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프진은 프로게스테론 작용을 차단하는 미페프리스톤과 자궁 수축을 유도하는 미소프로스톨의 복합 약물 요법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5년 이를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프랑스가 1988년 처음 승인한 이래 전 세계 90여 개국이 사용을 합법화했다. 일본도 2023년 임신 9주 이내를 대상으로 경구 약물을 정식 승인했다.
한국은 헌재 결정 이후 대체 입법이 멈춰 선 채 공백을 이어왔다. 처벌 조항은 효력을 잃었으나 허가된 약물이 없다 보니 여성들이 온라인 암시장이나 해외 직구로 출처 불명의 약물에 건강과 생명을 내맡기는 상황이 지속됐다. 이번 품목허가 심사 신속 진행과 도입 결정은 위험한 음성 유통을 차단하고 여성의 건강권을 공공보건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전환점이다.
그러나 사회적 갈등은 첨예하다. 여성계는 환영하면서도 임신 9주 제한과 원내 조제가 접근성을 지나치게 좁힌다며 건강보험 적용과 자가 복용 보장을 요구한다. 의료계는 불완전 유산이나 과다 출혈에 대처하려면 초음파 진단과 의사의 직접 관리가 필수적이라며 법적 책임 경감과 안전 지침 마련을 촉구한다. 종교계도 약물 오남용과 태아 생명권 침해를 우려한다.
약물이 시장에 풀리기 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적 장벽 해소’다. 비급여로 도입되면 비싼 약값 탓에 다시 음성 거래를 찾는 취약계층 여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 급여화 추진이나 투명한 가격 공시제가 선행돼야 한다. 청소년과 미성년자의 처방 시 보호자 동의 요건도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 취약 청소년을 사각지대에 방치하지 않으면서 의료·정서적 지원을 병행할 상담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임신중지는 단순한 찬반 논쟁이나 정쟁의 도구가 아니다. 여성의 신체적 자기결정권과 생식 건강, 삶의 질을 보장하는 국가 보건복지 시스템의 영역이다. 9주 이내 병원 조제는 7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현실적 고육지책이자 첫걸음이다. 정부와 국회는 의료계와 여성계의 합리적 목소리를 수렴해 표준 진료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후속 입법을 완결해야 한다. ‘합법화’의 결단을 넘어 모든 여성이 소외나 위험 없이 안전하게 치료받을 보편적 의료 인프라를 완성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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