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해 하원 다수당을 탈환할 경우, 하킴 제프리스(뉴욕·민주) 원내대표가 내년 1월 사상 첫 흑인 하원의장에 오를 것이 유력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번 연방 하원 선거에서 기존 의석을 지키면서 3석만 더 확보하면 다수당 지위를 되찾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의 다수당 복귀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이러한 관측의 배경에는 집권 여당인 공화당에 드리운 잇단 '트럼프 악재'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지속되는 고물가와 불안정한 대외 정책 여파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0%대 초반까지 떨어지면서 중간선거 판세는 공화당에 극히 불리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WP는 선거가 임박한 현시점에서 제프리스 원내대표의 진짜 과제는 '최초 흑인 하원의장이라는 역사를 쓸 수 있느냐'가 아니라 '이념적으로 다양해진 당을 어떻게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가'라고 짚었다.
WP가 연방 의원 등 측근 인사 20명의 평가를 취재한 결과,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치밀한 전략과 소통 중심의 설득력을 갖춘 리더십으로 평가받는다. 동료 의원들은 그가 매사 극도로 신중하고 숙고를 거듭하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데비 딩겔(민주·미시간) 하원 의원은 "하킴은 모든 사람이 자기 의견이 존중받는다고 느끼게 하고 그들이 어디서 출발하는지 이해하려고 열심히 노력한다"며 "(하원의장) 자리에 가면 더 강해져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브루클린 출신인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빙엄턴대를 졸업하고 조지타운대 공공정책학 석사를 거쳐 뉴욕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2000년 뉴욕주 하원의원에 첫 도전한 그는 2006년 주 의회에 입성했고, 2012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돼 워싱턴 정계에 진출했다. 한때 뉴욕시장 출마설이 돌기도 했으나, 그는 원내 지도부로 자리매김하는 데 집중했다.
2018년 하원 민주당 서열 5위인 의원총회 의장에 오른 데 이어, 2022년에는 흑인 최초로 하원 민주당 사령탑인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측근은 제프리스 원내대표를 두고 "이전 하원의장들과 비교했을 때 그 누구보다 더 합의 지향적"이라고 평가했다. 당을 특정 방향으로 끌고 가기보다 구성원들의 의견이 모이길 기다리는 신중한 스타일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성향은 당내 불만을 사기도 했다. 특히 표결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 2명이 사전 조율 없이 공화당 편에 서는 사태가 잇따랐을 때, 징계를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에도 "엄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을 뿐 실제 징계에 나서지 않아 당내 규율 약화에 대한 우려를 불렀다.
당내 대표적 친이스라엘 인사로 꼽히는 그가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는 핵심 지지층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는 비판도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제기된다. 당내 이념 스펙트럼이 한층 넓어졌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과거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시절과 같은 압박형 리더십을 경계하는 분위기라고 WP는 전했다.
중도 성향의 애덤 그레이(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은 "나는 누가 내 팔을 비트는 것에 반응하지 않는다"며 "내 팔을 비트는 사람들에 대한 내 반응은 오히려 더 버티는 것"이라고 말했다.
WP는 "제프리스 의원의 하원의장직 성패는 불안정할 수 있는 다수당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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