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빠진 저축은행 더 무섭다

(아주경제 김희준·방영덕 기자)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통계를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부실 감추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이어 한국은행이 PF 부실대출과 이에 따른 예금인출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축은행의 정확한 통계를 감추고 있는 것.

지난달 24일 금융위원회는 6월 결산 상장 저축은행에 대해서 시장 안정 필요성 등을 감안해 국제회계기준(IFRS)적용을 2016년 7월까지 유예한다고 밝혔다.

이는 상장 저축은행이 종래대로 7월부터 IFRS를 적용할 경우 재무제표가 악화될 것을 우려해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실제로 이들 상장 저축은행들에 IFRS가 도입되면 캠코에 넘긴 PF 대출 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일시에 적립해야 학기 때문에 장부상으로 적립액 만큼 대규모 적자를 봐야 한다.

또한 이익잉여금을 포함한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누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크게 떨어지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IFRS를 적용할 경우 일부 저축은행은 자기자본비율이 시정조치 대상인 5% 이하로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논리라면 IFRS 적용으로 재무제표가 악화되는 조선, 화학, 항공 등의 형평성이 문제된다. 또한 부산저축은행과 같이 부실 PF대출을 남발하며 부실 감사논란까지 만든 저축은행 일각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면치 못하게 된다.

한국은행도 최근 ‘저축은행 통계 감추기’에 보조를 맞추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0일 발표한‘2011년 5월 금융시장 동향’발표에서 5월 중 저축은행 수신 잔액을 제외시킨 것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12일 발표한 ‘4월 금융시장 동향’의 경우 저축은행 수신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신금리에 힘입어 소폭 증가했다며 4월 기준 증감액 3000억원과 수신잔액 73조5000억원을 정확히 명기했다.

이에 대해 최초 한은 관계자는 “자료를 제공하던 저축은행 중앙회가‘금융시장 동향’자료 발표가 수신 잔액 집계시기와 불일치한다는 점과 부산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언론의 관심을 부담스럽다는 일부 저축은행의 의견을 내비치며 자료제공을 고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료를 제공한 저축은행 중앙회 측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저축은행사들의 문제로 집계가 늦어져 자료제출이 5월 말로 늦어졌지만 자료공개를 고사한 적은 없다”며 “자료를 담당했던 직원들을 대상으로 수차 확인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저축은행 측 자료를 직접 담당했던 또 다른 한은 관계자는 “최초 자료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자료 발표전 프라임 저축은행의 예금인출 사태가 나면서 중앙회의 다른 쪽에서 부탁이 왔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는 저축은행 자료 누락을 부탁한 중앙회 간부의 공개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의 피해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은 측이 자체적으로 자료를 누락한 것이라는 의혹도 낳고 있다.

수신잔액에 대한 자료를 일체 다른 언급없이 제공했다는 저축은행 중앙회의 입장과 중앙회 측의 부탁으로 통계를 제외시켰다는 한은 측의 입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과거 한은 금통위 위원을 역임했던 민주당 이성남 의원은 “저축은행에서 이렇게 금방 탄로날 일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사정당국의 엄중조사를 받는 저축은행이 책잡힐 일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중앙은행으로서의 공익적 책무와 건전한 금융정책을 위해 발표하는 한은의 자료에서 저축은행 통계의 누락은 이같은 시시비비를 떠나 금융소비자의 알 권리를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부산저축은행으로 서민들의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금융위와 한은의 이 같은 ‘저축은행 통계 감추기’는 정확하고 확실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게 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저축은행의 통계 누락이 금융당국의 정책 또는 묵계로 굳어지면 또 다른 부실을 양산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금융당국의 부실감사에 따른 자료 등이 저축은행 문제의 가림막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이같은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반면 최근 프라임저축은행의 대량인출과 같이 소비자들의 불안감 조성에 따른 우려로 자칫 우량한 저축은행까지 위험할 수 있는 상태에서 금융당국의 이같은 행위는 저축은행의 생로를 열어주는 배려로 봐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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