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는 잘하고 계시죠?" 명절에 고향을 찾을 때 부모님께 가장 자주 건네는 안부 인사 중 하나입니다. 부모님께서는 매번 "잘 먹고 있으니 걱정 마라, 너희들이나 챙겨먹으라."며 웃어 보이시곤 합니다. 하지만 그 밝은 미소 뒤에, 자녀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꾹 참아온 치통과 구강 불편감이 숨어있을지도 모릅니다.
나이가 들면서 치아와 잇몸이 약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노령층의 구강 질환을 방치하면 소화 기능 저하는 물론, 전신 건강 악화와 삶의 질 감소로 금방 이어지기 쉽습니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현금이나 선물 세트에 더해, 부모님의 구강 건강을 꼼꼼히 살피는 '따뜻한 관심'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요?
먼저 부모님과의 식사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는 부모님 구강 건강 체크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첫째, 딱딱하거나 질긴 음식을 피하시는지 살펴보세요. 갈비찜이나 나물, 깍두기 대신 무른 반찬에만 손이 가신다면 치아가 심하게 패였거나 흔들리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또는 잇몸 염증이 진행되어 씹을 때 통증을 느끼시는 것일 수 있습니다. 둘째, 음식을 한쪽으로만 씹으시지는 않는지 관찰해 보세요. 음식을 씹을 때 얼굴 모양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 특정 부위로만 드신다면, 반대쪽 치아에 통증이나 충치가 있거나 보철물 · 틀니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셋째, 식사 중이나 직후 잇몸을 자꾸 쑤시시나요? 잇몸이 내려앉으면 치아 사이에 빈 공간(치간 공극)이 생겨 음식이 쉽게 낍니다. 식사 후 이쑤시개를 자주 찾으시거나 불편해 하신다면 잇몸 퇴축과 치주염의 신호입니다.
부모님의 구강 건강 이상을 발견했다면, 단순히 "치과 좀 가세요."라고 말씀드리는 것보다 "명절 지나고 저랑 같이 치과 가서 검진 한번 받아 보시지요."라고 동행을 제안하거나, 동행이 어려운 경우 “치과 가셔서 진료 받아 보시고 저한테 꼭 전화주세요.” 라고 하는 편이 좋습니다. 노령층 환자들은 괜한 치료비 걱정에 방문을 미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치과 건강보험 혜택을 미리 알아두시면 부담을 훨씬 덜어드릴 수 있습니다. 만 65세 이상 어르신은 평생 2개까지 본인 부담률 30%로 임플란트 시술을 받으실 수 있으며, 7년에 1회에 한해서 부분 틀니 및 전체 틀니를 본인 부담률 30%로 제작할 수도 있습니다.
"다 괜찮다."는 부모님의 말씀만 믿기보다는, 이번 명절에는 부모님의 식사 모습을 유심히 살피고 치아와 잇몸 안부를 물어보세요. 풍성한 한가위, 부모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효도는 맛있는 명절 음식을 마음껏 즐기실 수 있는 '건강한 치아와 잇몸'을 챙겨드리는 것입니다.
서울대학교 치의학 전문대학원 석사
보건복지부 통합치의학 전문의
현 치과의사 겸 의료 전문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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