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쿠팡과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산업안전·근로기준 기획감독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산업안전 분야에서는 지난 3월 16일부터 물류센터와 배송캠프 등 105개소를 감독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205건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61건은 사법처리 절차를 진행하고 144건에 대해서는 약 19억6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법인별로 쿠팡CFS가 약 12억9000만원으로 가장 많고 쿠팡CLS가 약 6억3000만원, 쿠팡 약 3000만원 등이다. 이는 지난 2024년 아리셀 특별근로감독 과태료인 17억9195만원을 넘어선 것이다.
특히 감독 과정에서 산재 발생 사실을 은폐한 정황 2건이 새롭게 확인됐다. 합의금 지급 등을 통해 노동자가 산재요양 신청을 취하하도록 한 사례와 관리자 면담을 거쳐 산재요양 신청을 취하하게 하고 산업재해조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사례다. 노동부는 두 사건을 범죄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2020년 10월 쿠팡풀필먼트 대구센터 소속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서는 당시 대표이사의 부적절한 지시가 실제로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부에 따르면 당시 대표이사는 메신저를 통해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쿠팡 관계자들은 CCTV를 분석해 고인이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에 가는 시간 등을 별도로 분류했다.
산재보상 조사 과정에서 쿠팡이 최초 제출한 CCTV에 고인의 모습이 없었던 사실과 관계자가 실제 영상 내용과 다르게 근무환경을 진술한 사실도 확인됐다. 고인은 2021년 2월 야간근무와 높은 업무강도 등에 따른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법적 구성요건도 쟁점이다. 노동부는 산재 은폐죄가 성립하려면 산재 발생 사실을 보고하지 않고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하는 적극적인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은 중대재해 발생 사실이 이미 보고된 데다 산재 승인 과정을 방해한 행위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영민 노동부 안전보건감독국장은 "쿠팡의 부적절한 행위를 했지만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재 은폐죄로 보기에는 쉽지 않다"며 "공소시효가 도과됐지만 당시 행위가 부적절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수사 과정의 한계도 드러났다. 노동부는 일부 피해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고 합의서에 포함된 제3자 누설금지 조항 때문에 진술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관련 자료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노동부는 해당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제기된 다른 산재 은폐 의혹은 계속 조사할 방침이다.
불법파견과 블랙리스트,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 관련 의혹에서는 주요 법 위반이 확인되지 않았다. 쿠팡이 과거 일부 퇴사자 명단을 만들어 채용 과정에서 활용한 사실은 확인됐지만 다른 회사의 취업을 방해하기 위해 외부에 공유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성과향상프로그램(PIP) 역시 대상자를 선정해 운영한 사실은 확인됐으나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해고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취업규칙에 프로그램 내용을 작성하지 않은 것은 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과태료 70만원을 부과한다. 불법파견 의혹에 대해서도 쿠팡과 CLS가 각각 소속 노동자를 지휘·명령하고 배송 상품도 구분돼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2024년 감독 당시 권고했지만 아직 이행되지 않은 소분류·상차 작업환경 개선과 3회전 배송 방식 개선 등을 재차 지도할 계획이다. 아울러 쿠팡 외 다른 물류센터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내년도 감독계획에 물류센터 관련 감독을 포함할 방침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쿠팡은 빠른 배송 및 물류 효율화에 수반될 수 있는 과로, 야간노동, 과중한 업무강도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라며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존중하는 경영방침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쿠팡은 "노동부 근로감독 결과에 따라 개선이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고, 필요한 사안들은 충실히 소명하도록 할 것"이라며 "쿠팡은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안과 관련해 유가족께 다시 한번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다만 비위행위로 해고되고 소송에서 패소한 전직 임원의 일방적 주장으로, 관련 수사에서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부적절한 지시가 사실로 확인된 것처럼 발표된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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