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멈추자는 말 아냐"…반도체주 흔든 'AI 속도 조절론' 뜯어보니

  • 최첨단 모델 안전 규제 논의 확산…GPU·HBM 수요 향방에 촉각

왼쪽부터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사진 AFP·AP연합뉴스
(왼쪽부터)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사진 AFP·AP=연합뉴스]

인공지능(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글로벌 AI 업계 수장들의 주장이 반도체주를 흔들었다. 다만 논의의 내용을 뜯어보면 AI 개발을 멈추자는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 공개한 글 '우리는 프런티어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We Must Pace the Frontier)를 통해 최첨단 AI의 성능 향상 속도를 안전 기술이 따라갈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가 차세대 AI 개발에 활용되면서 기술 발전 속도가 가팔라지는 반면 안전 대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딥마인드 CEO 등도 속도 조절 필요성에 공감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지난 14일 코스피는 3.26% 하락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4.05%, 6.35% 떨어졌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였다. 다만 증시에는 AI 논란뿐 아니라 국제유가 상승과 금리 부담 등 다른 악재도 동시에 작용했다.

아모데이는 속도 조절이 모델 훈련이나 기술 발전 자체를 멈추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신 외부 평가자가 AI 기업 내부의 모델과 훈련 과정을 검증하고, 모델의 능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할 때 필요한 안전 기준을 충족했는지 확인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올트먼 역시 "우리가 속도 조절이라고 말할 때 '멈추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며 "발전은 빠르게 이뤄져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아무런 개입이 없을 때보다는 느려져야 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 시장의 오해만은 아니다. 아모데이는 속도 조절 수단으로 모델에 투입되는 훈련용 컴퓨팅 자원과 훈련 방식, AI를 이용한 AI 개발 등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전했다. 국가 간 합의를 통해 AI 발전 속도 자체를 크게 제한하는 '전면적 속도 조절'이나 일시 중단도 장기적인 선택지로 언급했다. 다만 이런 수준의 합의가 가까운 시일 안에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최첨단 AI 모델 훈련에는 대규모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투입된다. 실제로 훈련 규모나 횟수가 제한될 경우 지금까지 전제로 삼았던 AI용 반도체 수요 증가 속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 로이터도 속도 조절이 현실화할 경우 엔비디아 등 훈련용 AI 인프라의 직접적인 수혜 기업에는 부담이 될 가능성을 짚었다.

다만 현재까지 AI 기업들의 훈련 규모를 강제로 제한하는 공통 규제가 시행된 것은 아니다. 아모데이가 제시한 방안 역시 상당 부분 제안 단계다. 특히 국가 간 AI 개발 속도 제한은 검증과 국가 간 경쟁 문제 때문에 실현이 쉽지 않다는 게 아모데이의 판단이다.

AI 연산 수요 전체가 훈련에만 의존하는 것도 아니다. AI 컴퓨팅 수요는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훈련(training)과 이미 개발된 모델을 실제 이용자가 사용하는 추론(inference)으로 나뉜다. 맥킨지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AI 추론 수요가 2025년 20.9GW에서 2030년 93.3GW로 증가해 같은 기간 훈련 수요 62.2GW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전망으로, 특정 GPU나 HBM 판매량을 직접 예측한 수치는 아니다.

관건은 AI 반도체 수요가 어디에서 줄고, 어디에서 늘어나는지다. AI 속도 조절론이 제도화되면 프런티어 모델 훈련용 반도체 수요에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AI 서비스 확산에 따른 추론 수요는 별도의 성장 변수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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