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일방적으로 공개했습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X를 통해 “우크라이나 측이 비공개 요구를 해 합의했는데 일방적으로 (북한군 포로 이송 사실을) 공개했다”며 우크라이나에 사과를 촉구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항의 조치로 한국 정부는 주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초치했고, 이후 8일 박기창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한국으로 소환했습니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측의 전향적 조치가 없다며, 공관원 추가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외교부는 20일 정례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한 겁니다.
먼저 ‘대사관을 철수한다’는 주장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사관’을 철수하는 것이 아니라, 공관에서 근무하는 직원인 ‘공관원’을 일부 철수시키는 것입니다. 나머지 직원들이 근무하는 대사관이라는 공관 자체는 현지에 유지됩니다.
공관 자체를 폐지하는 것과 공관에서 일하는 직원들 일부를 철수시키는 것은 엄연히 다른 조치입니다.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은 외교 관계가 단절되거나 공관이 영구적·일시적으로 소환되는 경우의 효과를 45조에서 정하고 있습니다. 접수국의 공관 보호 의무와, 파견국이 공관 관리와 자국민 보호를 제3국에 맡길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반면 직원의 출국과 직무 종료는 협약 10조와 43조에서 통보 중심으로 다룹니다. 이런 체계에 비추어 공관 전체를 거두는 조치와 공관을 유지한 채 직원을 줄이는 조치는 다른 층위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사관을 철수한다'는 명제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오해의 소지도 큽니다. 대신 '공관원 일부가 철수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나경원 의원은 20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대사관 철수는 단교 바로 전 단계”라고 주장했습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21일 “단교를 제외하면 최고 수준의 외교적 항의 조치”라고 강조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당 명제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판단을 유보합니다. 외교적 항의 수단에는 공식적인 위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통상적인 외교적 항의 수위가 ‘외교 채널 간 소통 → 공개 입장 표명 → 상대국 대사 초치 → 자국 대사 소환 → 현지 공관 철수 → 국교 단절’ 순으로 높아진다며, 공관 철수가 국교 단절 직전의 유일한 수단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순서가 법이나 조약으로 명문화된 공식 서열은 아닙니다. 또한 이번 조치는 대사관이라는 공관 자체를 완전히 닫는 철수가 아니라, 공관에서 일하는 직원을 일부 철수시키는 인력 감축이어서 이 기준을 그대로 대입하기도 어렵습니다.
수위 높은 외교적 항의 조치로는 공관원 철수 외에도 상대국 외교관 추방, 외교관계 격하 등 다양한 절차가 존재합니다. 다만 이들 중 ‘어느 쪽이 더 강력한 항의인가’에 대해서는 외교상의 공식 합의나 법적 기준이 없어 전문가나 관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명제는 사실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합니다.
외교부는 이번 공관원 철수의 핵심 배경으로 “우크라이나 측의 사과 등 전향적 조치가 없는 점”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역에 걸친 공습 위협 등 안전 확보의 어려움”을 들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난 19일에도 우크라이나 11개 주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는 등 현지가 위험한 상황인 것은 맞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대사관 피해도 잇따라 있었습니다. 2025년 8월에는 EU 대표부와 영국 문화원이 러시아의 공습으로 피해를 입었고, 앞서 2024년 12월에는 알바니아, 아르헨티나, 팔레스타인 대사관 등이 피해를 봤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정부의 결정에 ‘안전 때문이 맞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는 대사관에서 인력을 빼는 조치를 취하는 국가가 한국밖에 없다는 겁니다.
확인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직전과 직후에는 미국과 일본, 유럽 국가는 물론 한국도 안전 위협을 이유로 공관을 비우고 대피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시점이 관건입니다. 전쟁이 장기화한 현재 시점에서는 대피했던 대부분의 외교관이 복귀해 대사관이 다시 가동 중입니다. 최근 러시아가 외국 외교관들에게 키이우를 떠나라고 경고했으나, 지난 10월 2일 게오르기 티히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외국 외교 공관들로부터 키이우 철수 의사를 전달받은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EU 역시 현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으며, 독일과 프랑스도 업무를 정상 유지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현재 다른 나라 대사관들의 개별적인 인력 감축 실행 여부까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정부 차원의 공식 발표를 통해 대사관 상주 인력을 감축·철수시키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따라서 ‘우크라 대사관 인력 축소는 한국뿐’이라는 명제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다만 ‘현재 시점에 우크라 대사관 인력 축소를 공식화한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명제를 바꾼다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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