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대중교통 요금인상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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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3-30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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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아침 일찍 학교에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나서는 발걸음이 무척 무거웠다. 단순히 학교에 가기 싫다는 투정 때문이 아니라 콩나물 시루 같은 버스에서 겪어야 할 답답함이 싫어서였다.

그래도 아주 어릴 때는 '오라이'라고 외치는 차장 누나의 목소리가 정겹게 들렸고 예쁜 여학생 옆자리에 앉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에 어른이 된 지금 그나마 버스가 추억의 공간이 되고 있다.

자가용을 가진 집들이 그리 많지 않던 시절 대중교통은 온가족이 나들이를 갈 때 중요한 이동 수단이 돼 줬고 연애할 때 데이트 코스를 오가는 낭만이 돼 줬다.

무엇보다 저렴한 '차비', 즉 이용료는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서민들의 다리를 대신하는 중요한 도우미 역할을 했던 것이다. 나중에 생긴 지하철도 서민들의 일상생활에 깊숙히 자리잡았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미국에도 대중교통은 있다. 버스도 있고 지하철 또는 전철도 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는 '메트로(Metro)'라는 이름의 대중교통이 있다.

버스와 전철을 운영하는 업체로 전철의 경우 버지니아와 메릴랜드를 워싱턴D.C.와 잇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미 연방정부와 유관기업 및 기관, 단체들이 워싱턴D.C.에 밀집해 있지만 정작 공무원과 직원들은 대부분 버지니아나 메릴랜드에 거주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아침 일찍 전철을 잡아 타고 부지런히 워싱턴D.C.를 향하는데 문제는 '요금'이다. 메트로 전철의 요금은 시간대와 거리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다.

가장 비싸게 요금이 나올 때는 편도 5.75 달러(약 6000원), 출퇴근을 합치면 11 달러(약 1만1000원)가 된다. 여기에 전철역 주차장 하루 이용료 4.50달러(약 4800원) 달러가 추가된다.

버스를 이용할 경우 적게는 편도요금이 1.60 달러(약 1700원)에서 익스프레스 버스일 경우 최고 7.50 달러(약 8000원)나 된다.

결국 하루에 출퇴근을 위한 대중교통비로 최소 14.20 달러(약 1만5000원)에서 최대 26 달러(약 2만7000원)를 쓰게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것을 한달로 치면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달 312 달러(약 33만원)~572 달러(약 61만원)가 출퇴근 교통비로 고스란히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일부 기업체와 연방정부는 직원들의 교통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연방정부의 경우 한달에 135 달러로 제한하고 있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많은 공무원들이 불만을 털어 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메트로 측은 오는 7월부터 버스와 전철 요금을 인상하겠다고 밝혀 불만이 더 커질 전망이다.

메트로 당국에 따르면 전철의 경우 1회 이용료가 약 10 센트(평균 3%) 정도 오르고 출퇴근 이용객으로 가장 붐비는 러시아워 시간대에는 15센트까지 오를 예정이다.

버스요금도 10~15 센트 인상되고 주차료도 10 센트가 오르며, 메릴랜드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의 경우 50 센트를 더 내야 한다.

직장인들은 벌써부터 걱정이다. 대중교통이 더 이상 일반 서민들의 다리 역할을 하기에는 벅차 고부담이 되는 존재가 돼 버린 것이다.

인터넷에는 카풀을 알선하는 사이트가 생겨났고 일부 소도시에서는 워싱턴D.C.로 직장인들을 실어 나르는 마을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메트로 측은 시설 유지 및 보수, 그리고 운전기사 봉급을 주기 위해서는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요금 인상에 따른 서비스 개선을 바라는 이용객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전철역의 에스칼레이터는 고장나기 일쑤고, 툭하면 멈춰서는 전철, 제대로 교육은 받았는지 의심스러운 형편없는 운전 솜씨.

일반인들, 특히 교통비 한푼에도 벌벌 떠는 서민들에게 대중교통이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했을 때 어떻게 마음 놓고 일터로 향할 수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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