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프랑스 전역에서 50만명 이상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데 이어 이탈리아와 벨기에, 포르투갈에서도 시위가 발생했다. 내년 프랑스 대선을 비롯해 유럽 주요 국가들에서 각종 선거가 예정된 가운데 경제적 불만이 정치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교사 부족과 열악한 학교 시설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시작됐다. 이후 노동조합과 2018년 생활비 상승과 경제적 불평등에 반발해 등장한 '노란 조끼' 운동 지지자들까지 가세하면서 전국으로 확산했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전국에서 약 55만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대부분은 평화적으로 행진했지만 일부 참가자들이 공공건물에 불을 지르고 상점을 약탈하면서 경찰과 충돌했다.
경제적 피해도 상당하다. 프랑스 대형 유통업체 까르푸의 알렉상드르 봉파르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소요 사태로 상점 운영자 약 1500명이 피해를 봤으며, 복구 비용이 수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까르푸 매장도 약 20곳이 약탈당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폭력 행위를 강하게 규탄하면서도 평화적인 시위 참가자들의 불만은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특히 미국의 이란 전쟁으로 연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졌다는 점에도 공감을 표했다.
프랑스, 대응 여력 '제한'
특히 프랑스는 심각한 재정위기까지 겹치면서 정부의 대응 여력이 제한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프랑스의 공공부채는 사상 최대인 약 4조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119%에 달한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로 프랑스 국채 금리는 24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프랑스 정부는 2027년도 예산안에 430억유로 규모의 신규 재정적자 감축 조치를 담았다. 기존 조치를 포함하면 총 540억유로 규모로,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올해 5.4%에서 내년 5%로 낮출 계획이다. 프랑스 국민의회는 20일 해당 예산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역시 유럽연합(EU) 기준인 3%를 크게 상회하는데다, 이마저도 공무원 임금 기준 동결 등 긴축 조치에 노동계가 반발하면서 재정 개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와중에 정치적 교착 상태도 재정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2024년 총선 이후 프랑스 의회에서는 어느 정치 세력도 단독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정부의 재정 개혁 추진이 어려워졌다.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유럽 담당 책임자인 무즈타바 라흐만은 지난 15일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프랑스는 정말로 벼랑 끝에 서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프랑스가 자유민주주의의 위기와 재정 운영 실패, 청년층의 불만이라는 세 가지 위기에 직면했다며 이 가운데 재정위기가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예산안 처리에 실패할 경우 국채 이자 부담이 급증해 국제통화기금(IMF)에 지원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릴 수 있다며 "이는 세계 7위 경제대국에 굴욕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물가 시위, 유럽으로 확산 조짐
한편 고물가와 생활비 부담에 따른 시위는 프랑스를 넘어 유럽 다른 국가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지난 17일 생활비 상승 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부 폭력 사태로 번졌으며, 이날도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이 이어졌다. 벨기에에서도 공공서비스 문제 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포르투갈에서는 주거비 급등과 저임금 문제가 시위의 주요 배경으로 떠올랐다. 이에 17일 수도 리스본에서 수만명이 거리로 나와 임금 인상과 주거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포르투갈의 주택 가격은 2017년 이후 두 배 이상 올랐으며, 신규 임대계약의 임대료도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스페인에서도 주거비와 임금 문제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 달 조기 총선을 앞두고 관련 파업이 예고되면서 경제 문제가 주요 정치 현안으로 부상했다.
뿐만 아니라 내년 프랑스 대선과 이탈리아 총선 등 유럽 주요국들의 선거가 예정된 상황에서 유럽 내 경제난이 정치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리고 이는 유로화에도 악재로 작용하는 가운데 유로화 환율은 19일 아시아 장에서 최대 0.5%가량 하락하며 1달러당 1.1182유로까지 떨어졌다.
여론조사업체 엘라브의 베르나르 사나네스 대표는 유럽 각국 시위의 공통적인 배경으로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공공정책을 지목했다. 그는 "경제성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시위대가 제기하는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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