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 준키치 세이코 엡손 대표이사가 22일 한국엡손 창립 3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비전과 한국 시장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나윤 기자]
엡손이 프린터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로보틱스와 산업용 잉크젯 분야로 사업 체질 개선에 나선다. 초정밀 가공 기술을 제조 현장 전반으로 확장해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행보다.
요시다 준키치 세이코 엡손 대표이사는 22일 한국엡손 창립 3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엡손은 단순한 사무·가정용 장비 제조사를 넘어 초정밀 엔지니어링 기술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차세대 로보틱스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조업뿐만 아니라 의료 등 다양한 B2B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엡손의 잉크젯 프린터는 2024년 기준 전 세계 누적 판매량 1억대를 돌파하며 시장 점유율 34.1%로 1위를 지키고 있다. 종이 없는 사무환경 속에서도 글로벌 프린터 시장은 2025년 785억달러에서 2035년 1298억달러로 연평균 5.2%의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엡손은 오는 2035년까지 전체 매출 중 산업 B2B 분야의 비중을 33%에서 50%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고부가가치 제조 솔루션 사업의 영업이익 기여도 역시 45%에서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엡손은 2028년까지 추진되는 제1차 중기 경영계획에 따라 정밀 이노베이션과 산업용 로보틱스 등 핵심 성장 영역에 총 2800억엔(약 2조5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고정비 구조 개선과 공급망 재설계를 통해 투하자본이익률(ROIC) 8% 이상, 매출액순이익률(ROS) 8% 이상을 달성하며 B2B 중심의 고수익 구조를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요시다 사장은 "완성품 이미지가 강해 프린터·프로젝터 회사로 인식되지만 '성소정(省·小·精)'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 성장 구조를 구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엡손은 로보틱스 진출의 핵심 키로 포스센서(힘 감지 센서) 기반 정밀 제어 기술을 꼽았다. 스카라(SCARA)·6축 로봇에 이 센서를 결합해 사람 손끝 수준의 섬세한 힘 조절이 필요한 조립·가공 공정까지 자동화할 수 있다는 게 엡손의 설명이다. 여기에 피지컬 AI를 결합해 로봇의 작업 범위를 한층 넓혀간다는 구상이다.
로보틱스뿐 아니라 핵심 부품 영역으로의 확장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엡손에 따르면 잉크젯 프린터 헤드 제작에 쓰이는 반도체급 미세공정(MEMS) 초정밀 가공 기술은 이미 산업용 분사 및 도포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나아가 AI 데이터센터와 고속통신 서버의 핵심 부품인 '타이밍 디바이스(수정진동자)' 분야로까지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한국은 엡손의 체질 개선 전략의 성과가 가장 먼저 가시화된 핵심 거점이다. 한국엡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8% 늘어난 2276억원을 달성했다. 이 중 산업용 로보틱스 부문이 124% 대폭 성장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모로후시 준 한국엡손 대표는 이날 "지난 30년간 한국의 기술 변화에 발맞춰 엡손의 엔지니어링 역량을 산업 가치로 연결해왔다"며 "앞으로도 독자적인 정밀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 산업의 생산성 향상을 지원하고 새로운 가치를 지속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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