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가 걸친 것은 그냥 천조각일까, 팬티일까.
최근 국내에 소개된 '팬티 인문학'(마음산책 펴냄)의 여성 저자 요네하라 마리(米原万里. 1950~2006)는 처음 유치원에 간 날 유치원 홀에 걸린 십자가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십자가 위의 예수가 걸친 것은 도대체 뭘까" 궁금증에 휩싸인 저자는 이후 성경과 화가들의 그림 등을 연구하며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선다.
저자는 요한복음에 따르면 예수는 솔기가 없고 위에서부터 통으로 짠 아랫도리를 입었고 일찍이 출애굽기에는 제단에서 행사를 주재하는 사제는 아마포로 만든 속옷을 입도록 규정돼 있었다면서 "예수가 팬티를 입고 있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결론 내린다.
저자 요네하라는 '미식견문록' '미녀냐 추녀냐' '발명마니아' 등의 저서로 국내에도 알려진 일본의 러시아어 동시통역사이자 작가.
그는 '팬티 인문학'에서 엉뚱하면서도 톡톡 튀는 상상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하반신에 입는 속옷은 사회와 개인, 집단과 개인, 개인과 개인 사이를 분리하는 최후의 물리적 장벽"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아담과 이브가 걸친 '인류 최초의 팬티' 무화과나무 잎 등 팬티를 둘러싼 문화사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일본에서 태어나 1960년대 체코 프라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는 프라하 소비에트학교의 재봉 수업 시간에 가장 먼저 배운 일이 팬티 만드는 법이었다면서 당시 체코, 폴란드 등 동유럽과 소련에서 속옷이 귀한 물건이었다고 소개한다. 특히 소련에서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팬티를 공장에서 만들지 못했다. 대량 생산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일본의 전통 속옷 '훈도시'에 집착하는 일본인에 대한 저자의 해석도 재밌다.
저자는 "고대에서 중세까지의 중국이건, 근대의 유럽과 미국이건, 보다 강력한 무기, 풍요로운 문물, 이른바 선진문명은 모두 북방에서 일본 열도로 들어왔다"면서 "이런 북방 문명에 대한 콤플렉스가 남방 기원의 훈도시에 집착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라고 반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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