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0개'의 역설...국립대 교수들 진주서 해법 모색

  • 부산대 등 3개 대학 우선 지원에 형평성 논란...전국 교수회장 경상국립대서 정책 점검

  • 경상국립대 우주항공·방산, 부산대 조선·해양 중심 육성 제안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와 경상국립대 교수회가 1617일 경상국립대에서 국·공립대 발전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사진경상국립대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와 경상국립대 교수회가 16~17일 경상국립대에서 국·공립대 발전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사진=경상국립대]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S10)'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지역 국립대학 간 재정지원 격차와 새로운 대학 서열화 가능성이 고등교육계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국 국·공립대 교수회장들이 경남 진주에 모여 정부의 대학 육성정책을 점검하고 지역대학의 동반성장 방안을 논의했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와 경상국립대학교 교수회는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간 경상국립대 개척홀에서 '고등교육 대전환 시대, 국·공립대 발전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경상국립대 건학 116주년·개교 78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서울대와 부산대, 경북대, 충남대, 국립부경대 등 전국 국·공립대 교수회장과 교수들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5극 3특'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중심으로 고등교육 재정지원 확대와 대학의 자율성,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한 특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대규모 재정지원이 일부 대학에 집중될 경우 지역 간 교육·연구 격차가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3개 대학 우선 지원...“새로운 대학 서열화 우려”
전국 국·공립대 교수회장들이 16일 경상국립대에서 고등교육 재정지원과 지역 국립대학의 균형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사진경상국립대
전국 국·공립대 교수회장들이 16일 경상국립대에서 고등교육 재정지원과 지역 국립대학의 균형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사진=경상국립대]


교육부는 지난 9월 부산대·전남대·충남대 등 3개 대학을 S10 패키지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공유대학 지원을 포함해 올해 대학별 약 700억원 규모의 지원을 시작하고 2030년까지 5년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서울대를 제외한 비수도권 9개 거점국립대 전체의 경쟁력 강화를 정책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핵심 재원을 일부 대학에 먼저 집중하는 방식이 지역대학의 균형발전이라는 정책 취지에 부합하는지를 놓고 이견이 제기됐다.

16일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임정묵 서울대 교수회장은 '국·공립대학의 발전과 상생을 위한 고등교육 체제 개편 및 생태계 복원 방안'을 주제로 기존의 '선택과 집중' 방식이 대학 간 경쟁과 양극화를 심화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임 회장은 정부의 세부 사업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예산을 운용할 수 있는 블록 재정(Block Grant)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서울대의 지역균형선발 비율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고, 전국 국·공립대 간 공동학위제와 연구시설 공유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경북대 이경은 교수회장은 S10 지원대학 선정 과정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토론문을 통해 선정 기준이 실제 평가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공개하고, 지원에서 제외된 대학에도 교육·연구 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재원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대 이용재 교수회장은 대학 간 교육·연구 인프라 격차를 줄이기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과 함께 기초학문을 육성하는 'PNU 학문씨앗 30' 모델의 전국적 확산을 제안했다.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연구 주제를 발굴하고 소규모 연구모임을 구성하는 상향식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제주대 정수연 교수회장은 정부 재정지원사업이 확대되는 동안 대학의 기본 교육환경은 충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후 강의실과 실험실 보수, 조교 인력 확충 등 현장의 필요에 맞춰 재정을 사용할 수 있도록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경상국립대 “우주항공·방산 직접 투자 필요”
전국 국·공립대 교수회장들이 1617일 경상국립대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5극 3특’ 정책을 중심으로 대학 균형발전과 재정지원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사진경상국립대
전국 국·공립대 교수회장들이 16~17일 경상국립대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5극 3특’ 정책을 중심으로 대학 균형발전과 재정지원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사진=경상국립대]


17일 오전 열린 세 번째 세션에서는 박상식 경상국립대 교수회장이 'S10 정책과 국·공립대학의 미래: 쟁점과 발전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회장은 3개 대학 집중지원 방식이 연구 기반의 신속한 확충과 산학협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대학 간 재정 격차 확대와 지역 내부의 인재 재집중, 비선정 대학의 발전 경로 불확실성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발제문에서는 9개 지역 거점국립대 전체에 안정적인 기본 재정을 지원하고, 지역 전략산업과 대학별 교육·연구 역량을 고려한 분야별 직접 투자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동남권에서는 경상국립대가 우주항공·방산 분야를, 부산대가 조선·해양 분야를 중심으로 교육·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부산대의 S10 패키지 지원 계획이 조선해양·기계시스템·항공우주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경남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관련 산업 기반이 집중돼 있고, 경상국립대 역시 우주항공·방산 분야의 교육·연구 역량을 축적해 왔다는 것.

이에 따라 경상국립대에는 우주항공·방산 분야의 대학원생 지원과 연구인력 확보, 기업 공동과제를 위한 직접 재원을 배분하고, 부산대에는 조선·해양 분야의 핵심 특성화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는 부산대의 기존 항공우주 교육을 축소하거나 경남의 조선산업을 부산으로 이전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각 대학이 축적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핵심 특성화 재원의 우선 배분과 인재양성 책임을 명확히 하자는 취지다.

또한 AI와 소재, 추진, 제어, 첨단 제조 등 공통 기술 분야에서는 공동교육과 연구를 추진하되 참여 대학의 직접 재원과 의사결정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S10 정책의 성과를 일부 선정대학의 성장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전체 거점국립대의 교육·연구 역량 강화와 지역의 교육 기회 확대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16일 두 번째 세션에서는 국가중심국·공립대학의 발전방안과 국립대 체제의 헌법적 의미를 다뤘다.

발제를 맡은 이장희 국립창원대 교수회장은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대학의 자율성을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국립대의 기본 운영비와 연구비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를 제안했다.

국립대 법인화와 대학 통폐합 과정에서 공공성과 민주적 의사결정이 훼손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교수회의 대학 운영 참여와 총장에 대한 견제장치를 제도화하는 등 국립대학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립부경대 류지열 교수회장은 국가중심국·공립대학을  지역의 인재·산업·연구·공공서비스를 연결하는 국가 전략거점으로 재정립할 것을 제안했다.

해양·조선, 항만물류, 수산·환경, 미래모빌리티 등 지역산업과 연계한 대학별 특성화와 함께 공동 연구시설 구축, 대학원 인재양성, 안정적인 다년도 재정지원 방안도 제시했다.

한상욱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상임회장은 심포지엄 자료집에 실린 인사말에서 일부 대학을 우선 선정하는 지원 방식이 새로운 대학 서열화를 만들고 지역 간 격차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국·공립대학이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머물지 않고 고등교육 혁신 방향을 직접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편 경상국립대 교수회는 이번 심포지엄을 기념해 '천년의 역사, 진주, 그리고 경상국립대학교' 책자를 제작해 참석자들에게 배부했다.

책자에는 진주대첩과 남명 조식의 실천적 선비정신, 형평운동의 역사, 진주농림학교에서 경남과학기술대학교와 경상국립대학교로 이어진 지역 교육사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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