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금융당국의 '변양호 신드롬'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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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1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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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희준 기자)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금융당국의 결정 연기에 따라 난관에 부딪쳤다.

금융당국의 입장은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가 주주 적격 여부에 대해 법원의 판결을 확인한 뒤에 인수 승인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유상증자에 참여한 기관투자가들을 달래고 론스타와 인수계약 연장에도 힘써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외환은행의 인수에 대비해 새 외환은행장을 내정했는데 인수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빠지면서 인사문제도 곤혹스럽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변양호 신드롬'으로 대변되는 금융당국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을 비판하고 있다.

변양호 신드롬이란 2003년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을 결정했다가 구속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의 사례를 말하는 것으로, 논쟁적인 사안이나 책임질 일은 하지 않는 공무원의 복지부동을 빗댄 말이다.

금융당국의 자세는 당장 외환은행의 신인도 약화와 하나금융의 위기를 불 보듯 하면서도 책임있는 결정을 내리지 못한 관료 보신주의의 한 단면이다.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책임 회피에만 몰두하는 금융당국에 과연 금융시장 안정을 맡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특히 부산저축은행 부실사태의 영향이 '모피아'로 불리는 금융당국의 자리 챙겨먹기에 기인한다는 사실이 공론화된 시점에서 책임질 수 없는 금융당국의 모습은 실망감을 넘어 정책 신뢰를 좀먹는 행위다.

따지고 보면 나눠먹기식 금감원 출신 감사 논란이 있을 때도 이에 대해 책임지는 관료가 없었다는 점에서 금융위원회의 망설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사태일 수도 있다.

가장 민활하게 움직여야 할 금융당국이 애매모호한 자세를 보일 때 더 이상 정부 정책을 믿고 신뢰하는 금융권은 없을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변양호 신드롬'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대신에 이른 시일 내에 책임있는 결단을 내려 표류하는 외환은행과 하나금융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책임지고 내 일처럼 팔을 걷고 나서는 금융관료가 진정 아쉬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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