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중국기업의 '도광양회' 전략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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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5-3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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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연달그룹 조평규 부회장

 

 

도광양회(韬光养晦)란 자기의 재능을 감추고 ,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자기의 부족한 부분을 갈고 닦는 것을말한다. 우리의 칼을 간다는 의미와 비슷하다.

도광양회는 1980년대 등소평에 의하여 중국의 대외 외교전략의 방침으로 삼았다. 1978년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펼치기 시작할 무렵의 중국은 낙후한 나라였다. 당시 중국은 과학기술,군사력,경제 등 전반적으로 열강의 그것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하에서 국가간의 마찰을 피하면서 국력을 제고하기 위해서 도광양회의 전략을 펼쳤던 것이다.

이 말에는 등소평의 실용사상과 평소 그의 인품이 함축되어 있다. 당시 등소평은 중국의 실질적인 국가 최고영도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다. 뒤에서 몸을 숨기고 거중조정으로 국가를 운영하였던 것이다.

중국의 역사에서도 자기의 재능이나 야심을 숨겨 살아남았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삼국지에도 유비가 전쟁에서 패하여 조조의 객장으로 있을때에 유비에게 영웅적 기개가 있음을 간파한 조조의 참모들이 유비를 죽일 것을 건의한다. 조조는 유비를 죽이기 전에 그를 여러 번 관찰하고 시험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유비는 조조의 이러한 의심을 피하기 위해, 친히 채소밭을 일구기도 하는 등 필부의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야심과 대붕의 뜻을 숨기고 있다. 또한 유비는 조조 앞에서 천둥소리를 듣고 고의로 젓가락을 떨어뜨렸다는 이야기는 도회지계(韜晦之計)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도광양회와 유사한 개념으로 와신상담 (臥薪嘗膽)의 고사도 유명하다. BC 496년 오(吳)나라의 왕 합려(闔閭)는 월(越) 나라로 쳐들어갔다가 월왕 구천(勾踐)에게 패하였다. 이 전투에서 합려는 화살에 맞아 심각한 중상을 입었다. 병상에 누운 합려는 죽기 전 그의 아들 부차(夫差)를 불러 원수를 갚을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 부차는 가시가 많은 장작 위에 자리를 펴고 자며, 방 앞에 사람을 세워 두고 출입할 때마다 “부차야, 아비의 원수를 잊었느냐!”하고 외치게 하였다. 부차의 이와 같은 소식을 들은 월나라 왕 구천은 화근을 뿌리 뽑기위해 오나라를 먼저 쳐들어갔으나 대패하였고 오히려 월나라의 수도가 포위되고 말았다. 싸움에 크게 패한 구천은 얼마 남지 않은 군사를 거느리고 회계산(會稽山)으로 들어갔으나 견디지 못하고 오나라에 항복하였다.

포로가 된 구천과 신하 범려(范蠡)는 3년 동안 부차의 종으로 일하며, 아내는 부차의 첩이 되어 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구천은 고의로 부차에게 환심을 사기위해 부차가 아플 때 그의 대변을 맛보는 연극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월나라는 영원히 오나라의 속국이 될 것을 맹세하고 목숨만 겨우 건져 귀국하였다.그는 돌아오자 잠자리 옆에 항상 쓸개를 매달아 놓고 앉거나 눕거나 항상 쓸개를 핥아 쓴맛을 되씹으며 (화신상담=臥薪嘗膽)“너는 회계의 치욕(會稽之恥)을 잊었느냐!”하며 자신을 채찍질하였다. 20년후 오나라 부차가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북벌에만 신경을 쏟는 사이 구천은 오나라를 정복하고 부차를 생포하여 자살하게하여 설욕하고 있다.

중국은 등소평의 이러한 전략적 선택 덕분으로, 선진국의 거의 선진국의 견제를 받지 않고 기술과 자본을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가의 지도자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실증적 사례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가 ? 실력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신경을 쓴다. 한때 한국은 샴페인을 일찍 터뜨렸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하였다.

중국의 기업들은 경영에서도 이러한 도광양회 전략을 많이 채택한다. 업종을 선택 할때에도 돈만 번다면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었이던지 다하는 사람들이다. 광동,절강, 강소 어디를 가더라도 돈이 되면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중국인의 특징 중의 하나가 인내심이 강하다는 것이다. 특히, 사업을 하거나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성향이 강하다. 자기의 역량이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완전히 납짝 엎드려 실력을 갖출때까지 자기를 나타내지 않는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런 대접이나 환경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자기의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온갖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상당한 재력이 있는 사람들도 입는 옷을 보면 일반 노동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 겉으로 자기를 드러내는데 조심하는 사람들이 중국인이다.

중국무협지나 무술영화를 보면, 부모가 죽으면서 원수를 갚아 달라고 유언한다. 자식은 무술의 고수를 찾아 떠나고, 수련 중 온갖 어려움을 겪은후에 하산하여 원수를 갚고 만다. 중국인의 원수갚기에는 도광양회의 사상이 숨어 있다. 자기의 역량이 원수를 갚을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할 때까지 겉으로 자기를 나타내지 않는다. 일단, 자기의 목표를 이루면 원수갚기에 반드시 나선다. 군자가 원수를 갚는데에는 10년도 늦은 것이 아니다( 君子报仇,十年不晚 )라고 말한다.

중국에 사는 우리 교민들은 도광양회의 사상을 우리는 중국을 읽는 코드의 하나로 인식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중국에는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이 수 없이 많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상식 이상으로 신경을 많이 써는 우리는 반성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자기의 내면을 닦는데 좀더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골프장에서 마주치는 한국여성들은 화장과 패션이 장난이 아니다. 모두가 막 패션 모델행사에 다녀온 모습들이다.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은 여성의 고유한 영역이긴 하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보는 사람들이 당황스럽다.

중국인들은 참으로 놀라운 인내심을 가진 사람들이다. 길가에서 만나는 꽤재재하게 보이는 사람도 알고 보면 대개 높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중국인들을 만만하게 보았다가는 큰 코 다친다. 항상 중국 사람을 대할 때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선입견없이 대해야 뒤탈이 없다. 도광양회의 사상은 우리 한국인들이 가슴속에 새겨야 하는 덕목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pkcho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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