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산업화의 한 장면, 반세기 만에 시민 앞에…민족기록화 4점 첫 공개

  • 시립미술관, 광역시 승격 30주년 기획전 '산업의 꿈, 사람의 시간' 개막

  • 1970년대 석유화학·조선·봉제산업 담은 대형 회화 4점 보존처리 거쳐 공개

  • 현대 작가 6명 신작 7점과 나란히 전시…산업 성장과 노동의 시간 함께 조명

울산시립미술관은 1970년대 제작된 민족기록화 4점을 공개한다 사진울산시
울산시립미술관은 1970년대 제작된 민족기록화 4점을 공개한다. [사진=울산시]


반세기 전 울산의 공장과 조선소, 산업현장을 화폭에 담은 1970년대 민족기록화 4점이 처음으로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울산시립미술관은 광역시 승격 30주년을 기념해 5일부터 내년 2월 21일까지 제1전시실에서 기획전 ‘산업의 꿈, 사람의 시간’을 연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1962년 특정공업지구 지정 이후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어 온 울산의 65년을 서로 다른 두 시대의 회화를 통해 조망한다. 산업 성장의 성과뿐 아니라 그 안에서 일하고 살아온 사람들의 시간을 함께 들여다보는 것이 특징이다.

전시의 중심에는 1970년대 제작된 민족기록화 4점이 놓인다.


임직순의 ‘석유화학공업단지’, 박득순의 ‘현대조선소’, 이용환의 ‘삼도물산’, 박항섭의 ‘한양화학공업’으로, 당시 울산의 석유화학공장과 조선소, 봉제공장 등 산업현장을 담은 300호 규모의 대형 회화다.

이 가운데 임직순의 ‘석유화학공업단지’는 1973년 제작된 작품으로, 1972년 준공된 울산석유화학공업단지를 소재로 한 민족기록화다. 당시 정부가 경제개발과 산업화의 현장을 기록하기 위해 제작한 광공업 분야 민족기록화 가운데 하나로 분류된다.

울산시립미술관은 이들 작품을 찾아 보존 처리를 마친 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한다.

50여 년 전 화가들이 바라본 울산 산업화의 풍경 옆에는 현재의 작가들이 바라본 울산의 모습이 나란히 놓인다.

미술관은 올해 울산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 6명에게 울산의 산업과 그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시간을 다시 그려줄 것을 의뢰했고, 이를 통해 제작된 대형 회화 7점을 이번 전시에 선보인다.

정재호의 ‘휴식’에는 수리를 위해 돌아온 배가 등장한다. 박득순의 ‘현대조선소’가 붉은 크레인 아래 새로운 배가 만들어지는 산업도시 울산의 기대를 담았다면, 정재호는 반세기 뒤 수리를 기다리는 배를 통해 노동과 회복의 시간을 바라본다.

권세진의 ‘도큐먼트’는 세로 3m, 가로 5.4m에 이르는 이번 전시 최대 작품이다. 조선소 건립 협의와 포니자동차 생산라인을 촬영한 사진을 한지 위에 먹으로 옮겨 울산 산업사의 한 장면을 수많은 붓질로 재구성했다.

이우성의 ‘오늘도 우리는 일하러 간다’는 황금빛 군중 속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의 얼굴과 몸짓을 담았다.

산업화 과정에서 가려졌던 노동의 기억도 함께 다룬다.

방정아의 ‘살아야했다Ⅰ·Ⅱ’는 용접 일을 마친 뒤 다시 집안일을 해야 했던 여성과 임신 중에도 물질을 했던 해녀의 구술에서 출발했다.

박경효는 ‘고래와 춤을’에서 울산 바다와 골리앗 크레인, 노동자의 투쟁을 한 화면에 담았고, 울산에서 활동해 온 송주웅은 ‘청맹(靑盲)과니의 노래’를 통해 울산화력 붕괴사고의 잔해와 커다란 얼굴을 병치해 산업도시가 남긴 고통을 묻는다.

전시에는 회화 11점 외에도 지역작가 조춘만의 산업사진 3점과 전시 연출을 맡은 양정욱의 조각·설치 작품 4점이 함께 선보인다.

국가기록원과 울산지역 기업, 언론사, 울산시 등이 제공한 기록사진 60여 점도 전시장 공중에 설치돼 1970년대 산업화의 현장과 오늘의 울산을 연결한다.

관람객이 두 시대 작품 사이를 직접 걸으며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장에는 별도의 동선도 마련했다. 양쪽 벽면에는 당시 노동자와 주민의 이야기를 배치하고 전시 출구에는 울산 산업사의 주요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연표를 설치했다.

울산시립미술관 관계자는 “1970년대 화가들이 그린 공장과 조선소에는 산업도시 울산의 성장에 대한 기대와 그 현장에서 땀 흘린 사람들의 삶이 함께 담겨 있다”며 “전시를 보고 돌아가는 길에 울산의 공장과 조선소를 바라보며 그곳에서 일해 온 근로자와 시민의 하루를 떠올려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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