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과 백두산, 북녘 산하에 남은 분단의 기억을 ‘낮달’에 담아낸 신영진 작가의 작품 50여 점이 강원 인제에서 관람객을 만난다.
15일 인제군에 따르면 공립 인제내설악미술관은 오는 18일부터 11월 15일까지 특별기획초대전 ‘낮달-압록강의 기억’을 개최한다.
전시장에는 작가의 대표 연작인 ‘낮달-두고 온 산하’를 비롯해 대형 작품 ‘낮달-압록강의 기억-뱃놀이’ 등이 걸린다. 이 작품은 가로 244㎝, 세로 100㎝ 크기로 올해 완성됐다.
‘낮달’ 연작은 신 작가가 2014년부터 이어온 작업이다. 개인적인 그리움과 기다림에서 출발해 역사적 기억과 분단 현실, 평화에 관한 질문으로 주제가 확장됐다.
작품의 바탕에는 작가가 약 30년 전 압록강 2000리 여정에서 접한 풍경이 자리한다. 당시 남긴 스케치와 사진, 기억을 토대로 압록강과 백두산, 북녘의 산하를 화폭에 옮겼다.
그림 속 산과 강은 아름다운 자연에 머물지 않는다. 물결과 운무 사이에 민족의 역사와 분단의 상처가 겹쳐진다. 화면에 떠 있는 낮달은 지나간 역사를 지켜보는 증언자이자 아직 오지 않은 평화를 기다리는 상징이다.
신 작가는 사실적인 풍경을 토대로 선과 색면, 형태와 재료를 다양하게 실험했다. 현실과 기억, 역사와 상상을 한 화면에 포개며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평온한 압록강 풍경에 분단과 대치의 현실을 담았다는 점도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접경지역인 인제에서 북녘 산하를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전시 공간과 주제의 상징성도 크다.
미술평론가 이경모는 신 작가의 작품을 “현실을 바라보는 작가의 역사인식이 탄탄한 내공으로 표상된 인문과 예술의 결합체”라고 평가했다. 자연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땅에 쌓인 역사와 진실을 환기한다는 의미다.
이번 초대전은 공립미술관을 중심으로 수준 높은 기획전시를 이어가려는 인제군의 문화예술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내설악미술관은 지난 7월부터 이달 13일까지 ‘유토피아, 실재와 가상’을 개최한 데 이어 이번 특별전을 마련했다. 연속적인 기획전 운영으로 주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고 외부 관람객의 방문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인제군문화재단도 전문예술인의 창작활동 지원과 생활문화 사업, 학교를 찾아가는 순회공연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미술관과 박물관, 공연 및 창작 지원을 연결해 지역 문화예술 기반을 넓히는 방식이다. 이번 전시 역시 개별 작품 소개를 넘어 인제의 접경지역 정체성을 문화콘텐츠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화예술도시 인제’의 위상을 높이려면 전시 횟수뿐 아니라 관람객 규모와 외지인 방문 비율, 지역 관광지와의 연계 효과 등을 구체적으로 축적할 필요가 있다. 전시와 관광을 연결하는 해설·체험 프로그램 마련도 향후 과제로 꼽힌다.
신영진 작가는 “개인의 그리움에서 출발한 ‘낮달’은 이제 역사를 기억하고 시대를 증언하며 평화를 질문하는 존재가 됐다”며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잃어왔는지, 앞으로 어떤 평화를 만들어가야 하는지를 묻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우현 미술관 학예사는 “압록강과 백두산 풍경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기억의 층위를 조명하는 전시”라며 “개인의 서정에서 출발한 낮달이 역사와 현실의 보편적 질문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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