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지 전수조사, 왜 수도권 농지는 보이지 않는가  

  • 박선태 중남미 전문가

박선태 전 주페루공사 현 페루 트루리요 국립대학 명예교수
[박선태 페루 투르히요 국립대명예교수/스페인어 외국어 번역 행정사]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싸고 논쟁이 뜨겁다. 국회와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토론이 이어졌고, 정부 역시 여러 차례 입장을 밝혔다. 최근에는 “투기와 농촌의 일반적 위반은 구분하겠다”라며 고령화와 인력 부족 등 농촌 현실에서 비롯된 문제는 분리해 접근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일련의 논의 과정을 지켜보며 세 가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첫째, 이번 논란은 전수조사를 어떤 관점에서 시작하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었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농지의 소유·이용 실태 파악과 데이터베이스(DB) 구축도 처음부터 조사 목적에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이 처음 접한 메시지는 농지 가격과 방치 농지 문제를 지적하며 위반 농지의 처분 방안까지 언급한 대통령의 지시였고, 이후에도 위반 농지에 대한 조치 강화가 부각됐다. 결과적으로 ‘농지의 현실을 파악하는 조사’와 ‘위반을 찾아 조치하는 조사’가 뒤섞여 조사 목적 자체가 혼란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전국 농지의 실태를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원인을 분석한 뒤, 위반 성격에 따라 처분과 정상화, 제도개선을 구분해 접근했더라면 어땠을까.
 
둘째, 왜 수도권과 도시 근교 농지는 농지제도 개혁의 주요 의제로 보이지 않는가. 정부는 1996년 이후 취득한 136만ha 중 7월 말까지 132만ha, 1,013만 필지를 조사해 27%에 달하는 284만 필지를 ‘위반 의심’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은 단순한 숫자만이 아닐 것이다. 그 농지가 어디에 분포하며, 왜 그런 상태가 되었고, 지역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알고 싶을 것이다.
 
최근 공식적인 농지제도 논의에서도 농지 임대차, 농지 세제, 농업진흥지역 관리, 농지관리 전담 기구와 DB 구축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하나같이 중요한 과제들이다. 하지만 공개된 논의를 살펴보면 도시화로 주변 환경과 농업적 기능이 크게 달라진 수도권·도시 근교 농지를 별도의 유형으로 놓고 장래 관리 방향을 본격적으로 논의한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과 도시 근교에는 도시 확장으로 농지 주변에 주택과 공장, 창고, 도로와 상업시설 등이 들어서면서 과거와 토지이용 구조가 크게 달라진 곳이 있다.
 
이는 수도권 농지를 무분별하게 개발하자는 뜻이 아니다. 수도권에도 농업 생산성이 높거나 식량안보·환경 측면에서 보전할 가치가 높은 농지가 있고, 반대로 도시화로 농업적 기능과 주변 여건이 크게 달라진 농지도 있을 수 있다. 농지라고 해서 모두 같은 농지가 아니라는 것이 핵심이다.
 
셋째, 법 위반 여부와 농지의 장래 보전 필요성은 구분해야 한다. 농지의 취득·보유·이용 과정에서 법을 위반했다면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상태가 농지법에 맞는지를 판단하는 것과 그 토지를 앞으로도 국가가 농지로 보전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전자는 법 집행의 영역이고, 후자는 농업·식량안보·환경·국토계획의 영역이다.
 
이 주장은 단순한 규제 완화 요구가 아니다. 보전할 곳은 더 확실하게 지키되, 기능과 여건이 달라진 곳은 변화한 현실에 맞게 관리하는 국토관리체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특히 농지규제와 개발제한구역 등이 중첩된 수도권 도시 주변은 농지의 기능과 보전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주거·교통·산업·환경 등 도시계획과 연결해 장래 토지이용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 농업 생산성, 경작의 연속성, 주변 토지이용 변화, 환경·생태적 가치와 도시계획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평가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전수조사는 그 새로운 틀을 짜는 기초가 되어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 근교와 농촌, 농업진흥지역과 비진흥지역을 구분해 위반 의심 유형과 원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284만 필지를 ‘위반 의심’으로 분류했다는 숫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보전 가치가 높은 우량농지는 확실하게 보호하고 지원하되, 농업환경과 토지이용 여건이 크게 달라진 농지는 그 기능과 보전 가치를 다시 평가해 장래 국토이용과 연결해야 한다. 이번 전수조사를 대한민국의 농지관리와 국토이용 체계를 다시 설계하는 국가적 기초조사로 활용할 때다.
 

필자 주요 이력

▷중남미전문가(전 외교관, 페루 투르히요 국립대명예교수) ▷스페인어 외국어 번역 행정사 ▷SEBA 글로벌행정지원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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