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한 금융기관에 붙은 담보대출 안내문 모습. [사진=연합뉴스]
저금리기에 5년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들이 금리 재산정 시기를 맞고 있다. 2~3%대 금리를 적용받던 차주가 현재의 5% 안팎 금리로 전환되면 월 상환액이 수십만원 늘어날 수 있다. 최근 신규 차주의 70% 가까이도 변동금리를 선택한 가운데 한국과 미국이 잇달아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1년 5년 혼합형 주담대를 받은 차주들의 고정금리 적용기간이 올해부터 차례로 끝나고 있다. 혼합형 주담대는 처음 5년간 고정금리를 적용한 뒤 6개월 또는 1년 주기로 금리를 다시 산정하는 상품이다.
2021년 8월 연 2.98%로 3억원을 빌려 30년 만기 원리금균등 방식으로 상환했다고 가정하면 최초 월 상환액은 약 126만원이다. 5년 뒤 남은 원금은 약 2억6660만원이다. 이후 남은 만기 25년에 적용되는 금리가 연 5.15%로 재산정되면 월 상환액은 약 158만원으로 32만원 증가한다. 연간 원리금 부담은 약 384만원 늘어난다.
같은 조건에서 5억원을 빌린 차주의 월 상환액은 약 210만원에서 264만원으로 53만원가량 뛴다. 연간으로는 약 640만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실제 재산정 금리와 상환액은 상품별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우대조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금리 부담에 노출된 것은 과거 혼합형 대출 차주만이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신규 취급 주담대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68.1%에 달했다. 신규 주담대 10건 중 7건 가까이가 시장금리 변동의 영향을 받는 상품을 선택한 셈이다. 고정형보다 초기 금리가 낮고 향후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금리 흐름은 차주들의 기대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데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연준이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면서 국내 시장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변동형 주담대의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달 연 3.18%로 전월과 같았다. 지난 3월부터 이어진 상승세가 일단 멈췄지만, 최근 예·적금과 은행채 등 은행 조달금리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금리 재산정 주기가 6개월인 변동형 상품은 올해 상반기 대출을 받은 차주부터 하반기 들어 달라진 금리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4대 시중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전날 주담대 금리는 고정·혼합형이 연 4.95~6.91%, 변동형이 연 4.29~6.00%로 집계됐다.
금리 상승 가능성이 커지면서 변동형에서 고정형으로 갈아타려는 차주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출잔액 3억원, 남은 만기 25년인 차주가 연 5.15% 변동형에서 연 4.75% 고정형으로 대환한다고 가정하면 월 원리금은 약 178만원에서 171만원으로 7만원가량 감소한다.
두 금리가 남은 만기 동안 그대로 유지된다고 단순 가정하면 총이자는 약 2092만원 줄어든다. 다만 변동금리가 이후 하락하면 실제 절감액은 이보다 작아질 수 있다. 대환금리는 차주의 신용도와 담보가치, 우대조건 등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중도상환수수료도 확인해야 한다. 대출잔액 3억원에 수수료율 0.65%를 단순 적용하면 초기 비용은 195만원이다. 월 상환액 감소분으로 이를 상쇄하려면 약 28개월이 걸린다. 다만 실제 수수료는 대출 실행 후 경과 기간과 은행별 산정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통상 대출 실행 후 3년이 지나면 수수료가 면제되는 상품이 많아 2021년 혼합형 대출 차주는 별도 수수료 없이 갈아탈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전망만 보고 대출 유형을 결정하기보다 대출 유지기간과 금리 재산정 주기, 중도상환수수료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미국이 금리를 올린 상황에서 한국만 흐름에 역행하기는 쉽지 않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상승 국면에서는 변동형보다 고정형 주담대를 선택해 이자 부담의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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