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제팀 경제활성화] 재계, “정부가 못하는 애로를 우리가 해야 한다?” 강압적 통제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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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7-2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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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산업계는 24일 정부가 기존 사내유보금 과세가 아닌 가칭 ‘기업소득환류세제’ 시행과 관련해 결국 기업에 대한 압박이 새로운 차원으로 확되대는 것이 아니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부터 지속되고 있는 반기업정서와 경제민주화 분위기는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에서 국가 경제를 지키기 위해 기업이 희생해야 한다는 풍조가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안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며, 결국 기업에 대한 규제 혁파는 먼 이야기가 됐다는 것이다.

더불어, 기업들은 정부는 한 달여 전부터 기업소득환류세제에 도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으나 이를 감추기 위해 사내유보금 과세라는 이슈를 퍼뜨리며 연막작전을 펴왔고, 이러한 분위기를 전혀 잡아내지 못한 채 회원사들의 입장과 대치되는 정부 정책 환영사만 내놓기 급급한 경제 5단체들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자칫 그동안 불거져 왔던 경제단체 폐지론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최경환 부총리를 축으로 한 박근혜 정부의 2기 경제팀은 이날 하반기 이후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발표를 통해 사내유보금 과세 대신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에 쌓아놓은 유보금이 아닌 향후 벌어들이게 되는 당기 순이익에서 일정 부분을 투자, 임금증가, 배당으로 사용한 부분 빼고 나머지 부분을 일정한 세율로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당기에 사용하지 않은 돈을 당해년도에 바로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정한 여러 기준중에 기업이 선택해 적립금을 쌓고 기업이 이 적립금을 2~3년 안에 투자, 배당지원, 임금에 활용하면 과세를 제외하되 안 쓰는 잔액에 대해 일정 세율로 과세 한다는 방식이다. 당정 협의를 마친 기업소득환류세제는 빠르면 내년부터 시행되며 실제 과세는 2017~2018년이 될 전망이다.

시행령 차원의 구체적인 내용은 후에 결정되겠지만, 이는 결국 기업들에게 벌어들인 돈을 무조건 집행하라는 강제적인 조항이라는 점에서 수 많은 문제점을 초래하고 있다. 먼저, 정부는 제도 도입의 목표가 세수 증대가 아닌 제로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정부가 순수하게 세금을 받아서 국가 경제에 사용해야 하는 역할을 기업에게 떠 넘긴, 의무 회피 행동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소득환류세제와 더불어 탄소 배출권 거래제, 사회공헌 및 고용, 투자 확대 등을 통해 기업이 공공·사회부문에 대한 기여를 확대해야 한다며, 이를 관철시키려고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정부의 무능력을 인정하는 대신 반기업 정서를 적절히 활용해 정부의 역할을 기업에게 떠 넘기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모든 사안을 종합해 볼 때 결국 돈 남겨놓지 말고 쓰라는 이야기 아니냐”라며, “세금이 무서워 불필요한데 쓰다가 문제가 생기고 재무상황 악화되면 그때는 정부가 도와줄까 의문이다. 이럴 경우 채권은행들이 가만있지 않고 자산 처분하라 담보 내놔라 경영권 내놔라 할 것이다. 은행이 채권을 회수하겠다는데 정부가 막아주는 경우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기업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말하지만 결과물에는 우리의 입장은 반영이 거의 안된다. 결국 잘되건 못 되건 기업의 책임이라는 거다. 정부가 규제완화 등 환경을 마련해주고 투자도 권유를 할 수 있어도 어떤 방식이든 강제화하는 건 적절하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일단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들이 투자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먼저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은 당연히 돈 벌려고 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면 당연히 투자를 늘릴 것이다. 대규모 장치산업의 경우 거액의 투자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일정 정도 유보금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이를 적립금 쌓아서 다 쓰라는 건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잘못된 설정을 바로 잡아야 할 경제단체들이 업계와 상반된 논평을 내며 사실상 정부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관련 업계와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2일 최 부총리와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사내유보금 과세 개선을 건의했는데, 이 자리에서 최 부총리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사전에 인지를 했음에도 경제단체장들은 입을 스스로 막았다.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정부 내에서도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해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을 한 달여 전부터 검토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6일 취임한 최 부총리는 이를 감추기 위해 사내유보금 과세라는 카드를 꺼냈다. 문제는 이러한 분위기에 경제5단체 모두 파악을 못했다는 것으로, 대정부 소통의 심각한 벽이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더군다나 참석한 경제단체장 중에는 이러한 정부의 모순된 행동을 지적하기 보다는 구체적인 방안이 빨리 발표돼 사내유보금 과세의 오해를 풀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기업은 회비를 내는 단체에게서도 버림을 받고 있다"며 "지금은 누구에게도 우리의 어려움을 호소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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