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솔리다임 美 상장 결국 중단…"시장 여건 고려한 결정"

  • 프리IPO·IPO 추진 중단…자본시장 여건 등 종합적 판단  

  • SK하이닉스 "정부 규제 때문 아냐…주주가치 측면에서 결정"

  • 생산능력 확충 계획 유지…미국 내 생산시설 확보 필요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인 솔리다임 사진솔리다임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인 솔리다임 [사진=솔리다임]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의 미국 증시 상장 추진을 결국 중단했다. 최근 반도체주 조정으로 기업가치 평가에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기존 주주들의 반발까지 거세지면서 상장에 따른 실익이 줄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이 해외 자회사 상장도 중복상장 규제 대상이라는 입장을 잇따라 밝힌 점 역시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솔리다임의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 유치)와 IPO (기업공개) 추진 검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조정 등 자본시장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성장 가능성이나 투자 필요성이 달라졌기 때문은 아니다"라며 "최근 자본시장 여건과 주가 흐름 등을 고려할 때 현재 IPO가 SK하이닉스와 기존 주주들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1년 인텔의 낸드플래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인수하며 출범한 회사다. 

당초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을 검토한 것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낸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AI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시장이 확대되면서 기존 생산시설만으로는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미국 내 신규 생산시설 확보를 위한 직접투자와 IPO를 통한 외부 자본 유치 등을 검토해왔다.

이번 상장 결정에는 기존 주주들의 반발과 주가 하락에 따른 부담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추진이 알려진 이후 SK하이닉스 주주들 사이에서는 자회사 가치가 별도로 평가되면서 모회사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상장을 통해 외부 투자금을 확보하더라도 기존 주주들이 기대하는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SK㈜에서 SK스퀘어, SK하이닉스, 미국 중간지주사인 AI컴퍼니를 거쳐 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다층적 지배구조가 논란을 키웠다. 이미 여러 단계의 지배구조를 거치는 상황에서 솔리다임까지 별도 상장할 경우 모회사 주가가 보유 자산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이른바 '중복상장 할인'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금융시장 여건도 달라졌다.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조정을 받으면서 솔리다임이 미국 증시에서 당초 기대했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커졌다. 미국 낸드 업체 샌디스크의 주가가 지난 6월 고점 대비 최근 약 40% 낮은 수준까지 하락했다. 동종 업체의 기업가치가 낮아진 상황에서 솔리다임이 상장을 강행할 경우 기대보다 적은 투자금을 유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의 중복상장 규제 움직임도 상장 추진 과정에서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추진과 관련해 "중복상장 규제 대상"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중복상장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정부의 중복상장 규제 강화가 상장 중단의 직접적인 배경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발언과 별개로 시장 상황과 주주가치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IPO의 경제적 효과나 솔리다임의 성장 필요성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시장 여건을 감안해 주주가치 측면에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추진은 중단됐지만 솔리다임의 생산능력 확충 계획은 유지된다. SK하이닉스는 AI 시대 낸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신규 생산시설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향후 직접투자와 외부 자금조달 등 투자재원 마련 방식을 다시 검토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솔리다임의 생산능력 확충과 경쟁력 강화는 중요한 과제"라며 "투자 시기와 규모, 재원조달 방식 등을 검토하며 솔리다임의 성장과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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