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워렌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이 중국에서 '굴욕'을 당했다. 지난 6월 미국에서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ㆍ기부서약)'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40명의 억만장자로부터 재산의 반을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이들은 중국에서도 이 야심찬 프로젝트가 성공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보기 좋게 외면당한 것이다.
게이츠와 버핏은 오는 29일 중국 거부들을 자선행사에 초청해 기부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들은 약 50명의 중국 억만장자들을 초청했지만 지금까지 초청에 응하겠다고 밝힌 이는 단 두 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젝트 주체 측은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꼭 기부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며 중국 갑부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영화 '스타워즈'를 만든 조지 루카스, CNN 창업자 테드 터너 등 40명이 무려 1200억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나선 미국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도 중국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적인 기부보다는 기업 차원의 기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자기 돈은 아까워 하면서 회삿돈으로 생색 내는 셈이다.
기업이 예술ㆍ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기업메세나 사업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산드로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빈치, 브루넬레스키 등을 지원했던 이탈리아의 메디치가문 같은 집안이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익재단인 한국여성재단의 강경희 사무총장도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강 총장은 "개인 위주의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려면 무엇보다 전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려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부와 빈곤이 세습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강 총장은 아울러 즉흥적인 기부를 지양해야 하며 세제도 기부를 독려하는 쪽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법증여, 위장전입이 판치는 이 사회에서 기부를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추구하고 노블리스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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