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회예산정책처의 'AI 투자 확대와 국내 설비투자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AI 관련 자본지출은 과거 주요 투자 붐과 비교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는 역사적으로 범용기술 전환기에 나타난 인프라 투자 사이클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이를 기술혁명 전개 과정으로 제시한 페레즈(Perez)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후 다섯 차례의 기술혁명은 모두 기술 인프라가 구축되는 '설치기'와 기술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전개기'를 거쳤다. 두 국면 사이에는 금융위기를 동반하는 전환점이 나타났다.
설치기는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단계로 초기 기술혁신이 나타나는 '발생기'를 거쳐 신기술 인프라에 투기적 자본이 집중되는 '광풍기'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인프라가 과잉 구축되고 자산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실제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오라클 등 5개 하이퍼스케일러의 합산 자본투자는 2023년 1500억 달러에서 2024년 2260억 달러, 2025년 3950억 달러로 늘었다. 올해는 735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됐다. 2023년 이후 3년 만에 약 5배 수준으로 증가한 셈이다.
투자 확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전년 대비 자본투자 증가율은 2024년 50.8%, 2025년 74.7%에 이어 올해 86.0%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주요 4개사의 영업현금흐름 대비 자본투자 비중도 2024년 1분기 39.0%에서 올해 1분기 69.7%로 상승했다. 창출한 현금의 약 70%를 설비투자에 다시 투입하는 구조다.
다만 보고서는 AI 투자 확대가 단순한 과잉투자로만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AI 연산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날 경우 설비 부족에 따른 고객 이탈 비용이 설비 과잉 구축에 따른 비용보다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보다 먼저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선점 경쟁도 투자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향후 투자 계획도 상당 규모로 이어질 전망이다. 하이퍼스케일러 5개사의 합산 자본투자는 2026년 7350억 달러에서 2030년 1조495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증가율은 올해 86.0%에서 2030년 6.4%까지 낮아지면서 투자 확대 속도는 점차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투자 사이클의 조정이 국내 설비투자에 미칠 영향이다.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설비투자에서 AI 관련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기준 26%로 미국의 23%보다 높았다. 다른 국가의 경우 5%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AI 관련 설비투자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소수 반도체 기업에 집중돼 있어 개별 기업의 투자 결정이 전체 설비투자와 경기 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내 설비투자는 올해 상반기 전년 대비 5.4% 증가하며 증가세로 전환했고 정부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AI 투자 확대가 이어질 경우 국내 설비투자와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글로벌 투자 사이클이 꺾일 경우 하방 충격이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하이퍼스케일러의 재무구조에서도 위험 요인이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영업 수익성은 유지되고 있지만 AI 투자 확대에 따라 잉여현금흐름이 줄고 있으며 자체 현금 중심이었던 투자 재원이 회사채 등 외부 조달로 이동하고 있다. 전력망과 송전 용량 부족, 냉각 설비, 인허가, 전기요금 등 데이터센터 구축의 물리적 제약도 투자 확대를 제한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혔다.
황소정 경제분석관은 "글로벌 AI 투자 확대가 국내 설비투자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는 만큼 투자 사이클의 지속 가능성과 조정 가능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AI 투자가 소수 기업에 집중된 국내 산업 구조를 고려하면 글로벌 투자 흐름과 주요 기업의 투자 계획 변화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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