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OK시골] 시골로 간 젊은 작가가 성공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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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7-2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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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씨는 전업주부로 살며 미술을 전공했지만 결혼하고 붓 한번 잡을 기회가 없었는데 아이들 다 키우고 나니 다시 관심이 생겼다.

그러면서 대학동창인 M씨를 만나게 됐다. 산속에서 전원카페를 하며 전업작가로 활동하는 친구다. 20년 전 쯤 서울을 떠날 당시 M씨는 화가로 먹고 살기 막막해 시골로 내려가야 할 형편이었다. “빈집이라도 얻어 카페라도 해야 할 것 같다”며 O씨를 찾아왔을 때 M씨는 가난하고 초췌한 예술가의 모습이었고, 도시서 살기 힘들어 산속으로 쫓겨 가는 낙오자였다. 말이 카페지 움막정도인 집이었다.

“그곳에서 어떻게 살려고 그러니?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좋지 않겠니?” 산동네로 가는 친구에게 O씨가 해 줄 수 있는 말이라고는 그게 전부였다. 남편 그늘서 어려움 없이 살고 있는 자신과는 너무 다른 모습에 이방인 같은 경계심도 들었다. 그것이 M씨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런 친구가 시골 빈집을 개조해 카페를 열었다는 소식이 들렸고 ‘시골로 간 젊은 작가’로 매스컴에 몇 번 오르내리더니 또 잠잠해졌다. 몇 년 후 인기작가로 신문과 방송에 소개됐다. 그림을 그리며 먹고 살기 위해 시작했던 움막 카페는 규모가 커져 타운이 돼 있었고 관광명소였다.

며칠 전 M씨의 카페를 찾았을 때 그녀의 당당한 모습에 O씨는 주눅이 들었다. 중소기업 사장 부인으로 남부러울 것 없고, 주변 또래 아줌마들이랑 백화점에서 만나 쇼핑도 하며 크게 빠지지 않게 꿀릴 것 없이 살고 있는데, 시골에 사는 친구를 만나고 나니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살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친구의 집을 구경하면서 자신이 그렸던 노후가 고스란히 담겨있어 부럽고 샘까지 났다.

“사람들은 다들 지금의 모습만 보지 그동안의 내가 들인 시간은 못 봐. 시작할 때는 너도 알다시피 빈집 하나가 전부였잖니. 그걸 지금까지 쓸고 닦고, 필요할 때마다 덧붙이다 보니 규모도 커지고 유명해졌는데, 사람들은 이게 하루아침에 된 것처럼 생각해. 좋아 보이는 땅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이 있어. 말 못하고 가슴에 숨겨놓은 사연들이 너무 많지.” 그동안 녹녹치 않았던 친구의 여정이 배어났다.

다니엘 레비틴이란 신경과학자는 '1만 시간의 법칙'을 말했다. 똑같은 일을 하루 세 시간, 일주일에 스무 시간씩 10년을 하면 누구나 전문가가가 되고 성공한다는 이론이다. 좋은 인연과 아름다운 땅을 만들 때도 적용된다. 그 과정에서 가슴 아픈 사연들도 참 많다.

김경래 OK시골 대표 / www.oksig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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