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플라워노즈 팝업스토어. 동화를 연상시키는 파스텔톤 외관과 공주 장식품 같은 화장품 용기가 한눈에 들어왔다. 중국 색조 브랜드 플라워노즈가 한국 진출 1년 만에 연 세 번째 팝업이다.
이날 평일임에도 팝업스토어에는 제품을 구경하고 구매하려는 방문객 발길이 이어졌다. 현장 관계자는 전날에는 방문객이 2700명에 육박했고 주말엔 5000명을 웃돈다고 말했다. 매장 안에는 유럽과 중국, 일본 등에서 온 관광객들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관계자는 "가장 고가인 70만원대 패키지도 하루 한두 개씩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성수동 대표 화장품 매장인 '올리브영N 성수'과 맞은편에 위치해 올리브영 쇼핑백을 든 고객도 매장 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현재 올리브영에는 중국 브랜드 화장품이 입점해 있지 않다.
현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구매 이유로 가격이 아닌 디자인을 주로 꼽았다. 용기와 제품 표면의 양각 장식 등을 차별화 포인트로 짚었다. 지난해 팝업에 이어 올해도 다시 찾았다는 20대 여성은 "중국산 치고는 생각보다 싸지 않지만 패키지가 예뻐 다 쓴 뒤에도 소장할 수 있다"며 "온라인에 사용 후기가 많아 중국 브랜드라는 거부감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를 사용한다는 만족감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C-뷰티 공세를 막아내야 하는 K-뷰티의 또다른 과제다. 한국산이라는 신뢰와 가격 대비 품질에 더해 소비자 취향을 사로잡을 상품 기획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도 중국 브랜드는 가격대와 대상을 달리해 저변 확대에 나서고 있다. 주디돌의 아이라이너는 11.99달러, 윤곽 메이크업 제품은 16.99달러, 립 제품은 11~16달러로 현지 대중 브랜드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대다. 반면 플라워노즈의 아이섀도 팔레트는 35달러 수준이다. 화려한 패키지와 콘셉트를 내세워 디자인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겨냥한다.
C-뷰티의 해외 판로 확보에 한국 유통사 네트워크가 쓰이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프로야는 국내 유통사 그레이스와 미국 독점 유통 계약을 맺었다. 그레이스는 울타뷰티 입점 제안부터 제품 선정과 납품까지 맡는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중국 브랜드도 한국 제조·유통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인프라 자체를 K-뷰티만의 독점적인 경쟁력으로 보기 어려워졌다"며 "독자적인 제품력과 브랜드 정체성, 현지 소비자 데이터에 기반한 기획·마케팅으로 브랜드를 차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품을 해외 매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운영 역량도 경쟁력을 가를 요소로 꼽힌다. 판매량에 맞춘 재고 확보와 납기 준수는 물론 현지 물류·반품·보험, 유통사 마진과 판촉 비용까지 관리해야 한다. 제품이 인기를 얻더라도 매장에 제때 공급하지 못하면 전국 단위로 판매처를 확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영주 을지대 화장품과학과 교수는 "중국과 한국 브랜드 간 경쟁에서는 제품뿐 아니라 재고와 납기, 물류와 반품 등 운영 능력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며 "한국산이라는 점은 계속 강점이겠지만 브랜드의 존재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소비자에게 그 브랜드를 선택해야 할 이유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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