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미로운 치아백서] 추석 선물보다 중요한 부모님 구강 건강 체크리스트

 
유슬미 DDSDoctor of Dental Surgery 사진 유슬미 DDS
유슬미 D.D.S(Doctor of Dental Surgery) [사진= 유슬미 D.D.S]


"식사는 잘하고 계시죠?" 명절에 고향을 찾을 때 부모님께 가장 자주 건네는 안부 인사 중 하나입니다. 부모님께서는 매번 "잘 먹고 있으니 걱정 마라, 너희들이나 챙겨먹으라."며 웃어 보이시곤 합니다. 하지만 그 밝은 미소 뒤에, 자녀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꾹 참아온 치통과 구강 불편감이 숨어있을지도 모릅니다.

나이가 들면서 치아와 잇몸이 약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노령층의 구강 질환을 방치하면 소화 기능 저하는 물론, 전신 건강 악화와 삶의 질 감소로 금방 이어지기 쉽습니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현금이나 선물 세트에 더해, 부모님의 구강 건강을 꼼꼼히 살피는 '따뜻한 관심'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요?

먼저 부모님과의 식사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는 부모님 구강 건강 체크리스트를 소개합니다. 첫째, 딱딱하거나 질긴 음식을 피하시는지 살펴보세요. 갈비찜이나 나물, 깍두기 대신 무른 반찬에만 손이 가신다면 치아가 심하게 패였거나 흔들리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또는 잇몸 염증이 진행되어 씹을 때 통증을 느끼시는 것일 수 있습니다. 둘째, 음식을 한쪽으로만 씹으시지는 않는지 관찰해 보세요. 음식을 씹을 때 얼굴 모양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 특정 부위로만 드신다면, 반대쪽 치아에 통증이나 충치가 있거나 보철물 · 틀니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셋째, 식사 중이나 직후 잇몸을 자꾸 쑤시시나요? 잇몸이 내려앉으면 치아 사이에 빈 공간(치간 공극)이 생겨 음식이 쉽게 낍니다. 식사 후 이쑤시개를 자주 찾으시거나 불편해 하신다면 잇몸 퇴축과 치주염의 신호입니다.

식사 시간 체크가 끝났다면, 다음으로 함께 대화를 나누며 확인할 수 있는 항목들도 있습니다. 첫째, 대화 중 입 냄새(구취)가 심하지는 않은 지 봅니다. 연세가 드시면 입안이 건조해지면서 입 냄새가 날 수 있지만, 만약 구취가 갑자기 심해졌다면 잇몸 깊은 곳에 만성 염증이 생겼거나 치태 · 치석이 과도하게 쌓였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둘째, 틀니를 자주 빼놓거나 잇몸 통증을 호소하시나요? 틀니를 맞춘 뒤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잇몸 뼈가 변형되면서 기존에 쓰던 틀니가 헐거워지거나 잇몸을 찔러 궤양을 유발합니다. 틀니를 끼는 것을 꺼리신다면 즉시 조정을 받아야 합니다. 셋째, 입안이 자주 바짝 마른다고 하시나요? 고혈압이나 당뇨 약을 복용하시는 어르신들은 약물 부작용으로 구강 건조증을 겪기 쉽습니다. 침이 부족하면 균을 씻어내는 자정 작용이 떨어져 충치와 잇몸병이 급격히 악화됩니다.

부모님의 구강 건강 이상을 발견했다면, 단순히 "치과 좀 가세요."라고 말씀드리는 것보다 "명절 지나고 저랑 같이 치과 가서 검진 한번 받아 보시지요."라고 동행을 제안하거나, 동행이 어려운 경우 “치과 가셔서 진료 받아 보시고 저한테 꼭 전화주세요.” 라고 하는 편이 좋습니다. 노령층 환자들은 괜한 치료비 걱정에 방문을 미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치과 건강보험 혜택을 미리 알아두시면 부담을 훨씬 덜어드릴 수 있습니다. 만 65세 이상 어르신은 평생 2개까지 본인 부담률 30%로 임플란트 시술을 받으실 수 있으며, 7년에 1회에 한해서 부분 틀니 및 전체 틀니를 본인 부담률 30%로 제작할 수도 있습니다.

"다 괜찮다."는 부모님의 말씀만 믿기보다는, 이번 명절에는 부모님의 식사 모습을 유심히 살피고 치아와 잇몸 안부를 물어보세요. 풍성한 한가위, 부모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효도는 맛있는 명절 음식을 마음껏 즐기실 수 있는 '건강한 치아와 잇몸'을 챙겨드리는 것입니다.

 
◆유슬미 D.D.S.(Doctor of Dental Surgery)
서울대학교 치의학 전문대학원 석사
보건복지부 통합치의학 전문의
현 치과의사 겸 의료 전문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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