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교수, “KB금융사태, 주인없는 금융지주사 근본 문제 드러내”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4-10-14 14: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KB금융사태는 주인없는 금융지주사가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발휘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문제점을 드러낸 사건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과 아시아금융학회(회장 오정근) 공동 주최로 14일 오후 여의도 전경련 회관 컨퍼런스센터 3층 에메랄드룸에서 열린 ‘KB금융사태로 본 위기의 한국금융: 현주소와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통해 ““이번 KB금융사태는 금융지주사가 각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KB금융사태는 근본적으로 주인이 없는 금융지주회사체제에서는 지주사 회장과 행장을 선임함에 있어 책임 있는 지배구조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라며, ““주주의 권리가 이사회를 통해 구현되어야 하는데, 현재 이사회 구성은 주주가 이사회를 통해 경영진을 통제하는 채널을 가지고 있지 않는 등 지배구조 상의 근본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리스크 관리의 책임을 지는 이사회의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장이나 감사위원회 위원장 등은 상임이사로 두어 리스크 관리 업무를 상시적으로 담당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종진 명지대 교수는 최근의 금융사고의 원인으로 능력을 갖춘 경영진을 임명하기보다는 낙하산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야기되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문 교수는 “조직 내부에서 인정받지 못한 경영진이 이면합의로 인사·복지를 결정하는 등 고비용 구조를 정착시켰다”고 지적하면서, “금융과 리스크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대응하기보다는 자리보전과 단기적 과시성 실적에 연연해 정부의 각종 정책금융에 동원되는 정치금융을 하게 된 데에서 금융사고의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락하고 있는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능력 있는 CEO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강제적인 정책금융 참여 권유 또한 가급적 지양해야 하며, 공정한 감독과 검사 재제가 이뤄지도록 금융감독원 독립을 보장하고, 재제심의위원 구성을 다양화하는 동시에 준법감시인의 역할 강화, 엄격한 사외이사의 선임요건 수립, 금융지주사 내 경영관리협의회·위험관리협의회 설치 등을 통한 의사결정에 있어서의 책임경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정부가 은행의 주인역할을 하는 국가들은 금융산업이 후진성을 벗지 못하고 있는 반면, 민간이 주도하는 국가의 금융산업은 상당히 선진화되어 있는 실정”이라면서, “은행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은행의 주인 찾아주기가 급선무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은행법상 동일인 주식소유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대기업 구분 없이 10%로 높이고, 단계적으로 금융전문성을 확보한 금융그룹은 20%까지, 은행지주회사는 34%까지 한도를 허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주주총회에서 동일인이 최소한의 의사결정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전했다.

오정근 한경원 초빙연구위원(건국대 특임교수 겸임)는 ‘금융감독제도 10대 개편방향’으로 △금융감독의 독립성 확보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분리 △국내외 금융정책 조화도모 △감독의 분권화와 전문화 △건전성규제 강화 △중앙은행 금융안정기능 강화 △소비자보호 강화 △감독당국의 책임성 투명성 제고 △감독 당국간 유기적 협조체제 구축 △감독제도의 국제적 정합성 제고 등을 제시했다.

오 초빙연구위원은 “개편방향에 따라 현행 금융감독원의 기능을 은행과 제2 금융권 감독을 담당하는 금융건전성감독원, 증권 보험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거래 감독을 담당하는 금융시장감독원으로 나누고 금융건전성감독원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 두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금융건전성감독원과 금융시장감독원은 금융건전성과 금융시장감독에 대한 정책수립과 감독검사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임원의 임기가 보장된 무자본 특수법인 형태로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초빙연구위원은 “금융위원회는 해체해 국내금융정책기능은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정책기능과 통합하고, 금융시장감독기능은 금융시장감독원의 금융시장감독위원회에, 금융건전성감독기능은 금융건전성감독원의 금융건전성감독위원회에 이관하고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기능은 금융시장감독원에 금융소비자보호처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개회사에서 “금융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 관행을 자제하고, 금융지주회사 회장과 자회사 경영진의 권한과 책임을 각각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독립성을 보장해줄 때 경영진 견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환영사에서 “우리나라에서도 금융계의 삼성전자나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탄생해야 한다”며, “금융산업이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선결과제로 과도한 금산분리정책에 따른 주인 없는 금융기관 양산 문제, 내부통제시스템의 불완전성, 독립성 없는 금융감독체계 문제 등의 개선을 제시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