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평안북도 '대홍수'를 보는 동족의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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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9-0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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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갑수 통일교육원 교수.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오는 장마이건만 올해의 홍수사태는 중국과 북한에 더욱 심한 재난을 가져왔다.

이상 기후로 인한 천재에 이어 부실한 재방공사, 준설하지 못한 하상의 퇴적물로 인한 인재로 압록강 주변과 청천강변에는 엄청난 수해가 발생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서 발생하는 장티부스 등 수인성 전염병도 집단생활을 하는 북한 주민들로서는 전쟁에 가까운 공포를 감내해야 한다.

오래 전 기상청의 한 간부로부터 비과학적이긴 하나 그럴 듯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지구 온난화로 기상예보가 적중되지 않아 고민스러울 때가 많은데 이상하게도 대학 입시 수능 당일에는 예상치 못하게 혹독한 추운 날씨가 많다고 한다.

“그것이야 수험생과 부모님들이 모두 가슴 졸여 떨고 있으니까 민심이 천심이라, 백성의 추위가 하늘을 움직인 것 아니냐?”고 응수하자 모두 웃고 말았다.

이번 평안북도 지역의 대홍수는 동족으로서 웃고만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 화폐개혁의 실패로 거의 민생고가 바닥에 내려앉을 대로 앉은 주민들이 설상가상으로 홍수로 거의 전 재산을 잃은 상태에서 핵, 미사일 등 지도층의 대량살상무기 개발로 국제적인 미움을 받고 있는 만큼 국제사회의 구호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다면 수재민들의 생존문제는 참으로 시급하기 때문이다.

설사 국제적십자가 지원활동을 개시하더라도 전례로 보아 구호물자가 현장의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된다는 보장도 없다. 5000여명 이상의 수재민 구출 작업 도중에 인민군 헬기(직승기)가 추락될 정도로 홍수와 싸워야 했지만 한국을 위시하여 국제사회에서 즉각적으로 지원을 자원하지 않는 것은 북한 스스로의 업보에도 연결된다. 북한은 천안함 시태에서 보듯 테러국가로서 면모가 다시 각인되고 있다.

지구의 반대편 대서양 서인도제도의 타이티의 지진 참사에도 한국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구호 작업을 개시했고 위험을 무릅쓴 한국팀의 용감한 구호작업에 전 세계가 찬사를 보냈다. 중국 사천성 지진에서도 중국 당국이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한국의 민간전문 구조팀이 특수작전하듯 사상자를 찾아내어 사망자에 대해서는 진혼의 경례를 하는 모습이 전 중국 TV로 방영되기도 했다.

불과 서너 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는 지근거리에서 동족이 위기에 처해 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쳐다만 보아야 하는 우리 측의 심정은 그다지 편하지 않다.

만약, 북한 측에서 금강산 관광객 사망 사건에 대해 동포로서 유감의 뜻을 알리고 고인의 명복을 비는 행사에 누구라도 보냈던 들, 천안함 폭침 도발에 대해서도 정책오류를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보여주었더라도 우리 국민의 따뜻한 마음과 동족으로서의 인정은 유감없이 발휘됐을 것이다.

또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이 천안함 사건으로 초상집 같은 분위기에 있는 입장을 고려해서 인도적으로 북한에 지원해 주고 싶어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국가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훈련이 끝났다고 방심하다가 수중의 고혼이 되었던 우리의 금쪽같은 해군용사들의 죽음과 이번 엄청난 수재를 겪은 북한과 중국의 인명피해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도 하늘은 선량하게 살아가는 측에 가호를 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천안함 사건 이후 북한 내부에도 매우 의문스러운 사건이 연속됐다. 4월 21일 군을 핵심적으로 담당함으로서 권력실세 중에도 실세에 속하는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리용철(81세)이 사망하고 5월 14일에는 푸에블로함 기습나포로 전격 출세했던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김일철(80세)이 사임했으며 6월 1일에는 전군의 정치장교의 대부이자 포병사령관인 리정부가, 이어 6월 2일에는 역시 엄청난 권력실세인 당 조직지도부 당 담당 제1부부장 리제강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더욱이 의문스런 사건도 발생했다. 8월 17일 북한 군용기가 중국 국경을 180㎞나 지나 랴오닝성 푸순시 인근에 추락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모자이크해 보면 다음과 같은 추정을 할 수 있다.  북한 지도층에서는 98년부터의 남북교류로 평양 내부에서조차 한국의 발전양상을 부러워하고 한국의 발전 모델을 따르는 신지식인들도 많아짐으로 서서히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북한의 명문대학생들이 거의 자랑할 만한 한국제품 하나 정도는 갖는 게 유행일 정도로 한국은 미제의 식민지가 아니라 본받아야 할 국가모델이 되고 있었다.

