해외 건설사에 배타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현지 건설사가 건설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 건설사의 내수시장 의존도는 국내와 해외 매출의 비중을 보면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미국의 건설전문지 ENR(Engineering News-Record)이 올해 발표한 전체 매출 기준 세계 250대 건설사 순위에서 상위 5위 중 4곳, 상위 10위 중 6곳이 중국 건설사다.

하지만 국내매출을 제외한 해외매출 상위 10위 기업 중 중국 건설사는 단 1곳에 불과하다. 매출의 대부분을 내수시장에서 벌어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건설사들이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중국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중국 건설사들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한국 건설사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신 실장은 “중국 현지 발주처에게 한국 건설사에 공사를 맡기면 현지 건설사에 맡기는 것 보다 시공 기술이나 품질이 우수하고 사업에 꼭 필요한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며 “아직은 진출 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에 계열사가 발주한 공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실적을 쌓으면서 건물이나 시설이 성공적으로 완공돼 잘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공사일수록 금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발주처 혼자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시공사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싸게 끌어올 수 있도록 주선함으로써 현지 건설사와의 차별성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외지역에 학교를 지어주거나 기부금을 출연하는 방식의 다양한 사회공헌활동도 필요하다.

신 실장은 “현재 사회공헌사업은 시간이나 자금의 여유가 있을 때 일시적으로 베푸는 정도가 아니라 회사 전체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사업이 됐다”며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회사, 필요한 부분을 보듬어주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준다면 단일 사업은 물론 후속사업 수주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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