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새 4조3000억 수주…삼성전기, '스마트폰 부품사'서 'AI 인프라 핵심 공급사'로 변신

  • AI 데이터센터 증설에 고부가 부품 확보전…MLCC·반도체 기판 수요 급증

  • 장기계약으로 내년 물량 선점…6조7800억 증설 투자로 성장 기반 확대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가 스마트폰 중심의 전자부품 기업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핵심부품 공급사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최근 5개월간 4조3000억원 규모의 장기 공급계약을 따내며 AI 서버용 부품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이 반도체를 넘어 핵심부품 확보전으로 번진 영향이다.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반도체 패키지기판 등 고부가 제품 공급을 늘리며 스마트폰 업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사업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전날 글로벌 대형기업과 3605억원 규모의 메모리 반도체용 패키지기판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내년 1월부터 12월까지다. 이로써 지난 5월 이후 체결한 대형 공급계약은 7건으로 늘었다. 누적 계약금액은 약 4조3000억원에 달한다.

수주 품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5월 실리콘 커패시터 1조5570억원을 시작으로 6월과 7월 AI 서버용 MLCC 공급계약을 잇달아 확보했다. 지난달에는 1조722억원 규모의 MLCC 계약을 체결했고 이번에는 메모리 반도체용 패키지기판으로 장기계약 영역을 넓혔다.

이 같은 수주 행진의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확장이 있다. AI 서버에는 일반 서버보다 10배 이상 많은 MLCC가 들어간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메모리 반도체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AI 서버용 MLCC는 고온·고전압 환경에서 장시간 작동해야 해 기술 난도가 높고 공급할 수 있는 업체도 제한적이다.

반도체 패키지기판도 마찬가지다. AI 반도체의 연산 성능이 높아지고 메모리 탑재량이 늘면서 고속으로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기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고사양 AI 가속기용 기판뿐 아니라 메모리용 기판에서도 장기계약이 나왔다는 점이 주목된다. iM증권은 이날 기판 공급 부족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았던 메모리용 제품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거래 방식도 달라졌다. 기존 MLCC는 스마트폰과 PC 등 완제품 수요에 따라 주문 물량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부품의 공급이 빠듯해지면서 고객사들이 향후 물량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장기계약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기는 이미 글로벌 빅테크와 주요 반도체 업체 등 10여곳과 MLCC 장기공급계약을 맺었다.

사업구조 변화는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2분기 삼성전기 컴포넌트사업부 매출은 1조649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9% 증가했다. AI 가속기와 서버용 반도체 기판을 생산하는 패키지솔루션사업부도 37% 성장했다. 반면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 등을 생산하는 광학솔루션사업부의 매출 증가율은 10%에 그쳤다. AI 인프라용 고부가 부품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삼성전기는 생산능력 확대에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달 세종사업장과 베트남 생산법인에 총 6조7800억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AI 서버용 고부가 반도체 기판인 FC-BGA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기 위한 결정이다. 세종사업장은 2028년부터 신규 생산시설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잇단 장기계약은 삼성전기의 수익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내년 이후 공급 물량을 미리 확보하면서 매출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와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협상력 강화도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AI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가 둔화하면 대규모 증설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 서버용 MLCC와 FC-BGA 등 고부가 제품은 고객사 인증과 수율, 생산 기술 등이 중요한 만큼 단기간에 기술 격차가 좁혀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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