이러한 판국에 경제적 단물은 필요하고 민심이반은 경계해야 하므로 지상군, 미군의 개입이 없는 서해안을 선택하여 도발을 자행했다. 그로써 대남 경각심을 일으키기 까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발생시켰으나 해전사에 좀처럼 보기 드문 완패를 기록했고 복수지시를 했지만 3년, 7년 뒤의 해상교전에도 무참한 참패만 기다리고 있었다.

미군만 빠지면 승리는 확실한 것으로 주문처럼 외웠다가 정규전 세 차례 모두 패전의 불명예를 안고 압도적인 실력차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자 4차 교전은 복수심에 불타는 특수부대에 의한 수중테러로 일단 승리를 쟁취했던 것 같았다. 

그러나 비겁한 어뢰공격의 그 결과는 혹독하기 그지없었다.

78년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이후 최대의 미군사력이 한반도에 집결됐고 전 세계가 북한을 다시 테러 도발국가로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이 대미 공동방어전선에 있다고 북한을 감싸 안았지만 이 때문에 G-2에 나설 만큼 세계의 리더로서 일류 국가는 아니라는 중국을 의심하는 정서가 인접국가와 세계 각국에 공유됐다.

만약, 한국 측에서 즉각적인 보복을 단행했다면 한미연합군의 무서운 저력을 보여 주어 당분간은 도발을 않겠지만 중국의 중재로 평양내 친중파 관료와 장성들의 입지가 강화되고 민족정체성이 강한 북한 자주파 엘리트의 입지가 약화되어 장기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게 됐을 것이다.

현재 홍수의 영향 이상으로 소용돌이치는 북한 내부의 혼란상에서, 북한의 당 및 군부원로의 사망과 퇴진은 북한을 스스로 지키려는 평양 자주파와 친중국 인맥간의 갈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그 암투 중의 한 사건으로 미그-21기도 중국으로 무단 월경하지 않았을까?

44년 만에 이번 9월에 개최될 예정인 당대표자회의에서 북한은 장기간의 1인 지배 독재체제와 선군 정치 등으로 북한은 정책결정 과정의 비합리성, 갈등구조, 특정 조직의 불균형 등을 어느 정도 바로 잡아 보려는 결정을 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빈사 상태에 놓여 있었고 서기실, 일부 군부와 조직지도부의 횡포도 극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비대칭적 정책 구도도 김정일 본인이 비판과 평가를 받지 않으려는 독재 체제 유지에 원인이 있기 때문에 자신과 그 주변에서 권력을 누려 온 측근들의 책임이 크다고 하겠다.

아울러 20여년 이상 구호로 제시한 선군정치 결과 군의 장악에는 성공했지만 스탈린의 주장대로 “경제의 군사화” 악순환 현상으로 민생은 도탄에 빠지고 국가 경제는 파탄상태로 기울어졌다. 

건강이 무척 불실한 가운데에서 금년들어 9월 초까지 총 97회의 김정일 공개활동에서 군부대 방문이 25회임에 비해 경제 관련 활동이 45회로 무려 두배 가까이 나타나고 있음도 절박한 경제 상태를 보여 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내심으로는 당조직 일대 정비를 통해 군의 절대적인 힘도 적절하게 견제하면서 이제 핵개발로 이룬 바 있으니 안보에서 경제로의 마지막 발돋움에 전력 투구해 보자는 심산을 갖거나 최고 핵심끼리 합의했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09년 4월 개정헌법에 공산주의를 완전 삭제한 만큼이나 이제는 노동자, 농민 위주에서 벗어나 지식인이나 엘리뜨의 운명을 책임져야 하는 시기인 만큼 중국의 원격적인 지원 협조아래 새로운 체제 생존 방식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당대표자회의를 김정은의 후계체제와 결부시키려는 해석도 있으나 혈통과 학벌, 능력, 명분, 대중성 등을 고려할 때 김경희 부부의 조력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평화적 통일 추진시 동족으로서 북한 주민의 삶의 수준을 단기간에 수십배로 올릴 수 있는 구상과 전략을 갖고 있지만 북한 지도층이 자존심과 경쟁심으로 돌이킬 수 없는 파탄상태로 빠져 들어 가며 경제 예속을 무릅쓰고 다른 국가의 협조 지원을 바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에게는 콩 한조각도 나누어 먹는다는 속담이 있지만 중국의 실세 객가 사회에서는 개가 야위어도 주인의 수치라는 속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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